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있다. 친구도 만나고, 그리웠던 풍경도 마음에 새기고, 무거운 가방, 거친 가방끈에 어깨를 혹사시키면서 지칠때까지 돌아다닌다. 이번 여행에서는 뭐, 언제나 그랬듯이 카메라와 핸드폰의 밧데리가 모두 방전되어 있는 상태였던 바람에 풍경을 글로 묘사하는, 전혀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무모한 시도를 해보았다. 

숨이 트길 기다리는 씨앗과 그 씨앗을 품고 있는 흙.
정돈된 논밭을 가로지르는 강줄기
경북 지방의 수북이 피어난 포도나무 위의 하얀 눈송이 꽃
불규칙적으로 드문드문, 또는 홀로 덩그러니, 또는 마구잡이로 저마다의 꽃을 피워내는 꽃나무들.
유년기의 연약한 연두빛 나뭇잎
서울 거리의 규칙적인가로수 배열이 지겨웠음을 알게 해주는 불규칙의 미학.  

사진찍기를 습관화, 취미화 한 뒤로 풍경 묘사는 부질없는 것이었고, 따라서 책에서 읽는 풍경 묘사 역시 띄엄 띄엄 읽었다. 그러나 내가 보는 풍경에 비해 사진은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것일 뿐이라는 걸 카메라 없는 이번 여행에서 알았다. 바라보는 이의 감정이 담겨 더 아름다운 이 풍경은 글로 남겨질 때 지속적이고 포괄적이며 사진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영원성을 갖는다.

그리고 언제나 빠지지 않는 술. 술.. 술...... 

좋았던 피부는 아련한 옛 시절의 추억일 뿐이고, 식도염은 아무리 약을 챙겨 먹어도 더 심해질 기세. 술이 덜 깨어 하는 면허 강습은 거의 음주 운전 수준. 술김에 내뱉은 헛소리는 누군가의 기억에 아로새겨질 뿐이고. 나의 기억은 그에 비례하여 사라져만 간다. 술을 마시지 않아면 우울하고, 마시면 몸이 견딜 수 없다. 몸이 견딜 수 없음보다 마음이 견딜 수 없음을 더 괴로워 하는 나는 마실 수밖에. 

 
요즘 들어 나는 친구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극도의 조증이 찾아온 것만 같아 보이던 친구의 높은 목소리는 평소의 우울함과 극명하게 대비되어 그것이 슬펐고, 드디어 부모님을 설득하여 제 갈길을 찾은 친구의 뿌듯한 미소 뒤에는 그 동안의 스트레스와 앞으로의 불안감이 엿보여 그것이 슬펐고, 이별의 아픔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한 친구의 깔깔거림에는 아직도 예전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그것이 슬펐으며 겨우 겨우 시간을 맞추어 만난 친구의 반가운 미소에는 삶의 피로함이 엿보여 슬펐다. 

이것은 나의 마음이 슬프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들을 다시 또 언제 볼지 모르겠는 결심을 해버린 무모한 나의 결심에 대한 후회인지, 정녕 우리 모두가 힘든 시간을 감내하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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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자요!
그만 슬퍼하고요!
한번 슬퍼하기 시작하면 끝이 잘 안보여요. 그러니 슬픈 생각은 그만하고 자요.

Forgettable. 2010-04-26 11:54   좋아요 0 | URL
심란합니다. ㅎㅎ
날씨는 왜 이모냥인가요? 저 위내시경 받으러 가야되는데 못가겠어요 ㅠㅠ 우울해 우울해-

블랙먼데이 보내고 계신가효?

다락방 2010-04-26 11:56   좋아요 0 | URL
나도 심란해져 버렸어요. 마지막 만남이라는 말에. 알고는 있었지만. 하아-

이건 무슨, 블루블랙 먼데이야. ㅠㅠ

Forgettable. 2010-04-27 11:21   좋아요 0 | URL
블루블랙으로 염색할까 생각중이에요.
ㅋㅋ

아포지 2010-04-26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도염은 술 마시면 오래 가요...

원래 떠날 날자가 다가오면 마음이 좀 ... 거시기 하답니다.

오늘의 문장은 "좋았던 피부는...." ^^

Forgettable. 2010-04-26 11:57   좋아요 0 | URL
저 정말 미치겠어요. ㅋㅋㅋ 마음이 울렁울렁 거려요 ㅎ

apogue님.. 남의 불행을 기꺼워하시는 분이었던 거에요? ㅠㅠ 저 요새 진짜 피부땜에 고민이 많아요.ㅠ
여튼 따듯한 댓글 고마워요^^

Mephistopheles 2010-04-2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같은 분을 위해 캡슐형 소주, 와인, 맥주가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위장에서 캡슐이 폭 터져서 식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알콜....

