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월 계약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off하고 2년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는 지금 멜버른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에 들렀다고 한다. 그는 퍼스에서 내게 '오나까 수이따요'가 귀여워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액센트와, '쿄와 카에리 타꾸 나이!' 를 가르쳐준 절친했던 친구다. 귀여운 외모에 완벽주의자에 가깝고, 사랑에 한 번도 빠져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사실은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 있는 솔직한 아이를 오늘 다시 만났다.  

영어로 허물없이 대화한 지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 친구를 만나서 하루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만나기 전에는 약간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늘었다며 오히려 북돋아주는 바람에 아무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얘기 다 하고, 하는 얘기 모두 다 들어주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안전하게 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꿈은 다 날려버리고 지금 완전히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는 이 친구는 더이상 내가 기억하는 어린 소년이 아니었고 불확실한 미래에 흔들리는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는 허약한 나의 꿈이 너무 멋지다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반면, 나는 짧은 영어 때문에 친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잘될거란 재미없고 진부한 말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좌절하는 20대지만 동시에 믿는 바대로 이룰 수 있고, 어떠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20대다. 아직 젊고, 용기 있고, 너무 많은 가능성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독이며 We will see somewhere in the world someday. 라 말하며 작별했다.(오글오글이네-_-)  

우린 매일매일 메일보내고 메신저에서 보자고 울며 작별하던 어린 시절에서, 적어도 크리스마스나 뉴이어쯤에는 안부를 전하자고 담담히 인사하는 청년으로 자랐다.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 볼 지는 모르지만 꼭 만나게 될거라 믿는 친구가 난 참 소중하다. 삶이 즐겁다고 괜시리 아쉬운 마음을 덮으며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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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10-02-0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를 보면 내 나이가 보이죠.
근데 허걱~ 포겟님 오늘 방문자수 167명??!! 몰랐는데 완전 파워 블로그시네요!!!

Forgettable. 2010-02-10 09:22   좋아요 0 | URL
늙나봅니다;;; 그런 주제에 계속 우리 아직 젊다고 백번 얘기했어요. ㅋㅋㅋ
요즘 방문자수 무슨 뽀록있는 것 같아요. 몇주전부터 갑자기 100명이 늘어났는데 이유를 알 수 없다능;
추천수나 댓글 보면 뭐 평소랑 똑같은걸요 :)

Arch 2010-02-10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요, 뽀님.

맹추격이군. 미잘이랑 같이 바짝 긴장해야지!

Forgettable. 2010-02-10 09:23   좋아요 0 | URL
긴장하라규요. (근데 사실 절대 긴장안해도됨ㅋㅋㅋ 내겐 꿈의 숫자임)

순오기 2010-02-10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우리는 친구, 좋군요!!

Forgettable. 2010-02-10 09:24   좋아요 0 | URL
연락이 무척 뜸해서 다시 못볼 줄 알았는데 보게되서 너무 좋았어요ㅎㅎ

Mephistopheles 2010-02-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은 알라딘의 "카라"같습니다. 왠진 저도 잘 모릅니다.

Forgettable. 2010-02-10 11:48   좋아요 0 | URL
어이쿠, 여기 카라 팬들도 많지 않나요? 두리번 두리번 '')*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메피님은.. 음 (...)

LaLa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La~♪♬

머큐리 2010-02-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좌절하는 20대지만 동시에 믿는 바대로 이룰 수 있고, 어떠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20대다. 아직 젊고, 용기 있고, 너무 많은 가능성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독이는 그대들이 마냥 부러운 사람들도 있다는거 아시려나? 힘내요! 뽀님 ^^

Forgettable. 2010-02-10 11:49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쌩유!
아웅 졸려요. 기대에 부응해서 더 염장질러 보도록 노력해보겠슴다 ㅎㅎ
 

 

 

 

 

 

 

 

G.K. 체스터튼(Gilbert Keith Chesterton, 1874.5.29~1936.6.14) 

