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수의 다시 만난 고대문명(이집트) - 2026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 2
곽민수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대 이집트, 그 멀고도 먼 나라

고대 근동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메소포타미아에서 발흥한 아시리아와 바빌론, 아무래도 인류의 문화적 역사가 시작된 곳인 것 같은 아나트리아 반도, 머나먼 동쪽에서 서쪽을 지배하러 온 페르시아, 전세계 아브라함계 종교의 고향인 팔레스타인 지역.


가장 오래된 역사를 품고 있는 고대 근동에서 이집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집트는 많은 것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피라미드, 파라오, 스핑크스가 아마도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이집트는 성경 구약에서 나오는 출애굽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딘지 모르면서 무작정 알고 있었던 애굽이 이집트라는 것을 알고, 바로가 파라오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받은 충격은 헬라어가 고대 그리스어임을 알고 신약이 그리스어로 씌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받은 생경함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는 매우 친숙하지만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서 채찍을 맞으며, 돌을 옮기는 노예들(특히, 히브리인들)이 대표적인 오해이다. 최근에 많은 글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많은 사람들이 고대 이집트의 실제 모습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이집트에 대한 오해가 많이 수정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집트의 왜곡된 모습을 바로잡는데 선봉에 선 사람이 이 책을 쓴 곽민수 (a.k.a. 애굽민수)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지닌 작가

내가 곽민수를 안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이다. 어느날 갑자기 여러 채널에서 ‘애굽민수’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내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장악해서 그의 강연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곽민수는 기본적으로 이집트의 고대사를 굉장히 알기 쉽게, 그리고 귀에 꽂히게 설명을 한다. 더불어서 다른 고대 문화에 대해서도 조예기 깊은 것 같다.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이집트를 대중적으로 알린 최초의 인물이 아닐까 싶다. 혹시 내가 모를 수 있으니 최초는 아니더라도 가장 친숙한 인물일 수는 있을 것 같다.


쉽지만 가볍지는 않은

내가 가진 이집트 역사, 신화에 관한 책이 꽤 된다. 고대 근동의 역사에 이집트 역사가 포함되기 때문에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중에서 제일 쉽다. 가장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마치 인터넷을 통해 머리에 이집트 역사를 때려 박아줄 때처럼 쉽다. 어려운 말이 분명히 많이 있고, 찬찬히 따져보면 너무 전문적인 내용도 있다. 하지만 쉽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책은 EBS 방송에서 교양 과정으로 방송한 내용을 편집해서 엮은 책이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지 않다. 글을 쓰는 말투도 굉장히 친절하고 가끔 일상 용어를 써가면서 읽는 사람이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글을 썼다. 그래서 책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구난방으로 내용이 흩어져 있지는 않다. 하나의 주제에 따라서 충실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챕터 10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홉 개의 활’을 다루며 이집트의 지리를 설명한 3장이나, 이집트의 지역별, 시기별 신을 다루는 4장같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이 있는 반면, 투탕카멘과 파라오의 저주같이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있는 9장처럼 다양하게 이집트를 맛볼 수 있는 컨텐츠가 있다.


명확한 용도, 길을 나서게 하는 책

이 책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단점 또한 명확하다. 만약에 이집트에 대해서 거의 잘 모르면서 이집트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최적의 선택이 될 것 같다.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많은 전문지식이 안에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일강에서 보트타는 것까지는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인스탄트 지식을 옮겨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는 흥미를 끌기 위해서 만든 컨텐츠를 책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전에 EBS에서 인기 있었던 지식채널 e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짧은 시간에 스낵처럼 지식을 딱 한 입만 먹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있고, 내용을 편집해서 책으로도 냈다. 물론 그 프로그램이 나쁜 건 아니었고 인기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결국은 깊은 지식을 쌓지 못하게 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어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 도파민 터지는 쇼츠형 지식 컨텐츠 말이다.


