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을 뺐다.  

평범한 피부과에서 뺄까, 입소문이 났다고 하는 신빙성 없는 병원에서 뺄까,  

고민하다가 결국 가까운 신빙성없는 병원에서 뺐다. 3일짼데 아직 아물지 않는다. 이대로 빨갛게 패여있을까봐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잡히는 순간들만 빼면 견딜만 하다. 이제 나이가 있어서 피부 재생속도가 늦는 거라고 위안하고 있다.  

2. 내시경을 했다. 

일반 내시경을 할까, 수면 내시경을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일반내시경을 했다. 엄마가 마취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다고 해서, 난 엄마 차를 타고 집으로 가야 했기에 그냥 일반 내시경을 했다. 2~3분만 견디면 되니까 뭐. 한 번 해봤으니까 더 무서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했다. 딱히 수면 내시경을 포기한 걸 후회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괴롭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아주 힘들었다.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물이 나오는 걸 모를 정도로 목구멍의 이물감이 괴로웠다.  

3년 전에 그랬듯이, 아무 이상 없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씁쓸해했다.  

3. 운전 면허증을 땄다. 

도로주행 시험을 보고 있는데 경찰차가 삐용삐용 싸이렌을 울리며 우측으로 차를 대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난 차를 아주 잘 댔다. 조금 전 우회전을 할 때 보행자가 없어서 보행자신호를 위반한게 신호위반이었던가, 운이 나쁜 예로 들던 실격자들의 사연의 주인공이 되는 건가, 덜덜 떨었다. 하지만 내 잘못이 아니라, 차에 달고 하던 번쩍거리는 경조등(?)이 문제였다. 

살면서 가끔 운이 나쁠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지금이 아니어서 무척 다행이었다. 

4. 사람들을 만난다. 

군산에 갔다가 군산에 있는 친구와 함께 전주에 가서 영화를 봤다.  

영화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내가 경주 여행을 할 때의 메이트가 저질체력이라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투덜댄 것에 대해서 한참 불평을 해대서, 이 친구는 힘든데도 힘든단 말을 하지 못하고 참았다고 해서 무척 미안했다.  요즘 나는 다리만 튼튼해져서인지 걷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졌는데, 이게 메이트들을 힘들게할 수도 있다는걸 알았다. 문제는 저질체력인 친구들에게 있었던 게 아니라 나이에 걸맞지 않게 미친듯이 걷는 버릇이 들어버린 내 습관에 있었다.  

난 걸음이 느리고 뭘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서 오히려 '뭔가를 해야한다.'는 여행자들과 트러블이 있으면 있었지 한가로운 여행자들과 트러블이 있을리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사람이 변하긴 변하는 것인지 어째 난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로 계속 변모해가는가보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요즘 계속해서 상처주는 나의 '말'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고치고 싶은데, 언제나 그렇듯 입에 체를 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계속 노력해왔던 일이었는데 잠시 수수방관 했다고 다시금 지적을 받다니! 

취향은 변하지만 타고난 성정은 변하지 않는것인가.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술과 책과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두고, [신데렐라 언니]를 함께 보고, 촛불과 음악을 아낌없이 주며 나를 사랑해 마지 않는 까칠한 나의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와 애정을 전한다. 

P.S 이 페이퍼를 쓰게끔 한 충격!내시경체험기!를 기대해 주신 분께도 애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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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0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계단을 오르고 있으신거죠? 그래보입니다. 잘 다녀오시고요.. ^^

Forgettable. 2010-05-03 10:4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고맙습니다 :)
돌아오신건가요? 서재에서 종종 뵈어요!!

계단을.. 한동안 오르지 않기로 결심해서 이게 힘든건가 싶기도;

머큐리 2010-05-0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운전면허증 취득을 축하합니다...ㅋㅋ 내시경으로 검사한 내부(?)가 건강한 걸로 보아 피부도 나이를 극복하고 곧 재생에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ㅎㅎ

Forgettable. 2010-05-03 10:47   좋아요 0 | URL
호호호

하지만 며칠간 연이은 음주때문에 도대체 새살이 올라오기는 올라올 것이냐는 공포감에 또 휩싸여 있고요. ㅠㅠ 아, 얼른 아물고 싶어요;