- 런던 출생. 명문인 세인트폴교(校)를 거쳐 미술과 영문학을 공부하였다. 1900년에 2권의 시집을 간행한 이후로 정치·사회 비평 및 R.브라우닝, C.디킨스, G.B.쇼 등에 대한 문학비평 분야에서 활약하였다. 보어전쟁에서의 국책비평, 후기 빅토리아 왕조의 데카당스 진상규명 등에서 보여 준 그의 통렬한 역설은 가히 '역설의 거장'다운 면모가 있다. 《브라운 신부의 천진함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1911)에서 시작되는 탐정소설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5권 약 100편에 이른다. 체스터턴 자신도 1922년에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하였기 때문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브라운 신부의 역설적인 언동은 자주 작자 자신에게 비유되는데, 사실은 이 모델은 작자의 친구인 J.오코너 신부라고 한다. 1922년 로마가톨릭으로 개종한 체스터턴은, 절친한 벗인 J.H.P. 벨록과 함께 가톨릭 문필가로서 G.B.쇼, H.G.웰스 등과 논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E.M.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 1879.1.1~1970.6.7) 

- 런던 출생. 케임브리지대학교 재학 중 학내의 자유주의 그룹에 참가하였다. 빅토리아왕조의 도덕이나 가치관에 반발, 그리스 문명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모임은 나중에 '부룸즈버리 그룹'으로 발전하여 당시의 지도적 문화 서클이 되었다. 졸업 후 이탈리아로 가서 《천사가 두려워하는 곳에 Where Angels Fear to Tread》(1905), 《가장 길었던 여로(旅路) The Longest Journey》(1907), 《전망 좋은 방 A Room with a View》(1908)을 썼다. 1910년 그의 가장 원숙한 작품이라고 평가되는 《하워즈 엔드 Howards End》를 썼고, 또 1924년에 발표한 대작(大作) 《인도로 가는 길 A Passage to India》에서는 동서문명의 대립과 인간이해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그 밖에도 환상적인 작풍의 단편집, 여행기·전기·수필, 독창적인 소설론 《소설의 제상(諸相) Aspects of the Novel》(1927) 등의 논평 및 기타의 저작이 있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서머셋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 ~ 1965) 

- 영국의 작가·극작가이다. 파리에서 출생하여 처음에는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의학을 공부하였으나, 뒤에 문학으로 전향하였다. 그는 동양의 신비에 대한 강한 동경심을 나타내고, 인생관을 강하고 명석한 문체로 묘사하였으며, 특히 기지와 해학이 넘치는 대중적인 풍자 희극의 전통을 세웠다. 제 1·2차 세계대전 때에는 정보 기관원으로 활약하였으며, 그 체험을 소설화하기도 하였다. 작품으로는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람베스》, 《인생의 베일》 등 소설과 《훌륭한 사람들》, 《순환》 등 희곡이 있다. 

여행길에서 [전망 좋은 방]을 읽고 돌아와 브라운 신부의 [비밀]을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영미문학을 싫어한다고 했었던가? 수정해야겠다. 현대미국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E.M.포스터는 내 손에 꼽히는 작가로 단숨에 등극했고, 난 회사에 와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찾아봤다. 이들 셋은 모두 19~20세기의 영국작가다. 태어난 시기도 비슷하다. 나는 전생에 영국의 예술가였던지라 이들과 교류했던 취향이 남아있는것인가- 라며 헛생각을 할 때쯤.. 

나쓰메 소세키, 헤르만 헤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발터 벤야민. 
내 손에 꼽는 작가 모두 19~20세기의 작가라는 것을 간신히 떠올렸다. 난 그저 근대문학을 좋아하는 것이었을 뿐 전생은 무슨;; 그 때는 어떤 시대였을까.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나로써는 절대 알 수 없는 그 세계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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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2-0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시대에 살았다면 분명 그들에게 이 말 먼저 했을 껍니다.