이 책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우리나라에 몇 명 없는 고대 이집트학 연구자라고 한다면 이것보다는 호흡이 긴 이집트 안내서를 쉽게 써 줬으면 좋겠다. 저자가 출연한 컨텐츠들을 보면 충분히 그럴 능력도 있을 것 같다.


★★★★

저자는 이집트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는 것을 많이 표현해 왔다. 문명의 선후를 따질 때, 도시화를 기준으로 삼는 메소포타미아에 비해 왕국 성립을 기준으로 삼는 이집트의 불리함에 대해 토로하기도 하고, 이집트의 일꾼들이 실제로는 노예가 아닌 평범한 노동자였던 것을 뿌듯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자부심이 있는만큼 이제 그가 읽기 쉬운 말로 이집트 역사와 문화를 총괄하여 써내는 것을 기대한다.


이집트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서 입문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장도 쉽게 넘어간다. 체계적인 고대 이집트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 좋은 책을 써주길 기다리는게 나을 것이다.

이집트, 곽민수, 애굽민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질은 부드러워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꼭 고기를 먹어야 한다

테호는 육류 가공공장 ‘사이프러스’에서 신입직원 관리와 교육을 맡고 있는 직원이다. 원래 간호사였던 아내 세실리아는 별거 중인데 둘 사이의 아이가 죽은 후 실의에 빠져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세실리아는 난자의 수가 적어서 다시 임신하는 것도 요원하다. ‘사이프러스’는 원래 테호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전 지구의 동물들에게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모두 살처분(혹은 그냥 죽었는지)한 후에 도축할 고기가 없어서 직원이었던 크레이그에게 양도했다. 그런데 크레이그는 동물이 없는데 도대체 어떤 고기를 도축하는 걸까?

'사이프러스’는 인간 고기를 도축하여 가공하는 공장으로 변모한다.


충격적인 소재와 더 충격적인 묘사

이 책을 쓴 작가는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아르헨티나의 작가이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라고 하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밖에 모르고 예전에 멋도 모르고 그의 소설을 읽다가 머리가 터질 뻔한 적이 있어서 아르헨티나가 원래 이런 분위기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소설 역시 다른 의미로 심상치 않다.

미래에 식량이 없어서 인육을 먹는다는 소재는 흔히 있을 법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볼만한 흔해 보이는 소재다. 하지만 이 소설이 돋보이는 점은 ‘인육을 먹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아주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은 간단하게 등장인물들을 소개한 후, 테호가 ‘사이프러스’에 취업하려고 하는 두 지원자에게 공장을 견학시키는 장면을 자세히 설명한다. 고기로 사용할 인간을 하역하고 타격구역에서는 이마에 충격을 주어 단번에 기절 시킨다. 도살구역에서 도살하고 방혈실에서는 피를 뽑는다. 이후 내장처리실에서 내장을 끄집어 낸 후 절단실에서 알맞게 자르고 지육작업실까지 거치고 나면 이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서 고기가 완성된다.

고기로 사용되는 인간들은 일반적인 인간과 같지는 않다. 태어날 때부터 아예 인간과는 분리해서 사육하고 빨리 고기를 얻기 위해서 성장촉진제를 사용한다. 당연히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는다. 성대를 잘라 버려서 말도 못한다. 그저 생존본능만 있고, 인간과 똑같이 생겼을 뿐, 동물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소설의 긴장감은 엉뚱한 곳에서

그냥 인육을 먹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을 묘사해 나가던 소설은 뜻밖의 뇌물 때문에 갑자기 긴장감이 생긴다. 테호에게 잘 보여야 하는 사육장 사장이 테호에게 암컷 FGP를 뇌물로 건네는데, FGP는 순종 1세대로 성장촉진 호르몬도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변형도 하지 않은 정상적인 인간과 똑같은 개체이다. 변형이 있는 개체에 비해 훨씬 맛이 좋기 때문에 알아서 처리하라고 테호의 집에 두고 간 것인데, 테호는 이 암컷을 헛간에 키우다가 집안으로 들이고 재스민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준다.. 그리고 관계를 맺은 후 재스민은 임신을 한다.

