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을 정복하라

일단 주인공은 자크 클라인이다. 여자친구는 샤를로트. 엄마는 카롤린 클라인. 아빠는 요트사고로 일찍 돌아가셨으니 신경쓸 필요는 없다. 자크는 어릴 때 좀 찌질했다. 공부도 못하고 체력도 약하니 또래의 힘센 녀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살 수밖에.. 자크의 엄마 카롤린은 유명한 신경생리학자로 꿈 연구의 권위자인다. 엄마는 자크에게 꿈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쉽게 말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져서 꿈을 꿀 수 없게, 정확히는 꿈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면 지식의 갈무리도 못하고 트라우마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자크가 최고 수준의 잠을 잘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잠을 훈련한다는 건 5단계인 역설수면까지 방해없이 자고 꿈을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걸 의미한다. 자크는 엄마에게 잠 훈련을 받은 후 머리도 좋아지고 트라우마를 극복하여 용기도 솟는다. 좀 부럽네. 잠만 잘자는 것만으로 이런 발전을 이루다니..


한편 카롤린은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꽤 유치한 제목의 프로젝트지만 최고 전문가가 수행중이니 그런가 보다 하자. 그 프로젝트는 1, 2, 3, 4, 5 단계 꿈보다 더 깊은 단계인 6 단계 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엄마는 6단계의 꿈을 수도자나 성자가 일종의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신 깊숙히 들어가야 하는 것이니 위험할 법도 해서 아킬레시라는 수도자를 데려다 6 단계로 들어가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실험중 아킬레시가 죽었다. 이 소문은 매스컴을 통해 퍼지고 카롤린은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실종된다. 꿈속을 탐험하는 엄마와 아들을 지켜보는 소설이 《잠》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1961 ~ .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베스트셀러 작가

우리나라에서 책만 냈다 하면 반드시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는 작가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굉장히 특별한 경우에 속하는데, 본국인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오히려 인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나도 그의 초기작인 《개미》와 《타나토노트》를 보고 지식에 대한 집요한 집착과 엉뚱한 상상력을 잘 접목시켜 놓은, 손을 놓기 힘든 소설에 매혹을 느꼈다. 그래서 이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꽤 읽었는데 초기 소설과는 달리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특히 《카산드라의 거울》을 읽은 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단 한 편도 읽지 않았다. 소설가가 되기 전에 쌓아둔 밑천이 이제는 다 떨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잠》은 오랜만에, 그래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이제 소재 다 떨어진 거 아냐?

《잠》의 주요 소재는 '잠'이다. 이게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잘 때 1~5 단계를 거치고 5단계는 '역설 수면'의 단계이다. 이 잠의 단계를 잘 조절하면 머리도 똑똑해지고 정서도 안정이 된다. 어릴 때는 좀 뒤떨어진 학생이었던 주인공 자크는 엄마가 유도해 준 '잠' 덕분에 유망한 의대생이 된다. 그리고 엄마는 5단계보다 더 깊은 단계인 6단계 수면을 발견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떠오르는 소설이 두 개 있다. 가사 상태에서 좀더 내면 깊은 곳으로 다이브한다는 설정은 《타나토노트》에서 가져 왔다. 단지 그것이 '꿈'이고 《타나토노트》는 그것이 죽음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외부의 도움으로 지능이 발전한다는 건 《뇌》와 비슷하다. 《뇌》는 지능이 초인적으로 발전한 반면 《잠》에서는 조금 똑똑해지면서 일종의 시간여행을 하고 영혼과 대화하고.. 초능력이 생긴 것이다. 이 정도면 그냥 자기표절 아닌가? 표절이 아닐 수는 있지. 소설가가 직업이니 얼마나 그럴싸하게 변형했겠어? 하지만 이미 두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자기 표절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이제는 《개미》나 《타나토노트》같은 걸작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허접한 설정

소재는 좀 비슷한 걸 끌어다 그냥 좀 썼다 치자. 하지만 설정은 더 형편없다. 엄마는 수면전문가로 아들의 잠을 컨트롤해서 똑똑한 의대생을 만든다. 말레이시아의 소수 부족은 꿈꾸는 시간을 현실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서로의 꿈을 나누며 공동체를 유지한다. 자각몽은 언제든 이어질 수 있고, 내용도 뚜렸하다. 게다가 부족은 꿈이 모인 집단의식(집단무의식이 아니다)이 존재해서 5단계 꿈에 든 사람이 찾아갈 수 있다. 6단계 잠이 들면 꿈속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이게 잠이고 꿈이야? 그냥 유체이탈이잖아. 흔한 유체이탈을 써놓고 엄청난 과학이론이 숨어있는 것처럼 분장해서 써 놓았다.