Forgettable. 2010-04-27 11:23   좋아요 0 | URL
전 빈속에 소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주는 화끈함을 사랑하는데요..
(식도염이 걸린 이유를 이 댓글 쓰면서 알아챘을 뿐이고)

아이디어는 정말 최고네요. 취기를 조절할 수도 있겠어요!!!

아포지 2010-04-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대략 십년 동안 역류성 식도염 꾹 참고.. 술 마시니까.. 그럭저럭 적응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넘 걱정하지 마세요. 심하게 부담스럽다는 느낌이면, 물 건너가기 전에 꼭 병원에서 마무리 하고요. 건너가면, 일단 "식도염"이 영어로 뭔지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니까요.

Joule 2010-04-27 04:0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식도염이 영어로 뭐예요? 쿨럭.

아포지 2010-04-27 08:41   좋아요 0 | URL
풐ㅋㅋ 이걸 물어 보시는 분이 있을 줄이야... esophagitis라고 합니다.

Forgettable. 2010-04-27 11:25   좋아요 0 | URL
뭐, 저도 한 5년 된듯;;
하지만 요즘은 좀 심각해서 얼른 가봐야겠어요. ㅠㅠ
그냥 일반내시경을 하면 무척이나 괴롭겠지만 짧게 끝나니 참을만 하기는 한데, 그 고통을 아니까 또 선뜻 할 수 없고.. 이 딜레마에 술만 늡니다;;;

식도염을 영어로 찾는 불편함을 덜어주셔서 감사해용. ㅋㅋㅋ

lazydevil 2010-04-27 14:41   좋아요 0 | URL
esophagitis, 이제 발음이 문제네요^^

Forgettable. 2010-04-28 19:51   좋아요 0 | URL
영어로 발음할 일이 없도록 내일 내시경 받을겁니다. ㅠㅠ

lazydevil 2010-04-29 18:01   좋아요 0 | URL
포겟님, 기운내시고... 충격!내시경체험기!! 기대합니다^^

머큐리 2010-04-2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떠나기 전에 망가진 피부 확인해야 하는데...ㅋㅋ
떠나기 전 일정에 머큐리 얼굴 보기 꼭 넣어주세요... 영화나 한 편???

Forgettable. 2010-04-27 11:2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워낙........ 바빠서요. ㅠㅠ
하지만 머큐리님 얼굴은 보고 갈게요. 곧 연락하겠슴당 ^^ ㅋㅋ

자하(紫霞) 2010-04-2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도염, 위내시경...
예전같음 "자~가는거야!"했겠지만...
지금은 몸사리시는 것이 어떠실지...
그나저나 뽀님은 예술가기질이 있으신 듯...

Forgettable. 2010-04-27 11:27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몸 사려야 해요. 예전 같지 않아요.

오호 예술가 기질이라, 제가 좋아하는 평가인데요! 히히
기질은 있으나 능력이 없죠.. (울적)

다락방 2010-04-2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 오후까지 좀 자둬요!!

Forgettable. 2010-04-27 11: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 할일 많은 여자에요. 인터넷 쇼핑해야해요-

2010-04-2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사진은 너무 순간적이고 단편적이에요. 그런데 전 그걸 동영상을 보면서 깨닫게 되어 카메라를 구입할 때 동영상 성능을 검색하게 되더라구요-_- 역시 전 어쩔 수 없는 전자기기 덕후인 것 같다능;
술은... 왠지 술 마시고 나면 다음 날 머리가 아파서 요새 안 마시고 있어요. 숙취는 아니고 뭐랄까... 그러니까 전날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날 아침엔 쌩쌩하고 활기차다가-_- 저녁 쯤이 되면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더라구요.
사실 스트레스성 두통이야 늘 가지고 다니는 거지만, 유난히 그게 심한 듯 싶어요. 어쨌든 몸에 뭔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나니 저절로 줄여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늙어가는 걸 느끼고 있어서? 라기보다는 부모님께서 늘 건강 이야기를 하셔서 저도 고민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제 인생의 피크는 지났고, 남은 건 늙는 것, 몸이 점점 말을 듣지 않는 것, 망가졌을 때 회복이 더뎌지는 것, 쉽게 부서지는 것 등이라고 생각하면 무척 우울하네요 ㅠ

Forgettable. 2010-04-28 19:57   좋아요 0 | URL
순간적이고 단편적이며 프레임에 갇혀있죠. 진짜 그래서 광각을 샀는데도 아직 마음에 안 찰 때가 많아요. 필카 찍다가 디카 찍으니 너무 선명한 느낌이 또 싫더라구요 ㅎㅎㅎㅎ 제 욕심의 끝은 어디?
동영상도 괜찮은 대안이지만 그림을 배워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전 요새 매일매일 술마시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오전에 일정을 다 마치고 와서 집에서 쉬는데 집에서 쉬는게 너무 좋아요. ㅠㅠ 술 마신 다음날 오후에 두통이라.. 진짜 이상하네요. 전 생리때 편두통 말고는 별로 두통이 없는 편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피부가 안좋아지고 위가 약해져서 고생이죠 뭐..