어젠 저녁시간 잘 보내셨는지..ㅎㅎ

순오기 2010-05-0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기 전에 숙원사업 다 해치우고(^^) 부담없이 다녀오겠군요.
건강한 거 축복이에요.^^

Forgettable. 2010-05-03 10:47   좋아요 0 | URL
네. 이제 짐만 싸면 되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

2010-05-02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3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고보니 저도 점 뺀지 좀 되었는데 벌써 점박이가 되어가네요;
아무튼 운전면허증 딴거 축하드려요 ㅎㅎ 이제 현대인의 발을 가지게 되셨네요.
전 왠지 운전을 하게 되면 사회의 교통안전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것 같아 포기했어요;
상처주는 말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이번 학기에 듣는 심리학 과목에서 배웠는데,
일단 상처주는 말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걸 하는 빈도와 하게 되는 원인을 체크한 다음,
그걸 대체할 다른 행동, 예컨데 칭찬하기, 노래하기-_- 등을 습관들이면 된다더라구요.
말은 참 쉬운데;; 어려워요. 그래서 심리학인가 봐요.

Forgettable. 2010-05-03 10:51   좋아요 0 | URL
저 벌써 엄마차 운전 해봤어요! 엄마가 옆에서 계속 밟으라고;; 참..........
아직 운전은 무서워요. ㅠㅠ

심리학은 무척 어렵군요! 비난하려던 걸 자제하고 칭찬, 혹은 노래를 하라니! 아, 제 취약점이에요 ㅠㅠ
왠지 칭찬을 하려 하거나 인사치레, 노래를 하려면 낯이 뜨거워져서 ㅠㅠ
어려워요, 어려워.

벌써 5월이네요 코님. 교정기를 낀 첫 주 즐겁게 잘 시작하시길 :)

Joule 2010-05-03 22:01   좋아요 0 | URL
근데 제가 노래하면 사람들이 '차라리 그냥 나를 욕해'라고 할 텐데 그럴 땐 어떡하죠. 흐음.

Forgettable. 2010-05-04 12:41   좋아요 0 | URL
오히려 노래를 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려던 원래의 계획도 달성하고, 동시에 착한 사람도 되고.

오호, 은근히 묘안인데요!ㅋㅋ

잉크냄새 2010-05-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나다로 잠시 떠나신다는 글을 보았네요.
어디서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Forgettable. 2010-05-04 12:44   좋아요 0 | URL
아, 잉크냄새님! 고맙습니다. :)
제가 캐나다 간다고 서재도 못하는게 아닌데 다들 인사하러 찾아와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헤헤

글 자주 올려주세요!

Joule 2010-05-0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포지 님 캐나다 사신다니깐 꼭 환영회 받으세요. 왠지 잘해주실 듯. 가시기 전에 전번이라도 미리 따놓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괜히 걱정이 태산.

Forgettable. 2010-05-04 12:48   좋아요 0 | URL
네. 거하게 환영해주실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ㅎㅎ
아, 쥴님의 염려를 받는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자주 소식 전할게요.

Arch 2010-05-0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바꿨군요! 뭔가 풀어야할 것 같은데요. ^^

다락방 2010-05-0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서재를 바꿨네요!!

Arch 2010-05-06 16:29   좋아요 0 | URL
찌찌뽕!

Forgettable. 2010-05-0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거친 남자의 서재같지 않아요? 껄껄

Arch 2010-05-06 16:30   좋아요 0 | URL
아니, 뽀 서재 같아요. 흐흐흐
거친 남자를 노렸다면 무효.

다락방 2010-05-06 16:56   좋아요 0 | URL
미치겠다. ㅎㅎㅎㅎㅎ 껄껄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0-05-08 10:20   좋아요 0 | URL
방명록에 가보시면 알리샤남의 '남자'발언이 있다고요. ㅋㅋㅋㅋ
전 폭탄을 가슴에 품고, 퍼즐을 풀어야 하는 치열함으로 고독하게 살거에요.
 


 



 

 

   

 

바래고, 지워지고, 버려진 것들.  

저물녘의 아픔이 날 깨우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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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5-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의 사진은 계속 볼 수 있는거죠??

Forgettable. 2010-05-03 10:53   좋아요 0 | URL
그럼요. :)

순오기 2010-05-0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사진 좋다!!!

