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다.
또 다시 일에 파묻힌 꿈을 꾸면서 잠을 설치고, 허리가 아파서 자꾸 깨도, 내일 아침을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잠을 청하고, 새벽 5시에 눈을 떠서는 그래도 1시간 더 잘 수 있겠다며 안도하고, 어둠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시끄러운 알람에 눈을 겨우 떠서는 대충 씻고 밥을 먹고 버스에, 지하철에 올라 어두운 꿈속으로 다시 달려간다.
정말 이건 아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후덥한 공기와 눅눅한 습기가 날 압도한다. 처음 온 나라임에도 그립고 아련한 향내를 맞닥뜨리는 것만 같다. 새벽이지만 길거리에는 활기차고 젊은 걸음이 가득하다. 택시에서 내려 누구라도 끌어안고 인사를 하고, 함께 손잡고 길거리 식당에 앉아 뜨거운 국수라도 후후 말아먹어야 할 것만 같다. 알록달록한 색깔과 알 수 없는 글자들로 가득찬 어두운 거리를 뒤로 하고, 햇빛이 창으로 투명하게 스며드는 방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푹신한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그래, 이거지.
난 지금 잠시 꿈을 꾸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