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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반성문 -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 전문가 된 교장 선생님의 고백
이유남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실패한 엄마였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다. 엄마의 말에 거역을 해 본 적이 없고, 학교에서는 전교 1,2등을 밥먹듯이 한다. 말썽 한 번 피우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이제 곧 있으면 국내 최고의 대학에 진학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어느날 자랑스럽던 아들이 학교를 자퇴해 버리겠다고 선언을 해 버린다. 학교 선생님으로서 항상 최고의 평가를 받아 왔던 엄마는 자신의 인생 커리어에 큰 흠집이 낼 이 사건을 받아 들일 수 없지만 결국은 항복을 하고 아들은 자퇴를 하고 만다. 뒤이어 얌전히 있던 딸마저 오빠를 따라서 자퇴를 하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엄마는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되어 딸이라도 말리려고 하지만 결국 딸까지 자퇴해 버린다. 승승장구하던 교육자이자 칭찬받는 두 아이의 엄마. 이 책은 최악의 상황에서 그런 고난을 이겨낸 승리의 기록이다.
저자 이유남. 현직 교장선생님이면서 코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성공한 엄마가 되었다
엄마는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 처음에는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려고 해도 대화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점점 말이 없어지고 간혹 대화를 하려고 해도 수많은 가시돋힌 말만 오간다. 서로 상처만 주고 아이들은 방에 틀어 박혀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흘러간다. 아이들이 점점 더 망가져 가고 있다는 생각에 엄마는 뭐라도 하려고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엄마는 코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는 노력을 하는 사이에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은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바람직한 삶을 살게 된다. 해피엔딩.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는데 심리학에 코칭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코칭심리학은 '일상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룹의 수행향상 및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일련의 활동'이다.(한국심리학회 홈페이지의 정의) 최근에 유행을 타고 있는 것 같은데,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건강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코칭심리학이 문제 자녀 교육에 적합한지는 살펴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여러 사례를 보면 코칭심리는 비즈니스 쪽에 더 많이 활용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까지..이 책은 실패했던 한 엄마의 성공기이다. 초등학교 교장인 저자가 실패할 뻔했던 자녀의 교육을 성공시킨 경험담이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좋은 결과를 빚어냈으니 박수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박수를 보내는 것은 보내는 것이고, 이 책이 좋은 책이냐고 물어 본다면 그건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좀 심각하게 고민을 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 책이 그저 성공기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많은 엄마들에게 이정표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지인들에게 들으니 이미 맘카페에서 이 책에 대한 소문이 많이 퍼져서 필독서처럼 인식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위험한 책이다.
명확하지 않은 이론을 확정적으로 설명한다책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몇몇 코칭전문가에 의한 주장을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그 곳에 정답이 있다고 단정을 짓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를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영장류의 뇌로 분류하고 영장류의 뇌를 가진 인간이 바람직한 인간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두엽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연구가 의미있는 것일 수는 있다. 하지만 반드시 정답일까? 뇌를 저렇게 극단적으로 분할하여 설명을 하는 것이 가능한 걸까? 정말 전두엽이 활성화가 되면 인격과 그렇게 관련이 깊은 것일까? 과학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근거를 내밀며 그것이 정답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 점이 너무나 불편하다.게다가 좀 심하게 말하자면, 저자가 뇌와 인격이라는데 대해서 이해도가 깊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교육자이긴 하지만 심리학을 심도있게 공부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저 몇 명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그 의견과 자신의 경험을 버무려 놓았기 때문이다. 얕다. 너무나도 얕다.
나는 인간의 교육과 성공을 다루는 모든 책에서 정답이 있는 것처럼 쓰는 책은 믿지 않는다.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시키는 위험성
저자는 분명히 자녀 교육에 있어서 성공을 했다. 하지만 이 경험이 모든 부모에게 확실히 적용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큰 문제이다. 책을 보는 내내 저자가 교육에 성공한 사람들은 저자의 자녀 2명이다. (그 외에 다른 예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 밖에는 여러 곳에 초대되어 코칭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딱 두 명의 교육에 성공한 것을 가지고 다른 아이들도 나처럼 코칭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 괜찮은 건지 책을 읽는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아이들이 같은 교육을 받으면서도 다르게 성장한 케이스를 알고 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은 특성에 맞게 교육을 받아야 하고, 정답이라는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정답을 말해 주고 있다. 그게 정말 정답이라고 어떻게 보장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 때문에 위험하다
179~180페이지의 대화를 보자. 올바른 대화의 예시를 들어 놓은 것이다.
