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월 계약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off하고 2년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는 지금 멜버른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에 들렀다고 한다. 그는 퍼스에서 내게 '오나까 수이따요'가 귀여워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액센트와, '쿄와 카에리 타꾸 나이!' 를 가르쳐준 절친했던 친구다. 귀여운 외모에 완벽주의자에 가깝고, 사랑에 한 번도 빠져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사실은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 있는 솔직한 아이를 오늘 다시 만났다.  

영어로 허물없이 대화한 지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 친구를 만나서 하루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만나기 전에는 약간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늘었다며 오히려 북돋아주는 바람에 아무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얘기 다 하고, 하는 얘기 모두 다 들어주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안전하게 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꿈은 다 날려버리고 지금 완전히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는 이 친구는 더이상 내가 기억하는 어린 소년이 아니었고 불확실한 미래에 흔들리는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는 허약한 나의 꿈이 너무 멋지다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반면, 나는 짧은 영어 때문에 친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잘될거란 재미없고 진부한 말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좌절하는 20대지만 동시에 믿는 바대로 이룰 수 있고, 어떠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20대다. 아직 젊고, 용기 있고, 너무 많은 가능성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독이며 We will see somewhere in the world someday. 라 말하며 작별했다.(오글오글이네-_-)  

우린 매일매일 메일보내고 메신저에서 보자고 울며 작별하던 어린 시절에서, 적어도 크리스마스나 뉴이어쯤에는 안부를 전하자고 담담히 인사하는 청년으로 자랐다.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 볼 지는 모르지만 꼭 만나게 될거라 믿는 친구가 난 참 소중하다. 삶이 즐겁다고 괜시리 아쉬운 마음을 덮으며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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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10-02-0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를 보면 내 나이가 보이죠.
근데 허걱~ 포겟님 오늘 방문자수 167명??!! 몰랐는데 완전 파워 블로그시네요!!!

Forgettable. 2010-02-10 09:22   좋아요 0 | URL
늙나봅니다;;; 그런 주제에 계속 우리 아직 젊다고 백번 얘기했어요. ㅋㅋㅋ
요즘 방문자수 무슨 뽀록있는 것 같아요. 몇주전부터 갑자기 100명이 늘어났는데 이유를 알 수 없다능;
추천수나 댓글 보면 뭐 평소랑 똑같은걸요 :)

Arch 2010-02-10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요, 뽀님.

맹추격이군. 미잘이랑 같이 바짝 긴장해야지!

Forgettable. 2010-02-10 09:23   좋아요 0 | URL
긴장하라규요. (근데 사실 절대 긴장안해도됨ㅋㅋㅋ 내겐 꿈의 숫자임)

순오기 2010-02-10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우리는 친구, 좋군요!!

Forgettable. 2010-02-10 09:24   좋아요 0 | URL
연락이 무척 뜸해서 다시 못볼 줄 알았는데 보게되서 너무 좋았어요ㅎㅎ

Mephistopheles 2010-02-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은 알라딘의 "카라"같습니다. 왠진 저도 잘 모릅니다.

Forgettable. 2010-02-10 11:48   좋아요 0 | URL
어이쿠, 여기 카라 팬들도 많지 않나요? 두리번 두리번 '')*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메피님은.. 음 (...)

LaLa La La La La LaLa La La La La La~♪♬

머큐리 2010-02-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좌절하는 20대지만 동시에 믿는 바대로 이룰 수 있고, 어떠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20대다. 아직 젊고, 용기 있고, 너무 많은 가능성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독이는 그대들이 마냥 부러운 사람들도 있다는거 아시려나? 힘내요! 뽀님 ^^

Forgettable. 2010-02-10 11:49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쌩유!
아웅 졸려요. 기대에 부응해서 더 염장질러 보도록 노력해보겠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