물론 소설이 꼭 현실적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설득력과 개연성을 있어야 읽으면서 수긍하고 지나가는데 《잠》은 최소한의 덕목을 지키지 않았다. 《개미》가 명작인 이유는 개미에 대한 엄청난 과학적 지식을 쏟아 부은 후 그 이상을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기 때문이고, 《타나타노트》는 많은 죽음에 대한 신화들을 집대성한 후 거기에서 한 발짝 상상력을 내밀었기 때문에 수긍이 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말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잠》은? 잠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 잠만 자면 모든게 다 해결된다. 미래의 '나'는 꿈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주고 현자가 나타나 6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인 약물을 만드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 준다. 형태는 비슷하다. 하지만 밑바탕이 탄탄하지 않으니 쌓아놓은 건물이 그냥 무너져 버리고 만다.


★☆

좀 작정하고 까서 미한한데, 좀 쉬세요. 마른 수건 짜내듯 아무 것도 없는데서 자꾸 글을 쓰려고 하니 이런 졸작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개미》에서 103683호가 편지를 인간에게 전했을 때의 그 소름끼치는 충격이나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던 타나토노트들의 목숨 건 프론티어 정신을 기대하면 안되는 걸까?


쓰고남은 소재 조각들을 그러모아 소설책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파쇄된 종이뭉치같은 소설이다.

비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은 불완전하다

나에게 가장 오래된 기억은 2살 때의 기억이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엄마 아빠와 함께 극장에서 서부극일 것 같은 영화를 본 것 같다. 딱 한 장면, 마차 바퀴가 보이고 엄마 아빠가 영화를 보며 나를 안고 있는 장면이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남아 있다. 그 다음 떠오르는 것은 6살 이후의 기억이기 때문에 영화관에서의 기억은 나에게 정말 소중했다.


나이가 든 후에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였을까? 영화를 보면서 울지는 않았을까? 2살이었던 건 맞을까? 어머니께 여쭤 보았다. 그런데 어머니께 들은 대답은 물음표였다. 어머니는 결혼 후 단 한 번도 아버지와 극장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서부영화 본 적이 있을 거라고, 기억을 잘 더듬어 보시라고 해봐야 부질없었다. 하긴, 2살 때 본 영화를 기억한다는게 말이나 되나? 결국 아마도 나의 두살 기억은 왜곡된 것 같고, 내 생애 첫 5년은 백지가 되고 말았다.


기억은 완벽한 사진첩이 아니다.

 

줄리언 반스 Julian Barnes 1946 ~ . 영국의 소설가.

 


전작의 기대감을 오롯이 받은 신작

줄리언 반스는 전작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다산책방, 2012)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한참동안 베스트셀러의 윗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기억과 책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실을 독자가 마주쳤을 때 충격을 받았고, 나는 기억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충격적인 결말을 맺는 소설을 이전에는 보지 못했다.


《연애의 기억》, 이 책의 제목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원제를 살펴 보았다. 《The Only Story》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제목을 잘못 달아 놓아서 책을 읽는 내내 서스펜스를 기대하다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제목이 썩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연애의 기억》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의 히트에 기대는 제목인데, 전작의 결말이 계속 떠올라 충격적인 결말이 마지막에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제목은 나의 생각을 많이 방해했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좋은 결말을 기대하기 힘든 연애 이야기

《연애의 기억》은 모두 3부로 되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폴, 소설이 시작할 때 19세이고 보수적인 분위기의 부모 밑에서 자랐다. '연애'의 기억 속에 있는 연애의 대상은 수전, 다르게 부르면 매클라우드 부인, 즉 유부녀다. 게다가 소설 시작 시점에서 48세, 무려 폴보다 29살 연상이며, 심지어 두 딸은 폴보다 나이가 많다. 둘은 동네 테니스 클럽에서 복식조로 테니스를 치면서 친해졌고 연애를 시작한다. 영국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라면 쉽게 인정받기 힘든 연애 형태이다. 엄마 나이의 유부녀와의 연애라니...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1부는 폴과 수전이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고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굉장히 급하게 빠져 들고 연애를 하게 된다. 그런데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엔 사랑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폴이 표현하는 수전의 모습도 그렇고 에피소드도 그렇다. 이 소설이 시작하는 시점이 1960년대이고 폴은 노인이 되어 현재의 시점에서 기억을 더듬어 가며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인생을 달관한 사람같이 굉장히 쿨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부에서 두 사람이 사랑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 후 2부에서는 수전의 불행, 둘이 멀어져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1부에서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수전은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었고(폴 때문인지, 원래 폭력성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폴이 좋아하던 앞니 두 개가 부러지기까지 한다. 결국 둘은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는데, 이제는 수전이 알콜 중독에 시달리며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알콜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을 하기도 한다.