Forgettable. 2010-05-03 10:54   좋아요 0 | URL
호호 고맙습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5-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중간 사진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Forgettable. 2010-05-08 16:28   좋아요 0 | URL
역시 실루엣만으로도!
 

계속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있다. 친구도 만나고, 그리웠던 풍경도 마음에 새기고, 무거운 가방, 거친 가방끈에 어깨를 혹사시키면서 지칠때까지 돌아다닌다. 이번 여행에서는 뭐, 언제나 그랬듯이 카메라와 핸드폰의 밧데리가 모두 방전되어 있는 상태였던 바람에 풍경을 글로 묘사하는, 전혀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무모한 시도를 해보았다. 

숨이 트길 기다리는 씨앗과 그 씨앗을 품고 있는 흙.
정돈된 논밭을 가로지르는 강줄기
경북 지방의 수북이 피어난 포도나무 위의 하얀 눈송이 꽃
불규칙적으로 드문드문, 또는 홀로 덩그러니, 또는 마구잡이로 저마다의 꽃을 피워내는 꽃나무들.
유년기의 연약한 연두빛 나뭇잎
서울 거리의 규칙적인가로수 배열이 지겨웠음을 알게 해주는 불규칙의 미학.  

사진찍기를 습관화, 취미화 한 뒤로 풍경 묘사는 부질없는 것이었고, 따라서 책에서 읽는 풍경 묘사 역시 띄엄 띄엄 읽었다. 그러나 내가 보는 풍경에 비해 사진은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것일 뿐이라는 걸 카메라 없는 이번 여행에서 알았다. 바라보는 이의 감정이 담겨 더 아름다운 이 풍경은 글로 남겨질 때 지속적이고 포괄적이며 사진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영원성을 갖는다.

그리고 언제나 빠지지 않는 술. 술.. 술...... 

좋았던 피부는 아련한 옛 시절의 추억일 뿐이고, 식도염은 아무리 약을 챙겨 먹어도 더 심해질 기세. 술이 덜 깨어 하는 면허 강습은 거의 음주 운전 수준. 술김에 내뱉은 헛소리는 누군가의 기억에 아로새겨질 뿐이고. 나의 기억은 그에 비례하여 사라져만 간다. 술을 마시지 않아면 우울하고, 마시면 몸이 견딜 수 없다. 몸이 견딜 수 없음보다 마음이 견딜 수 없음을 더 괴로워 하는 나는 마실 수밖에. 

 
요즘 들어 나는 친구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극도의 조증이 찾아온 것만 같아 보이던 친구의 높은 목소리는 평소의 우울함과 극명하게 대비되어 그것이 슬펐고, 드디어 부모님을 설득하여 제 갈길을 찾은 친구의 뿌듯한 미소 뒤에는 그 동안의 스트레스와 앞으로의 불안감이 엿보여 그것이 슬펐고, 이별의 아픔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한 친구의 깔깔거림에는 아직도 예전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그것이 슬펐으며 겨우 겨우 시간을 맞추어 만난 친구의 반가운 미소에는 삶의 피로함이 엿보여 슬펐다. 

이것은 나의 마음이 슬프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들을 다시 또 언제 볼지 모르겠는 결심을 해버린 무모한 나의 결심에 대한 후회인지, 정녕 우리 모두가 힘든 시간을 감내하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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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자요!
그만 슬퍼하고요!
한번 슬퍼하기 시작하면 끝이 잘 안보여요. 그러니 슬픈 생각은 그만하고 자요.

Forgettable. 2010-04-26 11:54   좋아요 0 | URL
심란합니다. ㅎㅎ
날씨는 왜 이모냥인가요? 저 위내시경 받으러 가야되는데 못가겠어요 ㅠㅠ 우울해 우울해-

블랙먼데이 보내고 계신가효?

다락방 2010-04-26 11:56   좋아요 0 | URL
나도 심란해져 버렸어요. 마지막 만남이라는 말에. 알고는 있었지만. 하아-

이건 무슨, 블루블랙 먼데이야. ㅠㅠ

Forgettable. 2010-04-27 11:21   좋아요 0 | URL
블루블랙으로 염색할까 생각중이에요.
ㅋㅋ

아포지 2010-04-26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도염은 술 마시면 오래 가요...

