청면수靑面獸 양지楊志는 우연히 장단단張端端을 만났다. 감甘씨가 운영하는 ‘흔주식부所州食府라는 음식점에서였다. 감씨는 목청이 상해 숨소리를 이용해서 말을했다. 몹시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말을 했다. - P9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늑대처럼 사람들을 잡아먹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양처럼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는 사람입니다. - P4

자살이 좋긴 했지만 유약진은 끝내 자살을 하지 않았다. 유약진이 자살을 하지 않은 것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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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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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트가 가는 곳>

2개월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이 멸망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답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 그런데 눈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수천, 수만 개의 볼링공 모양의 '무엇'이 함께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엇'은 땅에 끝도 없는 구멍을 뚫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구멍 속으로 떨어지고 '무엇'은 그치지 않고 계속 쏟아졌다. 가까스로 구멍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은 쏟아지는 '무엇'과 빨려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구멍을 피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엇'은 마치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몰아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동하기를 닷새쯤 지났을 때, '나'는 어떤 여자가 구멍에 빠지려는 걸 구해주고 추워하는 그녀를 위해 파커를 벗어 줬다. 그녀는 27세의 윤정화. 아무런 희망이 없는 코즈믹 호러의 순간에도 사랑은 싹이 튼다. 그녀와 나는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서로의 과거 상처도 얘기하고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하며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냈다. 하지만.. 바닷가에 도착해 사람들 사이에 소동이 일어난 와중에 구멍으로 떨어진 한 남자가 그녀의 팔을 잡아챘고, 그녀는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녀가 보고 싶다.


김중혁. 1971 ~ . 한국의 소설가.


김중혁 소설가의 단편집

두 번째 읽은 김중혁의 책이다. 굉장히 유명한 작가이고 국내 유수한 문학상도 여러차례 받았다고 알고 있다. 이전에 읽은 책은 장편이었는데 만족스럽게 읽었다고 할 수는 없다. 두 번째 읽은 책이 단편집인 건.. 별 의미는 없다. 그저 책장에 꽂혀 있는 순서대로 뽑아 읽는 중이니까.. 그래도 호흡이 긴 장편소설과 달리 짧게 결판을 내야 하는 단편소설은 어떻게 썼을지 궁금해 하면서 읽었다.


상실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천 단편부터 소재가 '포르노'다. 포르노 가획자와 여배우에 관한 얘기.. 그러더니 두 번째 소설은 AV를 보는 두 고등학생이 없어진 아이돌 가수를 찾아나서는 얘기다. 왠지 성인스러운 것에 경도된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헤어진 여자와 남자가 만나 이전과 별로 다른 점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내용이고, <뱀들이 있어>는 예전에 좋아하던 여자의 남편이 태풍으로 사라진 걸 전해들은 남자의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거의 모든 소설이 '사람이 없어진' 이야기다. 배우가 사라지고, 아이돌이 사라지는가 하면, 연인은 헤어지고 남편은 실종된다.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사라진 사람이 없는 작품은 <힘과 가속도의 법칙>밖에 없다. 이게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김중혁이 갖가지 이별 그리고 상실감에 대해서 다루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얘기가 중간에 끝이 나는 것 같다

김중혁의 소설은 이제 겨우 두 권밖에 읽어 보지 않았고, 그의 대표작이 어떤 소설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장편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점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에 걸린다. 각 단편이 얘기가 시작되어서 끌고 나가다 뚝 끊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클라이막스가 되는 부분이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기와 승이 있는데 전과 결이 없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인생의 한 부분을 들어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이 항상 짧은 순간에 소설처럼 펼쳐질 수는 없을테니까. 또는 (평범한 독자인 나는 알아챌 수 없는) 문학적인 장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건 전문적인 문학심사위원이 따질 일이고 내가 보는 점에서는 대체로 소설이 허전하다. 재미가 좀 덜하다는 뜻이다. 단편소설은 짧은 분량 속에 군더더기없이 하나의 플롯이 완결되는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완결이 안된 작품 모음집인 것 같다. 유명한 소설가이니 실력이 모자른 건 아닐 거다. 의도한 것일텐데 난 그 의도를 모르겠다. 여백의 미? 미완의 아름다움? 난 그냥 재미있는 소설이 좋다.


