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칵,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을 열자 처마 끝에 앉아 있던 참새들이 파드닥 날아올랐다.
참새들은 일직선으로 도로를 가로질러 역 승강장까지 도망쳤다. 여느 때보다 수가 많은 걸 보니 누가 모이를 준 모양이다. 이 근처에는 잘 가꾼 넓은 정원이 있는 옛날식 개인주택이 많으니, 정원에 날아드는 새들을 돌보는 사람 한둘쯤은 있으리라. - P7

나는 책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다.
그 사실을 새삼 뼈저리게 깨달았다. 자랑스럽게 밝힐 일은 아니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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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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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와 가지야마 도시유키를 말랑말랑하게 섞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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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그날, 기타가마쿠라의 언덕을 내려온 나는 철길옆 좁은 골목을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하얀 반팔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매미 소리가 귀 따가울 정도로 가깝게 들렸다. 여기저기 수국이 아직 지지 않았는데, 장마가 끝나자마자 벌써 여름이 시작되어 있었다. - P7

"할미는 네가 책을 좋아하는 아가씨와 결혼하면 좋을 것같다. 네가 읽지 못해도 이것저것 책 이야기를 해줄 테니 말이야. 하기야 책 좋아하는 책벌레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법이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만." - P27

"에리하고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어쩜 모자가 똑같이 할머니 마음을 몰라주니."
이모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할머니를 오래 봐온 나는 알아. 할머니는 너와 에리를 제일 예뻐하셨어. 돌아가시기 전에 갔던 마지막 여행에도 너희 둘을 데려갔잖아. 처음에는 우리 바깥양반이랑 내가 따라가겠다고 했는데, 할머니가 싫다고하셨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 P80

고우라가에서 키가 큰 사람은 어머니와 나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덩치가 작았다. 우리 둘은 할아버지와는 닮은 구석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 P89

"책등빼기가 뭡니까?"
.
.
"고서점에서 싸게 파는 책을 사들여 높은 값에 되파는 일이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해요. 시다 씨는 이 일대의 서점과 고서점을 매일같이 돌고 계시죠." - P115

절판본이란 뒷권으로 갈수록 구하기 어려운 법이라고. 상권만 샀다가 하권을 놓치는 사람은 있어도 그 반대는 없잖아? 하권은 시장에 얼마 나오지 않으니, 그만큼 값어치가 올라가는 거지. - P118

나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전의 ’소세키 전집‘때도 그랬지만 사소한 실마리를 가지고 용케도 여기까지 생각해내다니 대단하다. 그것도 병실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 P129

책장을 넘기는 시노카와 씨의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희미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휘파람을 부는 모양이었지만, 여전히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 P175

‘지금 아가씨는 삼단논법에 따라 말했어. 멍청한 사람은 그러지 못하지. 아가씨는 바보가 아냐.‘ - P208

지난 두 달 동안 왜 오바는 시노카와 씨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을까?
「만년」을 양도해 달라고 했다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을 리 없다.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던것일까?
어쩌면 만년을 손에 넣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 P280

"극히 적은 부수만 발행되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책이 이렇게 완벽한 형태로 남아있는 건 기적이야. 나로서는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더 놀랍군. 책의 내용뿐 아니라 이 책이 거쳐 온 운명에도 이야기가 존재해. 나는 그 이야기까지 가지고 싶은 거다." - P287

"고우라 씨는 책을 읽지 않으니까...."
시노카와 씨는 주저하며 중얼거렸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좋아하는 책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고작 책 한 권에 불과하니까요."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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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로리애나는 확성기를 켰다.
‘알립니다! 알립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경보음보다 더 크게 울렸다. ‘수확자들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반복합니다. 수학자들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환초군 전체가수확 대상으로 찍혔습니다.’ - P664

콰절레인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고더드는 지금 보고 있는게 뭔지 확신하지 못했다. 고리 모양으로 모인 군도 가장자리를 따라서 있는 반짝이는 하얀 탑들? 처음에는 새로운 인듀라인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 P672

<널 박살내주마, 로언. 내가 내리는 최후의 심판 삼아서 한방에 너와 아나스타샤를 박살내주마. 너무나 뜨거워서 널 기억할 뼛가루조차 남지 않을 화염에 태워 주마.>
조종사가 비행기를 날카롭게 틀었고, 고더드는 미사일을 날릴 준비를 했다. - P682

세상은 이미 고더드의 다른 범죄도 다 알았다. 랜드는 또 다른 범죄의 공범이 되어 같이 추락할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그녀의 이름은 너무 많은 면에서 고더드와 엮여 있었다. 이제 탈출할 때가 되었다. 이제그녀는 고더드를 막은 수확자로 알려질 것이다. - P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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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 짓고 있는 거대한 발진 항구에 대해 이야기하는사 람은 놀랍도록 적었다. <우주항>이 아니라 <발진항>인 것은, 우주항이라고 하면 그 우주선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 우주선들에는 어떻게 보아도 귀환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 P564

패러데이는 혼자 조용히 살겠다는 바람이 확고했다. 안전장치를 찾겠다는 꿈은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죽었다. - P565

멘도사는 심호흡을 하더니 주장을 펼쳤다.
「저는 공격적인 음파교 분파들을 움직여서 예하께서 적이라고 여기는 지역들을 공격하고, 골치 아픈 행정부를 무너뜨릴수 있습니다.」
「그 대가로 자네가 원하는 것은?」
「존재할 권리요.」 멘도사가 말했다. 「저희에 대한 공격을 중지시키고, 음파교인들은 공식적으로 편견에서 보호받는 계급이 되는 겁니다.」 - P580

수확자 패러데이는 언젠가 로언과 시트라에게 그들이 <사신>이 아니라 <수확자>라고 불리는 것은 그들이 살해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들은 사회가 세상에 공정한 죽음을 가져오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 P599

「선더헤드가..... 새로운 선더헤드를 만들어 낸 건가?」
「맞았어요! 하지만 키루스라고 불러 주면 좋겠군요. 난 폭풍 위에 떠오르는 구름이거든요.」 - P622

「수확당한 이들은 세상에서 죽은 사람이죠. 키루스가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닙니다. 나는 선더헤드를 묶어 놓은 법에 구애받지 않아요. 나는 선더헤드가 한 맹세를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난 불미자에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확당한 이들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가 오면 그렇게 할 거예요. 일단 각각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모든 내가 모든 시신을 되살릴 겁니다.」 - P629

키루스는 환초에 살고 있는 사람 누구에게도 강요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누구든 남고 싶은 사람은 남을 수 있었다. 떠나고 싶은 사람은 우주선 한 대에 30명씩 수용할 것이다. 우주선마다 선더헤드와 똑같이 현명하고 자비로운 키루스가 하나씩 있을 것이다. 키루스들은 양치기 겸 하인이 될 것이다. 별을 향해 올라가는 인류를 도울 것이다. - P631

「이기적이라고요? 난 평생을 음파에 헌신했어요!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요! 아무것도!」
「그것도 건강하지 않아요.」 키루스는 말했다. 「인간에게는 이타심과 스스로를 돌보는 마음 사이에 균형이 필요해요.」 - P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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