원래 떠날 날자가 다가오면 마음이 좀 ... 거시기 하답니다.

오늘의 문장은 "좋았던 피부는...." ^^

Forgettable. 2010-04-26 11:57   좋아요 0 | URL
저 정말 미치겠어요. ㅋㅋㅋ 마음이 울렁울렁 거려요 ㅎ

apogue님.. 남의 불행을 기꺼워하시는 분이었던 거에요? ㅠㅠ 저 요새 진짜 피부땜에 고민이 많아요.ㅠ
여튼 따듯한 댓글 고마워요^^

Mephistopheles 2010-04-2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같은 분을 위해 캡슐형 소주, 와인, 맥주가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위장에서 캡슐이 폭 터져서 식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알콜....

Forgettable. 2010-04-27 11:23   좋아요 0 | URL
전 빈속에 소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주는 화끈함을 사랑하는데요..
(식도염이 걸린 이유를 이 댓글 쓰면서 알아챘을 뿐이고)

아이디어는 정말 최고네요. 취기를 조절할 수도 있겠어요!!!

아포지 2010-04-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대략 십년 동안 역류성 식도염 꾹 참고.. 술 마시니까.. 그럭저럭 적응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넘 걱정하지 마세요. 심하게 부담스럽다는 느낌이면, 물 건너가기 전에 꼭 병원에서 마무리 하고요. 건너가면, 일단 "식도염"이 영어로 뭔지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니까요.

Joule 2010-04-27 04:0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식도염이 영어로 뭐예요? 쿨럭.

아포지 2010-04-27 08:41   좋아요 0 | URL
풐ㅋㅋ 이걸 물어 보시는 분이 있을 줄이야... esophagitis라고 합니다.

Forgettable. 2010-04-27 11:25   좋아요 0 | URL
뭐, 저도 한 5년 된듯;;
하지만 요즘은 좀 심각해서 얼른 가봐야겠어요. ㅠㅠ
그냥 일반내시경을 하면 무척이나 괴롭겠지만 짧게 끝나니 참을만 하기는 한데, 그 고통을 아니까 또 선뜻 할 수 없고.. 이 딜레마에 술만 늡니다;;;

식도염을 영어로 찾는 불편함을 덜어주셔서 감사해용. ㅋㅋㅋ

lazydevil 2010-04-27 14:41   좋아요 0 | URL
esophagitis, 이제 발음이 문제네요^^

Forgettable. 2010-04-28 19:51   좋아요 0 | URL
영어로 발음할 일이 없도록 내일 내시경 받을겁니다. ㅠㅠ

lazydevil 2010-04-29 18:01   좋아요 0 | URL
포겟님, 기운내시고... 충격!내시경체험기!! 기대합니다^^

머큐리 2010-04-2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떠나기 전에 망가진 피부 확인해야 하는데...ㅋㅋ
떠나기 전 일정에 머큐리 얼굴 보기 꼭 넣어주세요... 영화나 한 편???

Forgettable. 2010-04-27 11:2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워낙........ 바빠서요. ㅠㅠ
하지만 머큐리님 얼굴은 보고 갈게요. 곧 연락하겠슴당 ^^ ㅋㅋ

자하(紫霞) 2010-04-2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도염, 위내시경...
예전같음 "자~가는거야!"했겠지만...
지금은 몸사리시는 것이 어떠실지...
그나저나 뽀님은 예술가기질이 있으신 듯...

Forgettable. 2010-04-27 11:27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몸 사려야 해요. 예전 같지 않아요.

오호 예술가 기질이라, 제가 좋아하는 평가인데요! 히히
기질은 있으나 능력이 없죠.. (울적)

다락방 2010-04-2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 오후까지 좀 자둬요!!