수전이 병원에서 퇴원한 후 폴은 수전과 몇년간 생활을 계속하지만 견디지 못하게 되고, 해외출장을 핑계로 수전과 결별을 하는 내용이 3부이다. 이후 폴은 많은 시간이 지나서 수전이 죽을 때가 되어서야 병원에 있는 수전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서 병원을 찾는다.

 


바라건대, 당신은 내가 기억나는 대로 모든 걸 이야기 하고 있다고 알고 있겠지? 나는 일기를 쓴 적이 없고, 내 이야기-내 이야기! 내 인생!-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죽었거나 멀리 흩어졌다 .따라서 내가 꼭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적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 기억에는 다른 종류의 진정성이 있고, 이것이 열등한 것은 아니다.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의 요구에 따라 정리되고 걸러진다.
p.39


파편화된 기억, 파편화된 문장

《연애의 기억》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문장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쉼표가 문장 곳곳에 찍혀 있고, 도치된 문장이 너무 많다. 게다가 너무 사변적이다. 위에 인용한 것처럼 체계적인 기록이 아니라 그냥 아무 말이나 나오는대로 주절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만약 작가가 의도적으로 파편화된 기억을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썼다면 성공적이다. 읽는 내내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읽는 속도가 나지 않는데 재미도 없다. 정말 읽기 힘든 소설이다. 굉장히 짧은 문장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책을 읽다가 계속 딴 생각이 난다. 흡입력 따위는 쥐뿔도 없고 몇 번이나 책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번역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이 책을 번역한 정영목은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번역가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은 줄리언 반스가 그렇게 쓴 책이고 번역자는 그런 느낌을 최대한 반영해서 번역했을 것이다.


내용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어머니 또래의 연상의 여자와 사랑을 하고 도피를 하고 헤어졌다. 단지 이것 뿐이다. 그 외에 에피소드나 폴의 생각에 대해 계속 쓰고 있지만 도저히 흥미가 돋지 않는다. 연애에 대해서든 기억에 대해서든 소설을 쓰고 싶었으면 전체 플롯에 에피소드와 생각을 녹여냈어야 하는데, 그냥 따로 노는 것 같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문장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도 별로 없다. 연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쓰고 싶었으면 에세이를 써야지 이런 식으로 단순한 플롯에 아무 말이나 마구 집어 넣어서야 곤란하다. 대단히 지적인 것처럼 쿨한 태도로 글을 썼는데, 온갖 잡다한 생각을 모두 때려 박아 넣었다고 해서 지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정적으로 읽는 재미가 전혀 없다.


책 후면에 쓰인 매체들의 평가에도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이 책은 힘의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 황량하긴 하지만 전혀 찬란하지 못하다. 강렬하지도, 팽팽하지도 않다. 진실 따위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더불어 나에게 어떠한 감동도 사랑에 대한 통찰도 주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너무 지루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내리는 평가는 '노년의 소설가가 그냥 젊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끄적거린 책을 명성에 기댄 매체들이 호평하고 그 명성에 기대하는 나같은 멍청한 독자들이 선택하는 재미없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황량함이다. 제목은 《연애의 기억》인데, '연애'보다는 '기억'에 방점이 찍혀 있다.


★☆

내가 이 책에서 건진 건 두가지다. 유명작가나 전작이 인상적이었던 작가라고 해도 다음 책이 좋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그 하나다. '인생은 단면이고, 기억은 결을 따라 쪼개지는 것이며, 기억은 그것을 끝까지 쭉 따라간다 (p.188)'는 기억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것이 다른 하나다. 하지만 겨우 이 두가지를 깨닫기 위해 돈을 쓰고 출퇴근 시간 피곤함을 이겨내며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보통 책을 읽으면 되도록 정독을 하고 끝까지 읽으려고 하는데, 이 책은 마지막까지 읽는데 정말 큰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전작의 함정에 빠지기 말기를.. 추천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에 잘 읽지 않는 실제경제에 관한 책 두 권을 한꺼번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일단 운전하다가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저자와 인터뷰하는 걸 듣게 되었고..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에서 책을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제목을 보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내용은 집중과 선택에 의해서 선택받은 맏아들이 동생들의 기회비용으로 성공을 했을 때 맏아들은 동생들에게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물음이 결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민들의 물음으로 확대되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문제로까지 확대가 된다.. 그리고 결론은 도덕적으로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게 끝이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쉽다.. 며칠 전 읽은 '88만원 세대'가 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것보다 훨씬 더 쉽다.. 중학생.. 혹은 초등학생까지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일부 전문적인 용어만 제외한다면..) 난이도이기 때문에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쉽게쉽게 읽을 수 있다.. 집중해서 읽으면 2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처음에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시작을 한다.. 삼남매 중 맏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되어 부자가 되었을 때 과연 이 맏아들이 기회비용을 빼앗긴 동생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야 하는지 계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저자는 마이클 샌델(아.. '정의라 무엇인가'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인가..)의 자연적 의무, 자발적 의무, 연대 의무의 관점에서 어째서 보상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하고 심지어는 그 금액까지 계산을 하려고 한다..(대단한 계산은 아니다..) 그리고 어째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설명을 하고..(거의 도덕적 의무의 관점에서..)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책임까지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내용은 위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들을 들고 있다..