인생 피크가 언제길래 지났단 말입니까?!!!
제 인생의 피크는 아직 오지도 않았어요!
코님은 과음을 하는 편도 아니고 적절한 운동도 해주시는 편이잖아요. ㅠㅠ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거냐능 ㅠㅠ 아직 멀었어요.. 멀었다구요.. 멀었어...(왠지 의기소침)

2010-04-28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1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4-2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뽀님 진짜 가는구나~~~~그럼 언제 돌아와요?
아직 가지도 않은 사람한테 돌아올 걸 묻는 나는, 진짜 아줌마구나~!ㅋㅋ
음~ 뽀님 가기 전에 내가 만나기는 어려울 거 같고, 문자로 송별할게요.^^

Forgettable. 2010-05-01 11:1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가는 것도 몸만 가는거고 알라딘에는 계속 있을 건데 너무 소문이 동네방네^^;;;;

저 금방와요. 1년이면 금방이에요.
문자로 송별해주시는 마음만으로도 무지무지 감사해용^^

후애(厚愛) 2010-04-29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신다는 글 보고 안부인사 남기로 왔어요.
그동안 서재 뜸했는데... 죄송해요.ㅜ.ㅜ
한번 뵙고 싶었는데... 많이 보고싶을거에요.
항상 건강 챙기시고요. 식사도 꼬박꼬박 챙겨드셔야 합니다.
잘 다녀 오세요.^^

Forgettable. 2010-05-01 11:12   좋아요 0 | URL
후애님, 물리적인 거리는 오히려 후애님과 가까워집니다. 하하^^;
캐나다로 가거든요 ㅎㅎ

그리고 저 알라딘 떠나는거 아니에요 ㅠㅠ 조금 뜸해질 수는 있겠지만요.
말씀대로 건강하게 잘 다녀올게요 :) 고맙습니다~!

2010-04-30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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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전쟁에 길들여진 말들은 소리를 내야 할 때와 내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한다. 풀이 무성한 초원에서 자라난 말들은 달릴 수 있을 만큼 달렸고,, 달릴 수 없을 때에도 달렸다. 말들을 달리다가 엎어지거나 창에 찔려 무릎이 꺾였다. 피보다 먼저 거품이 솟아나왔다. 맹렬하게 뛰던 심장이 관성을 놓지 못한 채 여전히 가쁘게 뛰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혹은 끊어진 뒤에도, 말의 몸에서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피어올랐다.

 
   

첫 문장의 주어는 어느 영웅도, 어느 패자도 아닌 '말'이었다. 말이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목련이 지는 것처럼 덜컥하는 아픔을 자아낸다. 말의 최후를 이처럼 꽉 차게 묘사한 글도, 영화도, 그림도, 사진도 난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처음부터 녹록치 않은 독서가 될 것임을 직감했고, 고되던 독서를 겨우 마쳤다. 

내게 인내심은 쥐뿔만큼도 없다. 

여행은 길어야 한두달, 시험을 보면 벼락치기, 다이어트를 하면 한달 내에 10키로 감량, 인간관계의 지속 여부도 첫 만남에서 결정, 하물며 서재에 쓰는 글도 길어야 3시간이면 마친다. 무수한 충고에도 퇴고 따위 고려해본 적도 없다. 허나 타고난 성정에 반하는 것을 원하는 습성 때문인지, 이 오랜 기다림의 서사가 나를 무척이나 흔들었다.

   
 

 섭정왕이 세자의 어깨를 잡았다.
"나는 벗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합니다. 언젠가는 적이 될 것이나, 그것을 기다려야 하는것 또한 운명인 것입니다. 나와 세자가 그런 자리에 있습니다."
"그날을위해 8년을 기다렸습니다."
"......."
"대왕은 나의 적입니다." 

섭정왕의 입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나 미소가 사라진 뒤에 남은 것이 싸늘함이 아니라, 그렇게 보아도 된다면, 그것이 그리움이었다. 8년전 세자를 볼모로 호송하는 적장이었던 도르곤... 그가 조선의 벌판에서 새우던 밤을 기억하는 것이다.

 
   

자그마치 10년이다.  

기억력마저도 인내심 없이 사라져버리는 나는 이 10년의 세월을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렸다. 어느 누구에겐들 이 10년이 쉬웠을까. 사방이 적이었고,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두고도 기다림을 알아 보좌에 오르게 된 도르곤에게도, 뜻은 달랐으나 언제나 세자의 옆에 서서 고독을 나누며 언젠가 꼭 올 세자의 시대를 기다리던 봉림에게도, 죽을 수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어서 살던 흔에게도, 온갖 무간지옥을 살면서도 그래도 살아야겠다던 만상에게도.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그래도. 그래도. 작가 김인숙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 심양에 살던 조선인들의 사연이, 그들의 세월이 나는 참 아팠다.