엄마 : 너 밥먹고 뭐 하고 싶어?
자녀 : 저 게임하고 싶어요
엄마 : 그래, 게임이 하고 싶어? 요즘은 어떤 게임이 재미있니? 게임을 하면 어떤 점이 좋아? 얼마 동안 하면 좋을까?
자녀 : 엄마, 저 1시간만 할께요.
엄마 : 1시간 하고 싶구나. 그런데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네가 숙제도 있고 문제집도 풀어야 하고 할 일이 많아. 만약 1시간 동안 게임을 하면 오늘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거나 늦게 자게 되어 내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까 봐 걱정이 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아이는 결국 엄마 말대로 아이가 게임을 하지 않고 숙제를 하고 일찍 잔다는 것인데.. 이게 정말 아이를 이해하고 하는 대화라고? 그냥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아이에게는 답을 정해 놓고 돌려서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난 저자가 이런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이 상상으로 쓴 부분인 것 같다. 이런 대화로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아이라면 코칭이고 뭐고 필요하지 않은 부모가 생각하기에 바람직하고 훌륭한 자녀다.
하나 더 들어 보자.
152페이지를 보면 '전두엽을 활성화하려면'이라는 단락이 있다. 그 방법을 보자.
1.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2. 듣기보다 말하기, 쓰기를 많이 하기
3. 외국어 배우기와 책 읽기
4. 창조적인 생각과 활동하기
5. 스스로 계획 세우고 시간 관리하기
좋은 얘기들이긴 한데.. 1번은 그냥 그렇다고 치자. 2번부터 5번은 그냥 '공부잘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바꿔 놓아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이 두가지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부모가 아이들을 다그칠 수 있는 근거를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을 괴롭히는 극성 엄마가 아이들을 이해하는 척하는 극성 엄마로 바뀔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책에서 엄마의 역할만이 강조되는 것을 불편해 하고 있는데, 그것까지 얘기할 생각은 없다. 엄마를 아빠로 치환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정답? 그런 거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자기계발서와 다를 것이 없다. 자기계발서는 읽었을 때는 마치 인생의 진리를 알아차린 것같은 착각을 하게 되고 그대로 하면 성공을 보장할 것 같은 환상을 심어 준다. 하지만 결국은 인생에 그런 거 없다는 걸 결국에는 깨달을 수밖에 없다. 책은 팔리지만 그대로 성공하는 사람은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영어 공부 안해도 영어 성적 오를 수 있다고 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어떤 책은 믿고 바라기만 하면 이루어 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꿈만 꾸고 살게 했다. 어떤 책은 마시멜로 하나 먹지 않으면 인생에 승리한다고 했다. 어떤 책은 청춘은 아프고 천 번을 흔들리면 성공할 것처럼 얘기했다. 그런 책들이 결국 어떤 운명을 겪었는지 모두들 알 것이다. 이 책도 비슷하다. 코칭을 하면 아이가 바람직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도 앞의 책들과 같이 믿고 따르기만 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 같은 희망을 안겨주는데 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대로 따라 했는데 실패한다면? '네가 제대로 따라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거야'라고 쉽게 발뺌할 수 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정답같은 건 전혀 없으며, 극단적인 경험에 의해서 쓴 이 책이 책을 읽는 개개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근래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심하게 비판을 했다. 사실은 좀더 심하게 썼다가 좀 순화했다. 저자가 자신의 자녀들과 소통을 하려고 했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굉장한 인내와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아이들을 바람직하게 발전시킨 것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서 멈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극단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쓴 이 책이 다른 부모들이 자녀를 교육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너를 이해하면서 교육을 하는데 넌 왜 안 따라오니?'라고 생각하게 하여 악화된 상황을 아이에게 떠넘길 수 있는 핑계거리는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녀의 교육에 실패했다가 성공한 교장선생님의 경험을 통하여 일반적인 부모들도 이대로 따라하면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시킬 수 있다고 설득하는 교육서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계발서이면서 코칭교육 홍보를 위한 책이다.
추천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