캔 유...스픽 투..코리안...?? (손짓발짓) 노~~~브라블럼~~

Forgettable. 2010-02-08 14:0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 때로 돌아간다면!'이라고 썼다가 영어에 대해서 고백해야 될 것만 같아서 지웠어요.
가끔보면 메피님은 제 페이퍼에 지우개로 지우고 남은 연필자국까지 다 보고 계신 것 같아요'-'

다락방 2010-02-0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우리의 갈리는 취향이란! 저는 [전망 좋은 방]이 정말 지루했거든요. 일전에 제가 인상깊게 읽었던 책 [속죄]는 뽀게터블님이 별로 좋아라 하질 않으셨고, 하루키에 대한 느낌도 저와 다르고.

오 뽀게터블님과 저의 취향이 겹치는 부분은 오로지 Arch님과 말미잘님을 좋아한다는 것 뿐이로군요! 뭐,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

Mephistopheles 2010-02-08 13:57   좋아요 0 | URL
"과"를 "이"로 바꾸면 바야흐로 알라딘 스캔들....???

다락방 2010-02-08 14:05   좋아요 0 | URL
오!
지루한 일상에 스캔들이라면 환영입니다..다른 분들도 혹 그러실지 모르니,
이참에 제가 스캔들 함 터뜨려 볼까요? ( '')

=3=3=3=3

(스캔들도 아무나 못 터뜨린다는걸 알고있는 1人)

Forgettable. 2010-02-08 14: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메피님 ㅠㅠ 센스 감동입니다. 근데 어떻게 아셨대요 =3=3=3=3=3=3

제가 얘기했죠. 우리의 취향은 정말 달라요. ㅋㅋ 전 샐린저도 안좋아하잖아요. ㅋㅋ 저도 스캔들 좀 터져보고 싶어요. 아, 심심해.

다락방 2010-02-08 14:15   좋아요 0 | URL
뽀님아. 그럼 우리 둘이 낼까요?
우리 둘이 핑크빛 로맨스를... (응?) 뭐, 안될거 없잖아요? 킁킁.

Forgettable. 2010-02-08 14:40   좋아요 0 | URL
부끄럽게 ( '')*
커리어 우먼 락방님도 월요일엔 일을 안하시는군뇽ㅋㅋ

뷰리풀말미잘 2010-02-08 15:06   좋아요 0 | URL
메피님/ 그게 무슨 스캔들이에요. 사실이지.
뽀님, 락방님/ 둘이 서재 결혼시키면 빠진데없이 골고루 풍성한 서재가 되겠군요!


Mephistopheles 2010-02-08 15:37   좋아요 0 | URL
자 알라딘 삼절 중에 하나이신 말미잘님 기자회견 일정 잡으세요.

Forgettable. 2010-02-08 16:27   좋아요 0 | URL
아치님과 미잘님 서재도 함께 결혼해야 빠진데 없이 골고루 풍성해진답니다. 락방님과 전 '이성'보단 '감성'에 치우친 경향이 있잖아요. 그럼 그야말로 글루미먼데이..... 아 재미없어.

이거 참 스캔들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냐능


다락방 2010-02-08 16:48   좋아요 0 | URL
기자회견하면 몰래 숨어서 구경하고 '싶'습니다.(해리 버젼)

순오기 2010-02-0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놀이에 중독되는 알라디너들의 귀여운 일상이 확~ 잡힙니다.ㅋㅋ
미잘님과 아치님은 스캔들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믿는 1인.^^

Forgettable. 2010-02-08 17:33   좋아요 0 | URL
알라딘 없었으면 지루한 회사생활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ㅋㅋ

무스탕 2010-02-08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잘님과 아치님은 스캔들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믿는 2인.^^

Forgettable. 2010-02-08 17:3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수상해요 '-')*
 

이건 아니다. 