그들 모두에게 기다림은 쉽지 않았지만, 기다림 끝에 얻은 영광도, 좌절도 모두 허망하다.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기다림은 그 끝이 허망하더라도 기다린 그 세월 때문에라도 영광이 되고, 빛나는 패배가 되고, 또다른 시작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과도하게 나뭇가지를 흔들어서 벚꽃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보다 무심하게 바람을 일으키는 나비 날개짓처럼 글을 쓴다. 그 바람에 읽는 내 마음이 울린다. 정돈된 문장 속에는 세자 저하의 몸 속에, 막금의 몸 속에, 흔의 몸 속에 가득찬 울음처럼 삐져나오려고 기를 쓰는 슬픔이 가득 차있다. 억지로 애국심을 조장하지 않고, 조선의 역사에 대한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 조선의 역사에 환멸 빼고는 무지밖에 없었던 내게 사랑과, 알고자 하는 욕심과, 다정함을 불러 일으킨다. 

빤한 신파에도 울음을 터뜨리는 나는, 계속해서 울음을 삼키고, 고인 눈물을 말리며 책을 읽었다. 그것이 [소현]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며.  

비루하고 오만했던 나는 역겨운 조선의 역사를, 한심한 한국 현대문학의 현실을, 앞으로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를 비웃기 위해 지금껏 이 소설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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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현, 궁금했는데~ 뽀님 리뷰 보니까 꼭 봐야할 거 같은 생각이 불끈!
첫 문장은 마치 김훈이 쓴 거 같아요. 남한산성에 이어지는 소현처럼...

Forgettable. 2010-04-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른 어떤 분은 김훈의 첫문장이랑 비교해두셨더라구요.
전 김훈 별로 안좋아하는데, 은근히 비슷한 문체인 것 같은데도 나름의 독특한 맛이 좋아서 이 책은 참 좋았어요.
 

아침에 반짝 눈을 뜨고 조금 밍기적 거리다가 운전면허학원 시간에 꼭 늦어서는 마구 뛰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왼쪽 깜박이, 오른쪽 깜박이를 번갈아 켜다가, 내 운전 실력에 좌절도 했다가, 시속 50키로까지 밟고는 깜짝 놀라 40키로에 맞추다가, 내가 빨리 배우는 편이냐며 선생님께 괜스레 뻐겨도 보다가, 벚꽃이 만개한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학원으로 돌아와 하차카드를 찍고는 집으로 귀가한다. 

오는 길 모퉁이에 있는 빵집에 들러서 빵을 사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는 빵중독에서 벗어나자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곤 누워서 뒹굴거리며 가볍게 이 책, 저 책 헤집어 본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아직도 알라딘에서 이 책 안읽은 사람이 있냐는 주위 사람들의 말 때문에 보게 되었다.... 는 물론 아니고 선물 받아서 읽게 되었다. 후르륵 읽힌다. 에미와 레오의 너무나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훔쳐보는 기분에 괜스레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레오의 입장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에미의 입장이 뭔지 나는 안다.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때는 레오가 되었다가, 어느 때는 에미가 되었다가, 또 어느 때는 베른하르트씨가 되었다가 하면서 읽었다. 다 읽고 나서는 책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 없이 [일곱번째 파도]가 무척 궁금했었다. 결말을 알게된 지금은 차라리 [일곱번째 파도] 따위는 없었던게 더 좋았을 거라고 작가를 원망한다. 

 그랬더라면 그녀의 산산조각난 마음은 어떻게든 다시 단단히 붙었을지도. 


 
[음양사] 

 난 이 김소연이라는 번역가가 참 좋다. 손안의 책 출판사의 대부분의 일본 책은 이 사람이 번역한 것 같은데, 특유의 짧고 가벼운 문장, 그 안에 든 바람, 따스함. 그리고 중후함, 뭐 이런 것들이 좋다.  

 하얀 얼굴에 붉은 연지를 바른 것만 같은 입술. 어쩐지 이준기를 떠올리게 하는 세이메이와 히로마사의 대화가 너무 좋다. 이를테면 "상냥한 사람이로군. 히로마사 자네는." 이라고 말하는 부분 같은 거.  귀신을 퇴치(?)하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 둘이 앉아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정말 매력적이다. 

 하이드님 말마따나 술 친구로는 세계 최고일 것이다. 

 

이렇게 책을 조금 읽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1시에서 2시 사이로, 보통 대중없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도 웬만하면 먹어두려고 한다. 간단히 밥을 먹으며 IPTV로 지나간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오늘은 신데렐라언니 5회를 보았다. 이 드라마는 어딘지 모르게 내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어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5회에서 8년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온 기훈이는 은조에게 "아는 얼굴이네." 라고 말한다. 왜 첫 인사가 그 따위어야 하는건지. 조금 더 다정할 순 없었던 건지.  