책의 주제는 마음에 든다.. 게다가 최근 경제문제에 있어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분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도 상당히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그것뿐이다..

이 책은 '맏아들=대기업=선진국'이라는 하나의 아이디어와 맏아들이 동생들한테 보상해야 하는 금액을 경매를 통해 산출하는 두 가지 아이디어만 약간 신선했다.. 그리고 잘 모르던 '존 롤스(후에 찾아 보니 이 사람도 샌델 교수가 언급한 사람이었다.)'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그 외에는 계속해서 동어반복을 나열하다가 마지막에는 현재 사회 현상들을 내가 보기엔 그다지 개연성 없이 늘어 놓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생겨난 데 대한 고민도 엿보이질 않고, 현상을 자세히 표현하지도 않았고, '도덕적으로 나누어야 한다'거나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 책의 저자가 경제학과 교수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책들은 읽어 보고 추천하는건지..)

저자에겐 죄송하지만 이 책은..

경제학과 교수가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린 후에 비슷한 내용을 여러번 반복해 써가면서.. 중간중간 일년동안 신문만 읽었어도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이런저러 사례들을 삽입하여 (추측하건데..) 한달 이내.. 혹은 (저자가 경제학과 교수라는 점을 감안하면..)일주일 이내에 별다른 고민 없이 주욱 써내려간 책이다..

띠지에 이렇게 써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양극화, 그 실체와 비밀을 벗긴다.', '99%는 왜 가난한가?'

휴우.. 양극화 문제는 제대로 건들지도 못했다..

정말 자신이 이 사회가 양극화됐는지조차 모르겠다면 읽어도 좋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는 뉴스를 보고 가끔 인터넷으로 기사 검색도 하고 재벌이 나쁘고 싫은 정도의 감정만 가지고 있으면 안 읽어도 된다..

사회에 관심 전혀 없는 1%에게만 추천.. 나머지 99%에게는 비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비레드 - 삶의 숨은 진실을 찾는 15편의 심리동화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영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유명한 작가의 글을 읽었는데 이해하기가 어려우면 대개의 경우 다음의 두가지고 반응이 엇갈리게 마련이다...

 '내가 잘 이해를 못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1.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읽어 본다...

2. 자신의 무지를 한탄하며 덮어 둔다...

나는 대체로 1번인데 끝까지 욕하면서 읽는 편이다...

루비레드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심리학 에세이집의 저자가 지은 '동화책'이다... 책이 나온 순간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라는 뜻이다...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사고 싶었던 다른 책과 함께 냅다 질러 버렸다...

루비레드는 첫번째 동화의 제목이다... 백설공주를 패러디한 동화다...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서 부언하면... 백설공주가 영어로 Snowwhite이고 이 이름에 빗대어 Rubyred라고 작명을 한 것이다... 사무실 사람들한테 물어 보니 다들 모르길래...)

일단 읽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당황이 되기 시작했다... 도대체가 동화라고 하는데 쉬워야 하는데 작자의 의도를 전혀 알 수가 없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겠는데 기본적인 플롯조차 파악하기 힘들고... 뭔가 뜻이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뜻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아니 나로서는 불가능했다...

결국 200페이지 남짓한 동화책을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인 교육은 받았고 요즘들어 한달에 두세권씩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내가 이해를 할 수 없었다는 거다...

이게 과연 내 문제일까?

다 떠나서 로렌 슬레이터의 이름을 지우고 나면 이 책은 나에게 아무것도 감흥을 주지 못한다... 정말 내용은 아무렇게나 끄적여댔고... 인과성도 없으며 그렇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내용들이 계속해서 씌여져 있다... 게다가 머리글에 보면 마치 이 책이 무슨 심리에 대한 치유적인 효과가 있는 듯이 쓰여 있다... 과장이다...

한가지 내가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은 내가 심리학에 일천하여 심리학자가 쓴 글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이 책은 대중을 대상을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로렌 슬레이터가 얼마나 동화를 못 쓰는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읽어도 좋고... 정말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것을 파악할 수 없는(혹은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내용의 책에서도 감동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읽어도 좋다... 하지만 로렌 슬레이터의 전작에 감동을 받아 이 책을 집어 든다면 말려 주고 싶다...

오늘부터는 같이 산 책인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