또 다시 일에 파묻힌 꿈을 꾸면서 잠을 설치고, 허리가 아파서 자꾸 깨도, 내일 아침을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잠을 청하고, 새벽 5시에 눈을 떠서는 그래도 1시간 더 잘 수 있겠다며 안도하고, 어둠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시끄러운 알람에 눈을 겨우 떠서는 대충 씻고 밥을 먹고 버스에, 지하철에 올라 어두운 꿈속으로 다시 달려간다.  

정말 이건 아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후덥한 공기와 눅눅한 습기가 날 압도한다. 처음 온 나라임에도 그립고 아련한 향내를 맞닥뜨리는 것만 같다. 새벽이지만 길거리에는 활기차고 젊은 걸음이 가득하다. 택시에서 내려 누구라도 끌어안고 인사를 하고, 함께 손잡고 길거리 식당에 앉아 뜨거운 국수라도 후후 말아먹어야 할 것만 같다. 알록달록한 색깔과 알 수 없는 글자들로 가득찬 어두운 거리를 뒤로 하고, 햇빛이 창으로 투명하게 스며드는 방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푹신한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그래, 이거지.  

난 지금 잠시 꿈을 꾸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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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2-0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한겨울밤에 한여름의 꿈을 꾸셨으니 시공을 초월하는 일교차만큼은 확실하겠군요.

Forgettable. 2010-02-08 11:52   좋아요 0 | URL
에고 죽겠어요-_-;
지금이 추운 여름입니까, 따뜻한 겨울입니까? ㄷㄷㄷ

lazydevil 2010-02-0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겟님... 취생몽사의 내공이 절정에 이르셨다봅니다.ㅡ.ㅡ;; 걱정...

2010-02-08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9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9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10-02-0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왔구나, 왔어! 뽀가 왔구나~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멋진 사진을 들고, 뽀님이 왔어요! 무사히 잘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Forgettable. 2010-02-08 11:59   좋아요 0 | URL
반가우면 추천좀. 굽신 ㅋㅋㅋㅋㅋㅋ
뭐 얼마나 갔다왔다구요-_-; 지금 뭐가 꿈인지 모르겠어요. 취생몽사입네다. (사자성어 하나 배우삼)
이 사진은 허접 뽀샵이네요. ㅋㅋ 어째 눈으로 본 것보다 잘 안나오대요~

Arch 2010-02-08 13:09   좋아요 0 | URL
추천했어요. 크~

perky 2010-02-0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좋아요좋아!
여행 잘 하시고 건강히 돌아오세요!

Forgettable. 2010-02-08 13:42   좋아요 0 | URL
아뇨아뇨. 벌써 댕겨왔어요! ^^

머큐리 2010-02-0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뽀님 떠난간가요??

Forgettable. 2010-02-08 13:43   좋아요 0 | URL
아뇨아뇨. 벌써 댕겨왔어요! ^^ (2)
3.4초 였습니다. ㅋㅋ

뷰리풀말미잘 2010-02-0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저곳을 마구 뛰어다니고 싶어요. 야생마처럼! 갑자기 떠나지 못한것이 한스러워질 정도로 멋진 사진이에요! 저 야자수라면 하루 왼종일이라도 매달려 있고 싶어요!

Forgettable. 2010-02-08 16:31   좋아요 0 | URL
아무리 생각해도 캐리어에 넣어갔어야 했네요. ㅎㅎㅎ
전 뛰어다니진 않았고, 헤엄쳐다녔어요. 하도 풍덩거리고 놀았더니 세상에, 배땡기고 팔 아프고, 온 등이 다 익어서 가렵고 아주 난리입니다. ㅋㅋ

무스탕 2010-02-08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런곳엘 혼자 다녀오셨다구요? 아니죠? ^^

Forgettable. 2010-02-08 16:3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이런 곳엔 혼자 가야 로맨스가 싹튼다구요.(속닥속닥)

뷰리풀말미잘 2010-02-08 18:16   좋아요 0 | URL
정말 뽀는 사려깊은 사람이에요.