푸르스름하게 독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문근영에 새삼 감탄에 감탄을 마지않고, 이미숙과 김갑수의 매력적인 연기에 웃음지으며, 꼭 나타나주었으면 하는 때에, 꼭 그렇게 있어주었으면 하는 포즈로, 꼭 해줬으면 하는 말을 하는 천정명에게 반한다.  

그는 비밀이 많고, 누구에게나 다정하며, 그러나 나에게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고, 선하고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귀여운 표정일 짓는다. 몸 태가 좋아서 어느 옷이나 잘어울리지만 특히 검은 정장이 아주 잘 맞고, 오전에 밀지 않아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수염이 남자답다. 은조는 기훈이 부르는 "은조야."에 주박이 걸려 아무리 싫다고 밉다고 발버둥쳐봤자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이 내게 있다는 건 정말이지 비극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로맨스 따위 다 집어치우고 방으로 돌아와 [소현]이나 읽으며 구국충정의 분위기에 젖어 경건한 마음을 다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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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고싶어지는데요.. ㅠㅠ

Forgettable. 2010-04-2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6화 보고 또 눈물 질질 ㅠㅠ
이 드라마가 제 감성에 미치는 이유가 뭔지 좀 분석해봐야겠어요;;;;

Joule 2010-04-27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 인증샷이라는 게 설마 이건 아니죠?

Forgettable. 2010-04-2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놔 ㅋㅋㅋㅋ 쥴님 저 완전 빵터녔어요 ㅋㅋㅋㅋㅋㅋ (웃다가 오타난 거 굳이 수정 안함)
 



   
 

해명(海鳴)이 싫다. 
아득히 멀리, 정신까지 아득해질 정도로 멀리에서 차례차례 밀어닥치는 한적하고 위협적인 굉음.
대체 어디에서 들려오는 걸까. 무슨 소리일까. 무엇이 울고 있는 걸까. 울고 있는 것은 물일까- 아니면 바람일까. 그도 아니면 또 다른 것일까. 끝없는 넓이나 무의미한 깊이만 느끼게 하고, 전혀 안심할 수가 없다. 

애초에 바다가 싫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자란 나는 처음으로 그것을 보았을 때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바다일까,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바다의 주체는 물일까? 아니면 그 밑의 해저일까?
우선 그게 확실하지 않다. 물에 잠겨 있는 땅은 이미 바다인걸까?
그렇다면 저 불길한 파도라는 것은 뭘까.
파도도, 생각하기도 싫어질 만큼 아득히 먼 곳에서 너울너울 밀려왔다가는 떠나간다. 그것이 지금도 끊임없이 온 세상 해안에 똑같이 밀려왔다가는 돌아가는 걸까 생각하면 미칠 것만 같다. 그렇다면 바다는 흐느적거리며 그 영토를 쉼없이 넓혔다 좁혔다 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방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이 깨서는 계속해서 '해명이 싫다.'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하자면, [광골의 꿈]의 첫문장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전날 퍼마신 술이 덜 깨어 어지러운 귓청에 파도 소리가 계속해서 울리자, 이 '해명은 싫다.' 라는 문장이 눈 앞에 전광판이 그러하듯 계속해서 번쩍이고 있었다. 싫어, 정말 싫다..   

바다 옆에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창문을 닫는다고, 귀를 닫는다고 끊이지 않는 해명을 계속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 괴로운 일이다. 이 책을 읽기 전 파도소리는 내게 언제나 낭만적인 것이었고, 꿈같은 소리었다. 하지만 교고쿠 나츠히코는 언제나 그렇듯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침투해서 무언가를 건드려서는 해명을 두려워하게끔 만들어버렸다. 마치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바다를 두려워 했던 것만 같다. 그 깊이. 그 아득함. 사람을 미치게 하는 끝없는 해명.

앞으로 나는 바닷가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이 강렬한 첫문장에 의해 바다는 불길하고도 두려운 폭력이 되어버렸다. 

나 역시, 해명(海鳴)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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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4-2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어디를 가셔서 쓰신 글일까요..ㅎㅎ
광골의 꿈을 읽으려고 대기시켜 놓았는데... 빨리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ㅎㅎ

Forgettable. 2010-04-20 15:30   좋아요 0 | URL
어째 한 번, 푸른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푸른 동해였던 적이 없.었.던 동해죠.
제가 갈 때마다 흐리고 쓸쓸해요.

전 이제 막 상권 읽었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좋습니다. 어렵고, 무섭고, 알쏭달쏭해요. ㅎㅎ

다락방 2010-04-2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자친구였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은 그렇게도 겨울바다를 좋아했어요. 저를 사귀면서는 저랑 같이 가긴 했지만, 대부분은 겨울마다 혼자 그 바다를 찾는데요. 그러다가 물에 뛰어드는 사람을 한번 구한적도 있대요. 훨씬 훨씬 젊었을적에 말입니다. 그러면서 겨울바다를 밤에 보면 시꺼매서 자꾸만 뛰어들고 싶게 만든다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오늘 뽀님의 사진이 쓸쓸하고, 인용하신 문구와 잘 어울려서 어쩐지 좀 무서워요. 무섭고 쓸쓸하고. 자꾸 저 안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어질라고 해요.