★★★☆

굉장히 재미있지는 않다. 주욱 얘기했지만 소설이 완결되는 맛이 없고 밋밋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트가 가는 곳>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코즈믹 호러 속에서 싹트는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까지.. 《가짜 팔로 하는 포옹》에 실린 소설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요요>도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굉장히 잘 표현되어 있어서 좋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도 느꼈지만 문장이 굉장히 깔끔해서 읽기 쉽고 책장이 잘 넘어간다. 상황묘사도 명확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앞으로도 김중혁의 소설을 더 읽을텐데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 별 4개에 가까운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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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싱어Paris Singer는 1864년에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인 이사벨라 우제니 보이어는 몰락한 귀족 집안의딸이었다. - P121

세계가 끝도 없이 가라앉고 있다. 착각인가? 분명히 착각일것이다. 눈앞이 일렁거린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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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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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슈거 이야기

처음에 길다란 설명은 그만 두자. 원인이야 어찌됐든 헨리 슈거는 정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수련 방법, 일종의 요가수련법을 익히면 카드가 뒤집혀 있어도 숫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방법은 너무나 어려우면서도 간단하다. 3분 30초 동안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잡념을 버리면 된다. 단순하다. 하지만 오로지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처음 헨리 슈거가 초능력을 가지려고 한 이유는 우리같은 속물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카지노에 가서 돈을 왕창 벌고 싶은 것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4초안에 카드 뒷면을 볼 수 있게 될수록 헨리 슈거는 세속적인 욕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결국 헨리 슈거는 수많은 돈을 벌게 됐지만 자신을 위해 돈을 사용하지 않고 전세계 곳곳에 고아원을 건립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가 죽었을 때, 존 윈스턴이라는 회계사는 그의 일대기를 '나'에게 줬다.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헨리 슈거의 본명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헨리 슈거가 정말 누구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가 세운 고아원이 우리들 주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로알드 달  Roald Dahl 1916 ~ 1990. 영국의 소설가


잘 모르는 유명 작가의 애매한 작품집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이름을 들어 봤다. 내가 세계의 유명한 작가를 모두 아는 건 아니라서 책을 읽을 때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책 날개에 2000년 세계 책의 날에 '전세계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뽑혔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또 출판사에서 작가를 띄우려고 무리수를 두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대표작을 훑어 보니 굉장히 눈에 익은 제목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그 기괴하기 이를데 없어 보이는 조니 뎁이 주연을 하고 마찬가지로 기괴한 영화 만들기로 유명한 팀 버튼이 감독한 그 영화? 제목 하나만으로 작가 소개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소설로도, 영화로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지 않았다.)


헨리 슈거는 수련을 통해 일종의 투시능력을 갖게 되고 그 능력으로 전세계의 카지노를 돌며 돈을 모은다.


단편소설집(X), 작품집(O)

제목과 앞날개의 설명을 보고 기대한 건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단편소설집이었다. 기괴하거나 신기해서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책을 기대했다. 책의 제목과 같은 첫번째 소설은 어느 정도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착하게 소설이 끝나 버린다. 그리고 두번째 소설인 《히치하이커》는 유쾌함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대단한 상상력이 보이진 않는다. 이후엔 실화를 취재한 에세이 등. 기상천외하지 않는 글들이 이어진다.


책 자체가 소설집도 아니다. 몇 편의 소설과 작가가 쓴 잡문을 엮어 놓은 책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읽어봤던 '기상천외'한 단편소설집(개인적으로는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같은 책을 기대했다.)이 아니라 로알드 달의 잡문집, 좀 좋게 말하면 작품집 정도 된다. 그러니 각 글의 특성도 갖가지이고 소설의 질도 오락가락한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좀 흥미롭다. 《히치하이커》는 유쾌하고 《밀덴홀의 보물》은 '정말 그런 일이?'라는 느낌. 《백조》는 기괴하고 화가 난다.. 등등. 소설이나 에세이가 통일성을 가진 것도 아니라서 사실 하나의 제목 아래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놓으면 안될 것 같다.



행복한 경험을 적은 《행운》

오히려 로알드 달이 어떻게 생각지도 않던 작가가 되고, 그것도 유명한 작가가 되어 세계의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고 성공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자전적 단편인 《행운》이 가장 흥미롭다. (《행운》을 읽고 나서야 로알드 달이 정말 유명한 소설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당연히 재능이 있었기에 소설가가 되었겠지만 '우연히 운이 좋아서'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되는 작가의 모습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행운의 지렛대가 되는 작품인 《식은 죽 먹기》를 보고 난 후에는 좀 고개가 갸웃거리기도 한다.


영화로 만들어 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


★★★☆

기대와는 달리 밋밋한 책이다. 흥미진진한 전성기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습작 느낌이 진하게 든다. 추측으로는 로알드 달이라는 유명 작가가 쓴 유명하지 않은 글들을 한 권이 될만큼 모아 펴낸 책이 아닐까 싶다.


재미도 어정쩡하니 추천하기도 어정쩡하다. 조만간 영화로든 책으로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나 한 번 찾아 봐야겠다.

기상천외한헨리슈거이야기, 로알드달, 권민정옮김, 도서출판강, 소설, 영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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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 전에 약속 하나 할까요? 공연이 끝났을 때 귀찮아지지 않게."
"어떤 약속인지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오늘 하루만 친구로 지내자는 겁니다. 오늘만 같이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는 거예요. 이름도, 주소도, 쓸데없는 신상 정보나 시시콜콜한 부분도 밝히지 말고, 그냥……."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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