Forgettable. 2010-02-09 21:04   좋아요 0 | URL
다.. 제 personality의 깊이는 다 경험에서 비롯된;;;

비로그인 2010-02-1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의자 앞 물이 째끔 적어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후아.. 오늘 밤 저곳으로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_+

Forgettable. 2010-02-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조트에 딸려있는 프라이빗 비치인데, 아무래도 자연산이 아니라서요.. 저 너머엔 조금 더 깊은 바다가 있는 것 같은데 전 그냥 수영장에서만 놀았습니다. 러시아 꼬마애랑 같이 미끄럼타구요 ㅎㅎㅎ

여행 성공 하셨나요? ^^

비로그인 2010-02-13 00:02   좋아요 0 | URL
(속닥) 비몽사몽으로 출근했어요~
 

짜잔!! 

프랑소와 오종의 쌔 영화가 내일 개봉한다. 한 때 그의 대담함에 사로잡혀서 단편까지 다 찾아다 보았었는데, [타임투리브] 부터는 왠지 시들해져서 보지 않았었다.  

이번에도 역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왠지 아기가 나오니까. -_- 다음주에 봐야지. 혹시 프랑소와 오종 좋아하시는 분 저랑 같이 보러 가실래요?  

 

 용서는 없었다. 제목이 반전을 암시할 줄이야..  

 작정하고 재미있으라고 만든 영화이고, 기대에 부응하여 아주 재미있다. 2시간이 후르륵 지나간다. 난 근데 설경구가 왜케 멋있지.. 뭐가 멋있냐면, 그의 어깨라인과(..) 훤칠한 키와 남자다움이 좋다. 괴로움에 울부짖는 연기는 약간 패턴화 된 것 같긴 하지만, 역시 최고. 류승범은.. 파스타에 나왔는데 무서웠다. 친구가 기겁하면서 문자왔다. 소름끼친다고.  

 한혜진인가.. 이다해 닮았는데, 약간 깬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더라. 차라리 내가 죽는게 나을 정도의 증오. 점점 자극에 면역이 되어가는 나를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이 영화도 재미있었다. 

 남자배우는 약간 동양인 삘이 나면서 아주 멋졌다. 써머가 마지막에 책을 보다가 만난 남자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사랑의 우연성을 진작에 알았다며 뿌듯해했다. 젊은 날의 상처와 아픔과 희망이 스치듯 지나갔고 난.. 로맨틱 영화를 진지하게 보기엔 너무 연애를 많이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왠지 아빠미소를 짓고 있었단;

 다 함께 노래부르며 춤추는, 뮤지컬 컨셉 씬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
어제 두명의 부고를 들었다. 한명은 안친한 선배의 아버지. 한명은 안친한 친구. 누군가의 결혼소식을 들어도 놀라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였는데, 누군가의 죽음을 들으니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죽음 자체가 두렵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루에 두 죽음이 닥쳐오고, 돌이켜보니 아쉬운게 많다. 아직은 죽지말고 신나게 살고싶다. 내 목적은 이거다. 신나는거. 재밌는거. 

**
인수인계서를 작성중이다. 아웅, 지루해. 이게 답이 없는 일이니까 진짜 지루하다. 지겹게 1시간에 1줄씩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어제 거울을 보는데 옆구리살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튜브 끼고 수영장 갈듯.. 충격받았다. 얼굴이 엄청 뚱그래졌대서 뻥인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던거다....... 3월되면 수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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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0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음이 두려워요. 타인의 죽음도 두렵지만 제 죽음도 두려워요.

그런데 며칠전 좀 좌절하고 힘들었던 날에 문득, 집에가는 길에, 아주 찰나의 시간에,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아주 충동적인 생각이었는데, 그저 물끄러미 한 빌딩을 바라보다가 '저 위에서 떨어져 죽어버릴까' 하고 생각한거죠. 한 5초쯤 혹은 8초쯤.

그러면서 놀랐어요. 어어,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데 왜 자살에 대해 생각한거지?