Forgettable. 2010-04-27 11: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 할일 많은 여자에요. 인터넷 쇼핑해야해요-

2010-04-2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사진은 너무 순간적이고 단편적이에요. 그런데 전 그걸 동영상을 보면서 깨닫게 되어 카메라를 구입할 때 동영상 성능을 검색하게 되더라구요-_- 역시 전 어쩔 수 없는 전자기기 덕후인 것 같다능;
술은... 왠지 술 마시고 나면 다음 날 머리가 아파서 요새 안 마시고 있어요. 숙취는 아니고 뭐랄까... 그러니까 전날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날 아침엔 쌩쌩하고 활기차다가-_- 저녁 쯤이 되면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더라구요.
사실 스트레스성 두통이야 늘 가지고 다니는 거지만, 유난히 그게 심한 듯 싶어요. 어쨌든 몸에 뭔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나니 저절로 줄여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늙어가는 걸 느끼고 있어서? 라기보다는 부모님께서 늘 건강 이야기를 하셔서 저도 고민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제 인생의 피크는 지났고, 남은 건 늙는 것, 몸이 점점 말을 듣지 않는 것, 망가졌을 때 회복이 더뎌지는 것, 쉽게 부서지는 것 등이라고 생각하면 무척 우울하네요 ㅠ

Forgettable. 2010-04-28 19:57   좋아요 0 | URL
순간적이고 단편적이며 프레임에 갇혀있죠. 진짜 그래서 광각을 샀는데도 아직 마음에 안 찰 때가 많아요. 필카 찍다가 디카 찍으니 너무 선명한 느낌이 또 싫더라구요 ㅎㅎㅎㅎ 제 욕심의 끝은 어디?
동영상도 괜찮은 대안이지만 그림을 배워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전 요새 매일매일 술마시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오전에 일정을 다 마치고 와서 집에서 쉬는데 집에서 쉬는게 너무 좋아요. ㅠㅠ 술 마신 다음날 오후에 두통이라.. 진짜 이상하네요. 전 생리때 편두통 말고는 별로 두통이 없는 편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피부가 안좋아지고 위가 약해져서 고생이죠 뭐..

인생 피크가 언제길래 지났단 말입니까?!!!
제 인생의 피크는 아직 오지도 않았어요!
코님은 과음을 하는 편도 아니고 적절한 운동도 해주시는 편이잖아요. ㅠㅠ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거냐능 ㅠㅠ 아직 멀었어요.. 멀었다구요.. 멀었어...(왠지 의기소침)

2010-04-28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1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4-2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뽀님 진짜 가는구나~~~~그럼 언제 돌아와요?
아직 가지도 않은 사람한테 돌아올 걸 묻는 나는, 진짜 아줌마구나~!ㅋㅋ
음~ 뽀님 가기 전에 내가 만나기는 어려울 거 같고, 문자로 송별할게요.^^

Forgettable. 2010-05-01 11:1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가는 것도 몸만 가는거고 알라딘에는 계속 있을 건데 너무 소문이 동네방네^^;;;;

저 금방와요. 1년이면 금방이에요.
문자로 송별해주시는 마음만으로도 무지무지 감사해용^^

후애(厚愛) 2010-04-29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신다는 글 보고 안부인사 남기로 왔어요.
그동안 서재 뜸했는데... 죄송해요.ㅜ.ㅜ
한번 뵙고 싶었는데... 많이 보고싶을거에요.
항상 건강 챙기시고요. 식사도 꼬박꼬박 챙겨드셔야 합니다.
잘 다녀 오세요.^^

Forgettable. 2010-05-01 11:12   좋아요 0 | URL
후애님, 물리적인 거리는 오히려 후애님과 가까워집니다. 하하^^;
캐나다로 가거든요 ㅎㅎ

그리고 저 알라딘 떠나는거 아니에요 ㅠㅠ 조금 뜸해질 수는 있겠지만요.
말씀대로 건강하게 잘 다녀올게요 :) 고맙습니다~!

2010-04-30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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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전쟁에 길들여진 말들은 소리를 내야 할 때와 내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한다. 풀이 무성한 초원에서 자라난 말들은 달릴 수 있을 만큼 달렸고,, 달릴 수 없을 때에도 달렸다. 말들을 달리다가 엎어지거나 창에 찔려 무릎이 꺾였다. 피보다 먼저 거품이 솟아나왔다. 맹렬하게 뛰던 심장이 관성을 놓지 못한 채 여전히 가쁘게 뛰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혹은 끊어진 뒤에도, 말의 몸에서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피어올랐다.

 
   

첫 문장의 주어는 어느 영웅도, 어느 패자도 아닌 '말'이었다. 말이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목련이 지는 것처럼 덜컥하는 아픔을 자아낸다. 말의 최후를 이처럼 꽉 차게 묘사한 글도, 영화도, 그림도, 사진도 난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처음부터 녹록치 않은 독서가 될 것임을 직감했고, 고되던 독서를 겨우 마쳤다. 

