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는 작고 검은 <보석> 하나가 들어 있고, 그 보석은 거기서 내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얘기를 부모님한테 들은 것은 6살 때의 일이었다. - P241

보석이 떠올리는 생각이 내가 떠올리는 생각과 어긋나는 경우, 교사는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곳저곳을 수정했고, 보석의 생각이 나와 똑같아지도록 변화시킴으로써 보석 전체를 조금씩 재구축했다.
무슨 이유에서? 내가 더 이상 나일 수 없게 되면, 보석이 나를 대신해 주기 위해서다. - P241

나는 진짜로 나일까, 아니면 내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조그만 보석일까. - P242

애당초 ‘나‘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2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가 되어 있는 마당에,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 P256

가능한 해석은 단 하나뿐이었다. 나는 <전환>해 버렸다. 저절로 내 뇌는 아직도 살아 있는데도 보석이 내 몸을 차지한 것이다. 망상하고 있었던 최악의 사태가 모두 현실이 돼버렸다. - P258

아아, 최소한 히스테릭한 웃음이라도 터뜨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좋았을까. 내가 보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에.
<교사>가 고장 나서, 더 이상 유기뇌와 나를 동기화시킬 수 없게 됐던 것이다. 나는 갑자기 무력해진 것이 아니었다. - P260

도둑 소굴을 의미하는 엘니도 데 라드로네스 El Nido de Ladrones는 서부 아마존 저지대에 자리 잡은 너비 5만 제곱킬로미터의 타원형에 가까운 지역이었고, 콜롬비아와 페루 국경에 걸쳐 있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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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는 지옥 따위는 자신과는 상관이 없고 근거도 없는 공갈 협박에 불과하다고 믿고 있는 죄인들에게 자기 죄를 뉘우칠 강력한 세속적인 동기를 제공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의인들 역시 이 반박할 수 없는 하나님의 지원과 칭찬에 고무받고 평소의 다짐을 한층 더 공고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 P181

SVC가 질 점막이나 전립선이나 세정관상피의 세포들을 감염시켰을 경우, 감염된 세포들은 콘돔의 주재료인 각종 고무를 분해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몇십 종류의 효소를 제조하고 분비한다. - P190

SVD는 숙주 세포로 하여금 혈관벽 구조 안정화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를 강제적으로 분비하도록 한다. 그 결과 SVD에 감염된 환자는 전신에서 대량 출혈을 일으킨다. - P192

신종 전염병의 뉴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별개의 죽음들로 간주되는 단계를 겨우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건 당국에서도 이미 조사에 나섰지만, 모든 데이터를 수집할 여유는 아직 없었으므로 당연히 섣부른 발표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어차피 때는 이미 늦었다. - P197

어딘가의 전염병 학자가 간통자와 동성애자들만 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도, 그 사실은 아직 보도기관까지 전달된 것 같지는 않았다. - P198

넌 자기가 하는 일이 옳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 것 같진 않아. 자기가 한 선택인데도 전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어서, 단지 네가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일념으로 너와는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 머리 위에 유황과 지옥불을 쏟아부어 줄 하나님을 필요로 했던 거야. - P202

"...마치 액체 질소로 뇌를 꽁꽁 얼린 다음에, 그걸 다시 산산조각낸 느낌이었어!" - P211

대뇌 임플란트 기술은 원래는 비즈니스 종사자나 여행자들에게 즉각적인 외국어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탓에 결국 어떤 엔터테인먼트 재벌에 인수되었다. - P213

삽입된 임플란트는 뇌 안으로 진입한 다음 나노머신 대군을 방출해서 목적하는 신경계를 찾아내고, 그것들과 결합한 후 미리 정해둔 시간(1시간이든 무한대든 원하는 대로 설정 가능하다) 동안만 활성화됨으로써 목적한 작업을 수행한다. - P224

나는 내가 진심으로 앤더슨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유쾌하지 않은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고, 설령 그런 생각이 아무리 혐오스럽다고 해도 나 자신에게 충실하려면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외의 행동은 위선이고 자기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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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애틀랜타의 거리에서 십여 명의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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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양팔을 붙잡고 진정시켰다. "지금부터가 힘들어요. 네트워크가 안정될 때까지는 이런 식의 충동이 솟구치거나 온갖 감정에 사로잡히는 일이 빈번히 일어날 겁니다. 당신은 차분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뭐든 깊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의뇌 덕택에 당신이 익숙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걸 제어하는 건 여전히 당신이니까요." - P106

나는 4,000명의 가상 뇌 제공자들로부터 그들의 최소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취향을 물려받는 대신에, 최대한으로 잡다한 미적 감각을 이어받았던 것이다. 수술을 받은 지 벌써 열홀이나 지났지만, 나 자신의 독자적인 제한 인자나 취향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 P109

두라니는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의뇌를 완전히 끌 수도 있어요. 수술할 필요는 전혀 없고, 단지 스위치를 끄기만 하면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갈 거예요." - P111

네트워크는 나를 양성애자로 바꿔놓았다. 나는 일찌감치 내 성욕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가장 마초적인 제공자보다 훨씬 더 낮은 위치에 고정시켜 두었지만, 이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를 선택하려고 하자 모든 것이 유동적으로 바뀌어 버렸다. - P123