그리고 또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전 자살하는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늘상 자살에 대한 생각만을 하고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들중 많은 사람들은 저처럼 순간의 충동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엔 자살에 대해 생각하지 않다가 아주 순간적으로 가장 약해져 있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실행해 버리게 되는거죠.

결국 그날 밤에 자살에 대한 꿈을 꿨고, 꿈속에서 울었어요.

네, 아직은 죽지말고 신나게 살고 싶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말로요.

Forgettable. 2010-02-03 15:39   좋아요 0 | URL
저는 타인의 죽음이 더 두렵다고 생각했는데 제 죽음도 두려웠어요.
전 항상 지하철을 보며 자살에 대해서 생각해요. 뛰어내리면 아플까. 그래서 지하철이 제 앞으로 바람소리를내며 슉 지나갈 때마다 괜히 뛰어내려버린양 소름끼쳐하고 두려워하고 그러면서 한발짜국 뒤로 물러서요.

전 그 친구의 소식을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교통사고가 아니라 차라리 자살이었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구요. 처음으로 자기가 선택한 죽음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내가 사고나 심장마비로 죽게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내가 선택한 시간에 죽는게 낫지 않을까 이런생각.

꿈속에서 울었다니 다행이에요. 좀 풀리셨을거라 믿어요! 토닥토닥

Mephistopheles 2010-02-0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셉 고든 레빗이 멋졌다면 "브릭"이란 영화를 꼭 보시길...^^

Forgettable. 2010-02-03 15:39   좋아요 0 | URL
제가 선댄스랑 코드가 좀 맞는데, 저 이거 볼래요, 불끈!
메피님은 아는 영화도 많으셔 증말~ ^^

Seong 2010-02-0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한 시간에 한 줄씩 업무처리하느라... 머릿속엔 망상만 가득하고, 좀 우울한 나날입니다. 요즘들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유난히 많이 해요. 이 낭비하는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시간에 수도꼭지가 달려 있다면, 잠시 잠그고 싶은 심정이에요.

신나는 것, 재미난 것. 봄엔 싱그럽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Forgettable. 2010-02-03 17:03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저역시 2월은 버린 2월이네요. 그래도 어차피 주어진 걸 하면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니 버릴 수밖에요. ㅠㅠ 전 오히려 콸콸 틀어서 얼른 보내버리고 싶은 심정인걸요. ㅎㅎ

그나저나 Tomek님 생각보다 굉장히 귀여우신듯 ㅋㅋ

머큐리 2010-02-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수인계 후의 해방을 생각하면서 이겨내셈..ㅋㅋ
나도 춤추는 씬에 대해서 인상깊었는데..ㅎㅎ 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들이 넘 좋아요~~
(문제는 정작 내가 몸치라는 거...흑!)

Forgettable. 2010-02-08 10:41   좋아요 0 | URL
몸치여서 더 좋은게 아닐까요, 저도 몸치라서 그런지 춤추고 노래하는 영화 엄청 좋아합니당ㅋㅋ
오늘도 겨우겨우 출근했네요^^

후애(厚愛) 2010-02-0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키> 아기 얼굴이 넘 귀여워서 계속 쳐다봤어요.^^
뽀뽀해 주고 싶어요~ㅋㅋㅋ

Forgettable. 2010-02-08 10:42   좋아요 0 | URL
너무 귀엽죠? 근데 표정이 왠지 어른스러워요 ㅎㅎㅎ

순오기 2010-02-0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경구를 좋아하지만 같은 캐릭터의 영화에 또 나오면 보고 싶지 않아요.ㅜㅜ
그래서 아직 안 봤는데...우리 동네선 끝나버렸어요.
썸머 500은 심야 한 타임 짜였고... 리키는 걸린다는 보장도 없을 거 같고...
죽음을 눈앞에 둔 우리 아버지도 두려워 하셨어요.
자기 죽음을 두려움없이 받아 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아마 후회없이 산 사람은 편안하게 기다리지 않을까 싶은...