내게 인내심은 쥐뿔만큼도 없다. 

여행은 길어야 한두달, 시험을 보면 벼락치기, 다이어트를 하면 한달 내에 10키로 감량, 인간관계의 지속 여부도 첫 만남에서 결정, 하물며 서재에 쓰는 글도 길어야 3시간이면 마친다. 무수한 충고에도 퇴고 따위 고려해본 적도 없다. 허나 타고난 성정에 반하는 것을 원하는 습성 때문인지, 이 오랜 기다림의 서사가 나를 무척이나 흔들었다.

   
 

 섭정왕이 세자의 어깨를 잡았다.
"나는 벗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합니다. 언젠가는 적이 될 것이나, 그것을 기다려야 하는것 또한 운명인 것입니다. 나와 세자가 그런 자리에 있습니다."
"그날을위해 8년을 기다렸습니다."
"......."
"대왕은 나의 적입니다." 

섭정왕의 입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나 미소가 사라진 뒤에 남은 것이 싸늘함이 아니라, 그렇게 보아도 된다면, 그것이 그리움이었다. 8년전 세자를 볼모로 호송하는 적장이었던 도르곤... 그가 조선의 벌판에서 새우던 밤을 기억하는 것이다.

 
   

자그마치 10년이다.  

기억력마저도 인내심 없이 사라져버리는 나는 이 10년의 세월을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렸다. 어느 누구에겐들 이 10년이 쉬웠을까. 사방이 적이었고,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두고도 기다림을 알아 보좌에 오르게 된 도르곤에게도, 뜻은 달랐으나 언제나 세자의 옆에 서서 고독을 나누며 언젠가 꼭 올 세자의 시대를 기다리던 봉림에게도, 죽을 수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어서 살던 흔에게도, 온갖 무간지옥을 살면서도 그래도 살아야겠다던 만상에게도.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그래도. 그래도. 작가 김인숙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 심양에 살던 조선인들의 사연이, 그들의 세월이 나는 참 아팠다.

그들 모두에게 기다림은 쉽지 않았지만, 기다림 끝에 얻은 영광도, 좌절도 모두 허망하다.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기다림은 그 끝이 허망하더라도 기다린 그 세월 때문에라도 영광이 되고, 빛나는 패배가 되고, 또다른 시작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과도하게 나뭇가지를 흔들어서 벚꽃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보다 무심하게 바람을 일으키는 나비 날개짓처럼 글을 쓴다. 그 바람에 읽는 내 마음이 울린다. 정돈된 문장 속에는 세자 저하의 몸 속에, 막금의 몸 속에, 흔의 몸 속에 가득찬 울음처럼 삐져나오려고 기를 쓰는 슬픔이 가득 차있다. 억지로 애국심을 조장하지 않고, 조선의 역사에 대한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 조선의 역사에 환멸 빼고는 무지밖에 없었던 내게 사랑과, 알고자 하는 욕심과, 다정함을 불러 일으킨다. 

빤한 신파에도 울음을 터뜨리는 나는, 계속해서 울음을 삼키고, 고인 눈물을 말리며 책을 읽었다. 그것이 [소현]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며.  

비루하고 오만했던 나는 역겨운 조선의 역사를, 한심한 한국 현대문학의 현실을, 앞으로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를 비웃기 위해 지금껏 이 소설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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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현, 궁금했는데~ 뽀님 리뷰 보니까 꼭 봐야할 거 같은 생각이 불끈!
첫 문장은 마치 김훈이 쓴 거 같아요. 남한산성에 이어지는 소현처럼...

Forgettable. 2010-04-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른 어떤 분은 김훈의 첫문장이랑 비교해두셨더라구요.
전 김훈 별로 안좋아하는데, 은근히 비슷한 문체인 것 같은데도 나름의 독특한 맛이 좋아서 이 책은 참 좋았어요.
 