Forgettable. 2010-04-20 15:35   좋아요 0 | URL
전 겨울바다 너무 추워요.
겨울에 물에 뛰어드는 사람을 구했다니, 대단한 남자친구에요. 그 추운 날에 그 찬물에 뛰어들 생각을 하더니. 진짜 멋지다. 수영 잘한다고 떠벌거리는 전 아마 할 수 없을 거에요. 신발도 젖고, 옷도 젖을테니까요. 게다가 젖은 의복들은 얼테구요.. 이런 걱정들이 앞서서 아마 뛰어들지 못했을 거에요. 그 분 진짜 대단하다. 정말 대단한 사람을 사귀셨었군요, 락방님!!

저 검은 바다 실제로 보면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을걸요! 저 바다 속은 무섭고 쓸쓸한 곳이에요 정말로!

다락방 2010-04-20 16:41   좋아요 0 | URL
그사람이 그렇게 말한거지 제 눈으로 본게 아니니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죠. 잘 보이기 위한 거짓말일 수도 있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Forgettable. 2010-04-21 12:02   좋아요 0 | URL
뭘. 대단했구만요 ㅎㅎ 부러워, 그.런. 사람과의 연애 +_+

Alicia 2010-04-20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명이 있군요.. 그게 해명이군요.. 바다가있는 지방소도시로 내려가 살고싶다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휴.

Forgettable. 2010-04-21 12:03   좋아요 0 | URL
와, 알리샤님이당! ㅎㅎ

해명에 대한 두려움과는 별개로 해명이란 말 좋죠.
바다가 있는 지방소도시에 내려가서 사셔도 되요. 바다 바로옆만 아니라면 파도소리 때문에 괴로울 정도는 아닐거에요, 그리고 그 느낌은 사람마다 다른거니까.. 어쩌면 시시 때때로 변하는 소리 때문에 심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Forgettable. 2010-04-21 13:10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번역가가 번역을 참 잘해주는 것 같아요. ㅎㅎ
원작자가 해명이란 단어를 사용했는진 모르겠지만요.

다락방님이랑 데이트 하기만 하면 만취데이트인데.. 알리샤님이 감당하실 수 있을까요. 헤헤^^;;;
한 번 같이 만나면 재밌겠다.

다락방 2010-04-2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다. 만취데이트 ㅋㅋ (알리샤님, 현재의 위 상태로는 우리 감당 안되실거에요 ㅠㅠ)

뽀님아.

내 이메일 주소 써줄게요. (어쩐지 곧 헤어질기세 ;;)

fallen77@hanmail.net

Forgettable. 2010-04-21 15:36   좋아요 0 | URL
뭐야 ㅋㅋ 저 알라딘 계속 할거거든요? ㅋㅋㅋㅋ
그래도 저장해둘게요!
 

지금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어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그러셨다.   

구비문학의 세계였던가, 이해였던가.

무당이 작두 위를 탈 수 있는 힘은 모인 사람들이 두 손모아 간절히 비는 염원이 모이는 데서 나오는 거라고. 이건 신령한 힘일 수도 있고, 초능력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비는 마음과 마음이 모여야 가능한 일이라 하셨다. 

한국 문화의 이해는 예서 출발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마음이라는거. 내가 말뿐인 한국 현대 소설 일부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 마음이 담기지 않아서이다. 옛날의 마음과의 단절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학은 결코 현대의 마음도 울릴 수 없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계기는 며칠 전 본 점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네에 아주 용한 점쟁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보았다. 한참 미래에 대한 불확신으로 나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점을 보는 동안 별다르게 잘 맞춘다며 호들갑을 떨 일도 없었다. 그저 예상했던 대로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았다. 하지만 툭툭 내뱉아지는 점쟁이 할머니의 반말에 왜인지 점점 마음이 조금 편해졌고, 이 점을 보는 행위는 어느새 대화가 되어있었다. 순간 눈물이 날 뻔하기도 했다. 우리 할머니보다 더 친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급하고, 기분이 좋아져서는 집으로 돌아와서, 할머니의 말대로 엄마와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대화했다. 

배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옛날 사람의 마음이 되어 설화와 민요, 판소리를 느끼려는 시도들이 모두 헛짓거리였단 생각이 갑자기 든 것은 어제였다. 무구한 역사로 이어져온 무속신앙의 기본은 신령이 아니라 신령을 믿는 무속인과 서민들의 마음이란 걸 나의 체험에서 이제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신성성과 주술성은 방편이자 정의하려는 현대인들의 핑계였을 뿐. 그 동안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안다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민속 신앙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돈 몇푼 내고 속물처럼, 그래 너 얼마나 잘 맞추나 보자. 가 아니라, 내 살아온 이야기와 내가 바라는 바를 이야기하고,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무속인과의 대화가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다잘 될 것이라는 무속인의 말에 위안을 받고, 마음의 응어리진 덩어리를 풀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다잡으며, 일하며 노래할 수 있는 낙관으로 우린 살아왔던 것이다. 