이 세계관에서 고기용 인간과 성관계를 맺는 것은 불법이며, 발각이 되면 개체 뿐만 아니라 성관계를 맺은 사람까지 인육이 되는 처벌을 받는다. 가정에서 사육되고 있는 개체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러 다니는 ‘개체 사육 관리청’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사육 개체는 검사도 받아야 한다. 재스민의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애정을 가지게 된 테호는 어떻게든 아이를 낳고 싶어하고, 그 아이를 가진 재스민도 따스하게 돌봐 주면서 긴장감은 고조된다.


구체적인 설정, 그리고 결말이…

소설은 1부와 2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주로 끔찍한 설정,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세상을 다룬다. 인간을 고기로 다루는 과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인신매매를 통하여 고기가 아닌 인간을 잡아먹는 일도 있고, 회사 밖에는 스캐빈저라고 하는 최하층 인간들이 상품가치가 없는 고기를 던져주면 먹어치우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몸을 인간의 먹이로 희생하는 교단까지 생긴다. 전제가 충격적이긴 하지만 전제를 인정하고 나면 있을 법한 상황이 계속 펼쳐진다. 이후 2부에서는 재스민이 어떻게 될 것인지, 뱃속의 아이는 어떻게 될 것인지 긴장감 있게 읽을 수 있다. 테호가 정성스레 돌보는 재스민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재스민은 뱃속의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까.

그리고 결말은…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이 정도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소설이 있을까 싶다. 마지막 두 페이지의 반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의미를 읽을 필요까지는 없다. 어쨌든 읽어볼만한 소설 책을 읽는 내내 이 작가가 비건일 것이라는 추측을 쉽게 해 볼 수 있었다. 인간을 도축하고 먹는 끔찍한 과정을 그대로 동물에게 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작가는 비건이긴 한데, 채식주의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결말을 보면 비건으로서 육식을 비난하고자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닌 것 같다.

★★★★

아르헨티나의 소설은 좀 신기하다. 신기한 소설만 아는 것인지 원래 그 나라가 그런 소설들이 인기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괴상하다. 굉장히 구체적으로 써서 그런 것인지, 충격적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읽을 만하고 재미있다. 페이지도 술술 잘 넘어간다. 그냥 읽으면서 꼭 동물에 대한 연민이 아니더라도 생각할 것이 많아 보이는 소설이다. 마지막 반전 때문에 별 반 개를 더 추가한다.

가볍게 한 번 읽어 보는 것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자의 쇼핑몰 2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13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를 속이는 탐정은 공정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촌은 피라미드 회사 다이아몬드급의 인맥을 갖고 있었다. 은옥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가 두 아이의 대학 등록금으로 허덕일 때, 삼촌이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초야의 고수로 소문난 은옥을 찾아온 그는 레드코드에게 도검 연수를 해주는 조건으로 생계를 지원했다. 정작 그녀에게 연수를 받은 레드코드는 민혜 한 명뿐이었다. - P93

"살아남아라, 정지안."
삼촌의 목소리가 비장했다. - P95

"정지안, 그런 일로 이사를 가자니 말이 돼? 때로는 말야, 위치가 무기일 때도 있는 거야." - P96

알렉스 일당은 나를 살해할 기회가 충분했다. 명중률 높은 스나이퍼를 고용했다면 큰 소란 없이 나를 제거했을 터였다. 지금은 계속 겁은 주되 목숨은 붙여놓은 채 나를 편의점으로 끌어당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15

지금껏 삼촌이 민혜를 짝사랑한 줄만 알았는데 예상이 완전히 어긋났다. 먼저 고백을 한 것도 민혜, 거절당하고 은둔한 것도 민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삼촌의 마음을 얻고 싶은 것도 민혜였다. - P121