아침에 반짝 눈을 뜨고 조금 밍기적 거리다가 운전면허학원 시간에 꼭 늦어서는 마구 뛰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왼쪽 깜박이, 오른쪽 깜박이를 번갈아 켜다가, 내 운전 실력에 좌절도 했다가, 시속 50키로까지 밟고는 깜짝 놀라 40키로에 맞추다가, 내가 빨리 배우는 편이냐며 선생님께 괜스레 뻐겨도 보다가, 벚꽃이 만개한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학원으로 돌아와 하차카드를 찍고는 집으로 귀가한다. 

오는 길 모퉁이에 있는 빵집에 들러서 빵을 사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는 빵중독에서 벗어나자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곤 누워서 뒹굴거리며 가볍게 이 책, 저 책 헤집어 본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아직도 알라딘에서 이 책 안읽은 사람이 있냐는 주위 사람들의 말 때문에 보게 되었다.... 는 물론 아니고 선물 받아서 읽게 되었다. 후르륵 읽힌다. 에미와 레오의 너무나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훔쳐보는 기분에 괜스레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레오의 입장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에미의 입장이 뭔지 나는 안다.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때는 레오가 되었다가, 어느 때는 에미가 되었다가, 또 어느 때는 베른하르트씨가 되었다가 하면서 읽었다. 다 읽고 나서는 책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 없이 [일곱번째 파도]가 무척 궁금했었다. 결말을 알게된 지금은 차라리 [일곱번째 파도] 따위는 없었던게 더 좋았을 거라고 작가를 원망한다. 

 그랬더라면 그녀의 산산조각난 마음은 어떻게든 다시 단단히 붙었을지도. 


 
[음양사] 

 난 이 김소연이라는 번역가가 참 좋다. 손안의 책 출판사의 대부분의 일본 책은 이 사람이 번역한 것 같은데, 특유의 짧고 가벼운 문장, 그 안에 든 바람, 따스함. 그리고 중후함, 뭐 이런 것들이 좋다.  

 하얀 얼굴에 붉은 연지를 바른 것만 같은 입술. 어쩐지 이준기를 떠올리게 하는 세이메이와 히로마사의 대화가 너무 좋다. 이를테면 "상냥한 사람이로군. 히로마사 자네는." 이라고 말하는 부분 같은 거.  귀신을 퇴치(?)하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 둘이 앉아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정말 매력적이다. 

 하이드님 말마따나 술 친구로는 세계 최고일 것이다. 

 

이렇게 책을 조금 읽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1시에서 2시 사이로, 보통 대중없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도 웬만하면 먹어두려고 한다. 간단히 밥을 먹으며 IPTV로 지나간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오늘은 신데렐라언니 5회를 보았다. 이 드라마는 어딘지 모르게 내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어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5회에서 8년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온 기훈이는 은조에게 "아는 얼굴이네." 라고 말한다. 왜 첫 인사가 그 따위어야 하는건지. 조금 더 다정할 순 없었던 건지.  

푸르스름하게 독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문근영에 새삼 감탄에 감탄을 마지않고, 이미숙과 김갑수의 매력적인 연기에 웃음지으며, 꼭 나타나주었으면 하는 때에, 꼭 그렇게 있어주었으면 하는 포즈로, 꼭 해줬으면 하는 말을 하는 천정명에게 반한다.  

그는 비밀이 많고, 누구에게나 다정하며, 그러나 나에게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고, 선하고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귀여운 표정일 짓는다. 몸 태가 좋아서 어느 옷이나 잘어울리지만 특히 검은 정장이 아주 잘 맞고, 오전에 밀지 않아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수염이 남자답다. 은조는 기훈이 부르는 "은조야."에 주박이 걸려 아무리 싫다고 밉다고 발버둥쳐봤자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이 내게 있다는 건 정말이지 비극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로맨스 따위 다 집어치우고 방으로 돌아와 [소현]이나 읽으며 구국충정의 분위기에 젖어 경건한 마음을 다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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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고싶어지는데요.. ㅠㅠ

Forgettable. 2010-04-2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6화 보고 또 눈물 질질 ㅠㅠ
이 드라마가 제 감성에 미치는 이유가 뭔지 좀 분석해봐야겠어요;;;;

Joule 2010-04-27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 인증샷이라는 게 설마 이건 아니죠?

Forgettable. 2010-04-2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놔 ㅋㅋㅋㅋ 쥴님 저 완전 빵터녔어요 ㅋㅋㅋㅋㅋㅋ (웃다가 오타난 거 굳이 수정 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