단명한 이는 장수허고
무자한 이는 생남허고, 가난한 이는 부자되고,  
선팔십 후팔십 다산 로인
극락길도 밝은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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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0-04-1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그리고 그제.
제가 읽은 두 권의 책에는 모두 그런 이야기가 나와요.

마음이 없는 사람,
살아도 이미 죽어있는 사람의 이야기.

저는 요즘 제가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좋은 학교를 나오셨군요...
저는 국문학과인데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먼 산)

Forgettable. 2010-04-16 10:59   좋아요 0 | URL
좋은 학교라기 보단, 좋은 선생님을 만났죠. 책의 공동저자이십니다. ㅎㅎㅎ (왠지 자랑스럽기)
그리고 poptrash님의 관심사는 고전보단 현대문학이나 희곡쪽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전 고전문학과 희곡, 시나리오쪽을 주로 공부했어요.

poptrash님께 용한 점쟁이 하나 소개시켜드려야겠어요 ㅎㅎ
저랑 굿이라도 한 판 하며 마음을 느껴보심이 어떻겠냐는.

gimssim 2010-04-16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말은 몸이 듣고 몸의 말은 마음이 듣는 거 아닐까요?
전 그런 생각이...

Forgettable. 2010-04-16 11:02   좋아요 0 | URL
마음과 몸은 유기적이죠. 마음과 몸 중에 어떤 것이 선행하는지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이것들은 연결되어 있어서 어긋나려고 하면 스트레서 받아요 ㅎㅎ

저 같잖게 선문답을 하고 있네요. 히히

Seong 2010-04-1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엘료 할아버지 말도 Forgettable님과 상통하는 것 같아요. 당신이 진심으로 바라면 온 우주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 진심.
지금 Forgettable님의 마음엔 대구의 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도 나한테 희망을 걸지 않을 때, 나를 믿고 버티는 게 진짜 빛나는 거야!"
^.^;

Forgettable. 2010-04-16 11:07   좋아요 0 | URL
네. Tomek님 서재 갈 때마다 그 글귀 하나씩 꼬박 씹으며 읽고 있습니다. ^^

아휴, 코엘료 할아버지. 문학계의 자기계발서 대가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ㅎㅎ
그러게요. 사람들의 마음의 소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용하신 글귀를 보면 동양의 고전문학과 코에료 할아버지는 상통하는 부분이 분명 있군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역시 상응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Arch 2010-04-1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좋아서 추천했어요. 결국 점을 보는건 내 미래를 예측한다기보다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 맘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내겐 뽀님이 좀 그렇던데. 나몰라라 직관녀랄까. ^^

그래서 말인데요. 전국 일주는 언제 떠나요?

Forgettable. 2010-04-18 22:00   좋아요 0 | URL
나몰라라 직관녀라. 제가 들은 평가 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말이에요. 흐흐
고성은 다녀왔고요, 경주는 다음주말, 군산은 일정 잡아 봅시다. ㅋ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전공수업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데요...... 공부하느라 때가 타긴 했지만 논문집이라 공부한 기억밖에 없는 책입니다.
얼마 전 아름다운가게에 기증을 했는데, 누가 사갔는지 모르겠네요^^

Forgettable. 2010-04-18 22:02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이 책을 전공 수업에서 사용하는 수업이 또 있나봐요. 혹시 저랑 동문이실지도?!! ^^

글쎄요, 이 책이 논문집은 아닌데 저 역시 공부한 기억밖에 없긴 해요. 전 전공책을 하도 지저분하게 봐서 (이름도 써놓고 줄도 막 그어져있고 메모도 마구 되어있어요.) 어디 기증하지도 못하네요 ㅎㅎ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4-18 22:18   좋아요 0 | URL
개론서가 좀 더 어울리는 말이겠네요. 지금은 하는 공부가 달라져서 옛 전공책을 보면 기분이 묘해져요. 소중하단 생각도 드는 한편, 책에 적힌 흔적이 부담스레 느껴져 지우고 싶기도 하고......

요 몇 주간 심리학과 대학원생에게 심리 검사를 받고 있는데, 그 친구가 현대판 무당이 아닐까 더러 생각해 봅니다.

Forgettable. 2010-04-18 22:34   좋아요 0 | URL
딱히 대체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개론서가 맞군요. ㅎㅎ

저는 보통 독서할 땐 책에 흔적을 잘 남겨두지 않아요. 다음 독서 때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런데, 공부하는 책에는 아낌없이 흔적을;; 지금 보면 무슨 생각으로 그 땐 이게 중요하다고 여겼을까 의아한 부분이 많죠.