삼촌은 좀비 영화를 질색했다. 좀비가 무서운 게 아니라, 배고픈 인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아우성치는 모습이 보기 괴롭다는 이유였다. 그 얘길 들었을 땐 웃어넘겼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삼촌은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었다. - P141

죄를 짓는 한 죄책감을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삼촌이 찾아낸 자구책이라고 해봐야 애써 인간을 사물로 착각하게끔 만드는 습관이 전부였다. 인간 모양의 과녁에 총알을 명중시켰다고 자기 최면을 걸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세계였다. - P146

"넌 나 못 죽여. 너 때문에 자식 잃은 어미를 감히 쏠 수 있어? 그러고도 인간 행세하면 안 되지."
알렉스가 총구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 P152

"너네 삼촌 쫌 멋진데?"
"어디가?"
"선은 지키잖아. 어두운 일 하면서 조카도 부양하고, 끝내주게 복수하면서 마약이나 매춘 사업은 안 하는 게 어디야." - P157

하필 다나는 내가 유기한 선인장 앞에서 알렉스와 통화했다. 삼촌은 화분물받이에 숨겨놓은 소형 카메라로 다나의 실체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나와 브라더가 바빌론의 수스앱 걱정을 하며 매출 압박을 했을 때, 삼촌은 이미 알렉스가 누구이며 어디에 은신해 있는지 알아냈다. - P159

다나는 서점에서 책을 고르듯, 행거에서 옷을 꺼내듯 죽음을 툭 건드렸다. - P169

배신이라는 결과는 조금만 고민하면 쉽게 추론할 수 있는 삼촌, 아니 우리 가족의 음험한 특성이었다.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마치 한 가족 안에게만 통하는 농담처럼, 우리는 서로의 배신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 P1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요일 새벽 4시 7분, 다나가 내 침대에서 죽었다. 부검의에 따르면 사인은 저혈당 쇼크였고, 위에선 소화되지 않은 떡과 당면이 발견되었다. 마지막 식사는 떡볶이였다. 다나는 엄마가 간섭하지 않는 곳에서 떡볶이를 실컷 먹는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까짓 게 뭐라고. - P7

범죄 교사를 위해서는 수스앱에 접속해 자신의 전자지갑 잔액을 인증해야 했다. 신원을 밝힐 필요는 없다. 복수를 위해 꼭 필요한 건 자금력뿐이었다. - P21

수스는 매우 공격적으로 인간 생태를 해치고 있었다. 모체인 바빌론은 범죄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얻는 것 외에도 각종서비스를 판매했다. 그들은 거점 지역마다 편의점으로 위장한 서비스센터를 운영했다. - P23

남자가 암 밴드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와 동시에 긴 진동 소리와 함께 ‘매칭 완료‘라는 알림음이 났다. 숨을 훅 들이마신 탓에 목구멍으로 넘어가려던 커피가 기도로 넘어갔다.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매칭완료라는 알림음은 수스에서 교사자가 실행자를 고용하고 거래를 확정할 때 나는 소리였다. - P31

평범한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뜨거운 심장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삼촌의 쇼핑몰밖에 없었다. 삼촌이 이룬 거대한 비밀 안에 내 작은 비밀을 수몰시킨 뒤 냉랭한 표정으로 살기로 했다. - P39

나와 민혜가 떠나고 삼촌도 생각이 많아졌을 터였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새파랗게 어린 조카가 사업장을 내놓으라고 큰소리치니 분노가 그러데이션으로 치솟았을게 뻔했다. - P47

기대 없이 이루어진 관계는 없어. 기대하는 만큼 상대에게 투자하지. 금전이든 감정이든 뭔가를 꾸준히 불입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값을 기다리기 마련이야. - P49

"방금 수스에 정지안 살해 요청 글이 올라왔어요."
브라더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핸드폰을 삼촌에게 던졌다. - P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