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처음 도착해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꼴까따에서 델리로 가는 기차를 탈 때만 해도 나는 온갖 괴소문과 루머에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기에 엄청 고급형 기차라는 라즈다니 기차를 탔었다. 완전 고급형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3급정도의 수준이었기에 [다즐링 주식회사]에 등장하는 삐까뻔쩍 이국적인 기차의 특실과는 완전 차원이 다르다.
벽 하나에 3개의 판때기가 붙어 있어서 거기에 누워서 잠을 자는데, 가운데서 자는 사람과 맨 아래서 자는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자고 깨고 해야 한다, 가운데 침대가 펼쳐져 있으면 맨 아래사람도 누워있어야 한다. 그 칸 사이사이가 매우 좁다.
이게 나한텐 굉장히 중요했던게, 피곤하고 긴장도 많이 풀려서인지 델리까지 가는 24시간(?) 내내 주는 밥도 뿌리치고 잠만 잤기 때문이다. 맨 위층에서-, 왠지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 하루를 멀뚱멀뚱 마주보고 앉아있어야 하는게 뻘쭘하기도 했고-
이 사람들은 기억도 안난다.
뭐랄까, 깨끗한 척 하면서 나오는 컵에 담긴 짜이나 과자 부스러기들, 플라스틱에 담겨 있는 음식들이라니;;; 병원이냐-
그러다가 친구와 한달반만에 상봉을 했고, (비행기표를 못구해서 잠시 들렸다 가기로한 태국에서 한달동안 놀다니-_-)
델리에서 유흥의 밤을 며칠 즐기다가 (아, 즐겁고 지루해)
드디어 기차로 7시간거리의 푸쉬카르로 향하게 되었는데,
이 때 드디어 자고 있으면 인도인이 다리를 쓰다듬는다거나, 가방을 훔쳐간다던가 하는 로컬 기차를 타게 되었다.
이 기차에서 나는 동정심에 관해서 나의 혐오스러운 이기주의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침대칸의 중간중간 통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종착지까지 가려면 48시간정도가 걸린다는데, 표가 없어서 혹은 돈이 없어서 그렇게 며칠을 바닥에 앉아서 이동을 한다고 한다. 나는 그들이 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바른생활 사나이 스페인 친구(이름도 어째 하수스니)는 어린이를 바닥에 재울 수 없다며 선뜻 침대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자신은 바닥에 침낭을 깔고 눕는다.
평생 침대를 벗어나 자보지도 않았을 그 아이가 선뜻 바닥에 드러눕는 건 정말 내게 충격이었는데, 다음날 기차에서 내려 푸쉬카르로 이동 하려는 차에 사기를 쳐대는 사람들을 선뜻 믿고 따라나서려고 하는 걸 내가 겨우겨우 끌고 와서 로컬버스를 태웠다. 밤새 쥐랑 눈이 마주쳤다느니, 등이 아프다느니 하며 깔깔대는 이 아이를 어쩌면 좋으니,
수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있지만, 수많은 로컬들과 어울려 이야기 했었지만,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가 어느 집까지 끌려들어가선 이번에 새로 태어났다는 아이를 안아보고, 그 아이가 내게 오줌을 싸버려서 아주머니들이 닦아주고; 신이난 아줌마는 괜히 날 끌어안고 춤을 추고, 주위에선 노래를 부르던 기억, 밤버스를 타고 가는데 엄청 어려운 영어를 쓰는 아저씨가 자꾸 토론을 요청해서 잠결에 '파든?'을 백번 요청했던 기억, 화장실가고싶다고 했더니 날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고 문 앞에서 지켜주던 아주머니, 내가 예수님이라도 되는 양 옷자락이라도 한 번 잡아보겠다며 우르르 몰려들던 어린이 소풍객들(솔직히 이땐 식겁), 내 손이 너무 차갑다며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부벼주던 아줌마, 푸쉬카르같은 성지에서 맥주구해다주던;;; 낙타사파리 중개인 등등)
아-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군가를 닮은 인도아저씨였다. 괜히 너무 친근해서 막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처음으로 내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한 사람-) 짧은 영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인도르에서 꼴까따까지 가는 기차 안이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36시간 이상은 걸렸을 것이다.
인도말을 모르는 나를 대신해서 식사를 주문해주기도 하고(매번 자느라 식사시간을 놓쳐서 사모사따위로 배를 채웠는데ㅠ)
꼴까따에서 바로 방콕가는 비행기를 타야한다니깐, 왜 꼴까따까지 비행기를 안탔냐며(돈이 없다니깐 진짜 어이없다는 눈치- 외국인이라고 다 돈많은거 아니라구요ㅋ), 기차가 자꾸 연착되는걸 나보다 더 걱정해주시고(6시간 여유를 뒀었는데, 10시간 이상 연착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나보고 운이 정말 좋단다^^)
시간이 빡빡하게 겨우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내 가방을 들고 내 손을 잡고 택시 승강장으로 뛰어가서는
바가지 씌우지 말라고 택시아저씨에게 신신당부를 하시곤,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걱정어린 눈으로 배웅하던 아저씨 ㅠㅠ
오늘 자꾸 그 아저씨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보니 아저씨 마르케스님 닮았네^^
핸드폰 바꾸면서 아저씨 사진도 잃어버려서 씁쓸하다.
- 아저씨, 근데 그 기사아저씨가 결국 나 바가지 씌웠어요 ㅠㅠ
그곳에서 만나 함께 여행하던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그리워했었는데 요즘엔 호기심이 지나치게 많던 착한 인도사람들이 많이 생각난다. 나는 그 속에서 더럽다거나, 속았다거나, 위험하다거나 하는 느낌을 단 0.1초도 느낀적이 없었다. (비싸잖아~ 라고 느꼈던 적은 많았지만, 사실 이게 1000원도 차이가 안나는건데 뭐 그렇게 아낄려고 벌벌 떨었는지-_-) 단지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공간과 시간의 골목골목에서 마주쳤던 나의 소중한 인연들이 오늘따라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