Forgettable. 2010-02-08 10:43   좋아요 0 | URL
전 왠만하면 설경구 나오는 영화는 다 보는 편이에요.
매번 열심히 한다는게 느껴져서 영화가 별로더라도 아주 재밌게 봤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그래서 후회 없이 살려고 매 순간 노력하는데, 이게 참 어렵더라구요 ^^;
 

 

 

  

 

 

   
 

그는 화이트홀 버스 정류장을 향해 그녀와 함께 걸었다. 이 소중한 마지막 몇 분 동안 그는 딱딱한 약자와 숫자가 나열된 새 주소를 그녀에게 써주었다. 그리고 기본 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휴가가 없지만, 훈련만 끝나면 이 주간의 휴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면서 화가난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고, 그제야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말로 하지 못한 모든 것을 담은 행동이었다. 그녀도 손에 힘을 줌으로써 그의 마음에 화답했다. 버스가 왔지만 그녀는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서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점차 서로 몸을 끌어당기면서 열정적인 키스로 변해갔다. 혀가 맞닿았을 때 그의 영혼은 절망적일 정도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 순간의 기억을 고이 간직하여 앞으로 몇 달간을 그 기억에 의존하여 살게 되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읽었다. 난 영미권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왜인지 요즘 들어 계속해서 영미권 소설을 읽고 있다.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핑거스미스], [모든것이 밝혀졌다], [속죄]까지. 읽으면 읽을수록 의무감에 책을 읽는다는 생각, 미칠듯한 권태로움, 정신산만함 때문에 나의 취미가 독서였던가를 회의하게 된다. 

현대의 영미권 소설들은 너무나도 수다스럽다. 거추장스러운 텍스트들이 무차별적으로 달겨들어서 내 시신경을 괴롭힌다. 눈으로 책을 읽는데 귓 속에서 와글와글거리는 기분을 지울 수 없고, 지친다. 끝이 나지 않길 바라며 책을 부여잡고 한 문장, 한 문장을 머금고 쓰다듬던 기억이 내게 있었던가? 얼른 끝을 보고싶단 급한 마음만 가득해서 책장을 후르륵 넘기곤 찝찝해한다. 

마르케스였다면, 헤세였다면, 박완서였다면, 황석영이었다면 이 놀라운 이야기를 이렇게 수다스럽고 과하게 풀었을까.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사실주의를 가장한 담백한 문체이지만 어느 문학 작품보다도 과장되고 과열되어있다. 그래서 읽기에 힘겨웠다. 문장 안에 담긴 그 뜨거움이 견딜 수 없었고,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차가운 문장들의 가식이 짜증났다.

멍청하고 비극적인 결말도, 병신같은 브리오니도, 지루하고 반복적인 설명문체도, 생동감 없는 전쟁 이야기도(이 문체에 전쟁이야기가 가당키나 한가? 난 삼국지에 길들여져 있는데.) 너무나도 다 견딜 수 없어서 내생에 가장 후회스러운 책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위에 적어둔 저 인용구 덕분에 살았다. 후르륵 읽다가 놓쳤다면 많이 후회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연인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됐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사랑하고, 좌절하지 않고 힘겹게나마 남은 인생을 걸어갈 수 있어서.  

여기까지만 읽은 걸로 하고, 자의식으로 가득찬 이기적인 결말은 기억에서 지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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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0-02-0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간까지 읽다가 멈춘 소설이에요. 이상하게 영어로 쓰인 글들은, 원문이건 우리말로 번역되었건 간에, '붕 떠있는' 느낌이 듭니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기는 해요. ^.^;

Forgettable. 2010-02-03 17:07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다행이네요!!!!
전 이거 리뷰를 보는데 저 혼자만 싫어하는거에요. 다들 찬사에 찬사. 그래서 전 제가 바보인줄 알았어요. 뭐 바보가 아니라는건 아니지만.. 여튼 저도 영미문학은 정말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