언제든 머릿속의 버튼 몇 개의 위치를 움직이기만 하면 그런 감정들을 사라져 버릴 수 있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줄리아에 대한 내 감정이 진짜라고 어떻게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 P132

결코 바뀌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S 중독자가 현실을 뒤섞기 시작하면, 사태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그 <소용돌이>속으로 파견되는 사람은 언제나 나다. - P143

개략적으로 말해서 나는 말이 안 될 정도로 불변한 존재이며, 여러 평행세계에 사는 ‘나‘들은 대다수 사람의 경우보다 훨씬 더 서로를 닮았다고 한다. - P143

S는 사용자에게 자기 분신이 살고 있는 어떤 평행세계에서도 해당 분신의 삶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쌍방이 대뇌생리학적으로 충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 S 사용자는 분신에 대해 기생적인 공명 링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49

밧줄이 풀리면 다른 세계들로 전이하며 토막 날 가능성 역시 증대하므로, 신속한 행동이 관건이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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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분은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순간 나는 질끈 눈을 감았고, 안도한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했다. 39시간 동안이나 한숨도 못 자고 대기하면서 나는 불확실성 쪽을 두려움보다 훨씬 더 끔찍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외과의사들로부터 크리스가 위독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거의 희망을 버리기 직전까지 갔을 정도였다. - P9

"미리 확인해 둘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고객님의 보험 약관은 새로운 몸이 성장하는 동안에는 의료 기관의 인가를 받은 생명 유지 수단 중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을 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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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보험사 입장에서는 뇌만 살려두고 싶다는 거군요. 그 방법이 가장 싸게 먹힌다는 이유로?" - P12

"이 과학기술은 누구에게든 완벽하게 정상적인 삶을 제공합니다. 병세가 아무리 위중해도,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부상이 아무리 심각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들고, 가용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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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어떤 식으로든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현 정부는 그게 누구인지를 정하는 최선의 방법은 시장 원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 P18

의사들이 내 자궁에서 뇌를 꺼냈을 때는 적어도 안도감을 느꼈어야 마땅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감동도 없었고 희미한 불신감을 느꼈을 뿐이었다. 시련이 너무나도 오래 계속된 탓에 이토록 쉽게 끝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트라우마도 없었고, 거창한 의식도 없었다. - P33

지금 우리 모습을 보고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뇌를 마치 자기 아이인 것처럼 사랑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다. - P37

시드니 도심의 보행자 전용 도로인 마틴 플레이스는 점심시간에 몰려나온 인파로 평소처럼 북적이고 있었다. 나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을 초조하게 훑어보았다. 그 시간에 거의 가까워졌는데도 앨리슨은 아직 코빼기도 내밀지 않는다. 1시 27분 14초. 설마 나는 이토록 중요한 일을 잘못 기록한 것일까? - P43

앨리슨이 말했다. "자, 가자. 음식은 한참 뒤에나 나올지도 모르지만, 기다리면서 서로 할 얘기도 많잖아. 모든 얘길 모조리 읽고 온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넌 정말 따분해할 게 뻔하니까." - P45

시간 역전 은하를 발견했다는 첸의 발표에 대해 학자들은 만장일치에 가깝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첸이 그 은하의 좌표를 공표하는 것을 거부했으므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 P47

대량의 진통제와 진정제를 투여받으면서 프리아는 내게 말했다.
"제임스, 난 이런 좆같은 경험의 진상을 절대 과거의 나에게 털어놓지 않을 거야. 얼마나 끔찍했는지도 절대 얘기 안 해. 그걸 읽으면 어린 나는 죽도록 두려워할 게 뻔하니까 말이야. 너도 그러는 편이 나을걸."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틀림없이 그러마 하고 맹세했다. - P54

2004년 9월, 12살이 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나는 거의 지속적으로 행복한 상태에 돌입했다.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학교 수업 중에는 지루한 것들도 물론 있었지만, 성적은 충분히 좋았기 때문에 마음 내킬 때마다 백일몽에 빠져들어도 아무 문제도 없었다. - P75

루엔케팔린은 고통이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긴급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분비되는 진통 물질이 아니었고, 상처가 나을 때까지 동물의 지각을 마비시키는 마취 효과도 없었다. 실은 이 물질은 행복감을 표시하는 주요 수단이며, 행동이나 상황이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에 분비된다. 이 단순한 메시지는 다른 수많은 뇌내 활동에 의해서도 조율되며, 그 결과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긍정적인 감정의 팔레트가 만들어진다. 루엔케팔린이 목표 뉴런과 결합하는 것은 다른 신경전달물질들이 만들어 내는 연쇄의 첫 번째 고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이런 복잡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의 단순하고 명명백백한 사실을 증언할 수 있다. 루엔케팔린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 P78

종양이 루엔케팔린의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뉴런 수용체의 수가 줄어들었거나, 헤로인 중독자가 수용체들을 차단하는 자연산 억제 분자를 만들어 냄으로써 마약에 대해 둔감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몸이 ‘루엔케팔린 내성‘을 갖추기에 이르렀는지 궁금했다. - P87

마침내 신경과 병동에 입원했을 무렵에는 MRI 스캔으로 내 뇌에서 죽은 부분들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했다고 해도 그 진행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했던 것은, 나의 두개골 안으로 손을 뻗쳐서 행복의 메커니즘을 부활시킬 힘을 가진 사람은 이제 없다는 점이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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