요즘 읽는 책에 등장하는 정신분석을 공부한 사람이 안좋은 일을 당한 어떤 사람을 상담해주면서, 프로이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좀 재밌기도 하고 그랬어요.
상담한 사람의 얼굴 너머로 수염난 할아버지가 비웃고 있다는 표현이 ㅎㅎ (이얘기가 갑자기 왜 떠오르지)

여튼 현대판 무당이란 말씀 공감합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4-1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무당들은 일종의 카운셀러였죠. ^^ 전 마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에요.

Forgettable. 2010-04-18 22:03   좋아요 0 | URL
예. 고마워요 :)

다락방 2010-04-1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신이 필요하다는 그 마음이 뭔지 오늘은 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제게도 그게 몹시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요.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사주를 본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뭔가 불안불안한게 있었는데 사주에서 그걸 콕 찝어내서 빨리 끝내는게 좋을거라고 했다고요. 사주를 보고 운명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들은대로 살게될까봐 좀 두려웠는데, 어쩌면 들은대로 사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가장 덜 다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확신을 갖고 싶어요. 그러니 나도 사주 한번 보러 갈까요?

묻고 싶어요. 이걸 관둘까요 저걸 관둘까요 아니면 이도저도 다 관둘까요? 하고 말이지요.


어제는 술을 마시고 늦은밤에 돌아오면서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렸어요. 그전날 남동생과 술마시고 들렀던 아주 쫄깃한 우동집에 다시 가기 위해서였죠. 우동은 싫어하는데(면이 너무 두꺼워요!), 그 집 우동면발은 두껍지 않았어요. 그래서 열한시쯤 그 우동집에 갔는데 거기엔 혼자 온 남자들이 수두룩했어요. 여자는 한명도 없었어요. 짜장면과 우동만 파는 기사식당이었거든요. 늦은밤에 뭔가 치열하게 살다가 우동 한그릇씩 먹기 위해 들어온 그 남자들 틈 사이로 도무지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문 앞에서 멈칫멈칫 하다가 분홍색 네일아트를 한 손이 내내 걸렸어요. 결국 우동을 먹지도 못하고 한참을 걸어 집에 돌아왔어요.

세상에 참 많은 것들이 슬프고 지긋지긋해요.

Forgettable. 2010-04-18 22:13   좋아요 0 | URL
일요일 오후 2시. 제가 설악산 산자락을 거닐고 있을 때였군요. 헤헤
(댓글을 보아하니 이렇게 약올리면 안될 것 같은데, 왜 괴롭히고 있을까요. 아휴, )

사주는.. 잘 모르겠어요.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 같아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잖아요. 그것을 점쟁이가 그대로 꼭 집어서 말해주면 안도하게 되지만, 그 반대를 말하면 내가 오히려 점쟁이를 설득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사주를 보더라도 큰 확신을 얻을 순 없을겝니다. ㅎㅎㅎ

그리고 난 왠지 락방님이랑 점쟁이는 안어울리는 것 같아요. 혼자서도 잘 하고 있는 것만 같아 보여서요. 그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가끔씩, 혹은 자주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긴 하지만.

우동집 이야기는 왠지 쓸쓸해요. 우동은 혼자 먹으러 가지 말아요. 그것도 술을 마시고! 게다가 남정네들이 수두룩한 곳에! 락방님처럼 매력적인 여자는 잡혀간다구요~ 분홍색 네일아트까지 했다니!!

전 네일아트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기분이 정말 좋아지나요?
많은 것들이 슬프고 지긋지긋하다니 네일아트를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건 아닌가봐요..

Arch 2010-04-20 11:06   좋아요 0 | URL
댓글엔 추천 기능이 없나요? 뽀님, 알라딘에 건의하면 내가 뽀가 다락방님이랑 남긴 댓글엔 죄다 추천해줄게요.
다락방님이랑 뽀는 페이퍼만큼 댓글도 잘 써요. 미잘이랑 나만 좀 그래.(괜히 미잘 걸고 넘어짐)

뷰리풀말미잘 2010-04-25 02:23   좋아요 0 | URL
아치, 제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Forgettable. 2010-04-25 21:14   좋아요 0 | URL
저도 지켜봐 주세요!

Forgettable. 2010-04-2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요즘 '칭찬엔 뽀도 춤춘다.' 뭐 이런 책 읽고 있어요? ㅋㅋㅋ 덩실덩실
여기에서 '뭘요, 아치도 글 굉장히 잘써요!' 라고 해야 하나 싶고. 하지만 그건 너무 오글거리고 ㅎㅎ
미잘보다 훨 낫죠 아치는. (없다고 뒷다마 작렬ㅋㅋ)

전 베플 한번 되 본적이 없는 걸요.
뭐 베플제도 있는데서 댓글 달아본적도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