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채널을 구독하고 나서 고약한 버릇이 생겼다.

구독 채널을 누르면 밤 사이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 예능들이 주르륵 나온다.

이 영화도 보고 싶고 이 드라마 시리즈도 정주행 하고 싶어서 화살표 버튼을 빛의 속도로 누르고 나면 뒤이어 주르륵 나오는 영상물은 재미가 없어 보인다.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서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들,최근 화제성이 높은 드라마,좋아 하는 예능인이 나오는 토크쇼를 차례 차례 클릭 하고 1.25배속에서 1.5배속을 오간다.

1시간을 채 넘기지 않고 드라마 시즌 1을 정주행으로 몰아 보았고 얼마 전에 영화관에 개봉되어 화제가 되었던 영화 엔딩 OST가 흘러 나오는 것 까지 보고 나서 여행 채널을 가장 빠른 속도로 감아 보다 가보고 싶은 장소가 나오면 정상 속도에 맞춰 놓고 본다.

여행지에서 설명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신경에 거슬려서 소리를 없애고 자막처리 기능 버튼을 누르자 이국적인  풍경이 더 선명하게 보이니 자막은 거의 읽지 않는다.

프리미엄 구독료를 알차게 소비 하려면 매일 여러 편의 영상물을 가능한 많이  봐야 하기 때문에 가성비에 맞는 시간을 절약 하기 위해서 영상물을 볼 때 마다 1.25배속에서 1.5배속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보는  내가 비 정상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고물가 시대에 무엇이든 효율적으로 알차게 소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효율을 극대화 해서 합리적인 삶을 영유 할 수 있어야 한다.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도  조리의 간편함과 함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가성비 대비 가격이 합리적인 것을 선호 하게 되었고 자동차를 몰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대형 쇼핑몰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 하느라 하루 반나절을 소비 하지 않아도 쇼핑앱 클릭 하나 만으로도 필요한 소비를 모두 해결 할 수 있는 시대다.

드라마나 영화, 미술 같이 시간을 들여서 감상 했던  문화가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접속만 하면 어떤 영상물이나 작품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양이 폭발적이게 늘어났다.

릴스나 숏폼, 틱톡 같이 1분 남짓한 영상만 봐도 필요한  정보를 흡입 할 수 있는 시대에 유튜브의 영상 시청 시간은  8분이 마지노선이 되었다.

넷플릭스의 ‘1.5배속’ 조절 기능이 2020년 7월 출시되자 마자 영화계와 드라마 제작사 측은 콘텐츠의 작품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큰 논란이 되었지만 2000년대 부터 쏟아지는 다양한 영상물을 흡입하며 일찌감치 빨리 보기 기능을 선호 하게 된 소비자들은 이 기능에 대 환영했다.

제작자들과 창작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연극, 혹은 영상 '작품'이 한 조각이 되는 '콘텐츠'로 대치 되고, '감상'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단어가  '소비'라는 일상의 것으로 치환되었다.

본래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장소에서  소비자들이 한 끼 식사 비용을 지불하고 비싼 영사기와 최신식 스테레오가 틀어주는 영상과 소리를  긴 시간 동안  봐야 하는 수동적 콘텐츠였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변해 버린 여러 일상들이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찾아보는' 방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따라서  영화를 잘게 편집해 10~20분 내외의 요약 콘텐츠를 보고 전체를 감상할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 보다가 생각 보다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  건너뛰거나 빨리 감아 보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나고 나서  영화관에서 부동 자세로 2시간을 앉아서 영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대폭 줄어 들고 있다.

이는 인내심이 부족 하기 때문이 아니다. 업무처리 부터 일상의 모든 것을 스마트 폰으로 해결하고 확인하고 주문하는 시대에 2시간 동안 새 알람을 체크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일과 가정 그리고 학교에 문제가 발생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초초감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현 시대 사회 변화는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숙성 시키기 보다 매 시간을 빈틈과 완충 지역 없이 빡빡하게 설계 해서 다량의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물을 쏟아내어 영화표 한 장 가격에 무제한으로 영상물을 소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세상의 콘텐츠가  '헐값'이 된 지 오래다. 

한 달에 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평생 보아도 다 볼 수 없는 콘텐츠를 스트리밍 하는 OTT를 구독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는 '품질'의 문제가 아닌 지불한 가격 만큼의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영상물을  많이 봐야 시간 대비 성과까지 챙기며  남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추세는 영화나 드라마의 콘텐츠의 미학적 질도 저하 시키게 되었지만 어쨌든 만 원 한 장이면 두툼한 세계사 책을 읽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되었고 죽기 전에 봐야 하는 100편의 명작 영화도 빨리 감기로 봐서 이 전 보다 더 많은 영화의 이름과 스토리를 대충 알 수 있게 되었다.

오래 세월의 먼지가 쌓인 묵직한 고전 보다 단순한 스토리 전개, 통속적인 스토리, 손 끝 터치 하나 만으로 소설 한 편을 뚝딱 읽을 수 있고 종이책 여러 권을 탑처럼 쌓아 놓지 않아도 손으로 넘겨 보지 않아도 다양한 장르의 만화와 웹툰을 볼 수 있는 시대에 나는 더 이상 방구석에서 글만 쓰는 글쟁이 무명의 창작자가 아닌 나만의 영상 채널을 펼쳐 보이기 시작 했다.

[뇌는 무언가 소유하기를 원치 않는다. 심지어 새로운 물건을 소유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다만 새로운 대상을 갈망하고 이를 손에 넣는 ‘과정’을 즐길 뿐이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방정식> 중에서

2026년 1월 27일 부터 시작한 첫 번째 채널 

https://www.youtube.com/@moveablefeast-scott

'moveablefeast-scott' 채널은 예술과 문학, 일상의 '라이프 스타일에 녹아든 예술'의 과정을 탐구 하고 있다.

두번째 채널 아티스트 웨이 https://www.youtube.com/@loving-scott

두 번째 채널 아티스트웨이는 창작의 결과물이 우리 식탁과 반려 동물, 일상에 어떻게 변주 되어 일상의 예술을 구현 할 수 있는 지를 탐구하는 영상에 집중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브레이밍을 하고 스크립트를 구상하고 각본과 시나리오를 쓰기 까지 많은 고심을 했다.

온갖 영상 채널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누가 내가 만든 영상을 보게 될까?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하루의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고 있다.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해서 개인 채널을 운영 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나의 우상 중 한 명인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이다.

1991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객원교수로 초빙 받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1991년 뉴욕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1년 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 하기 위해 하루의 시간을 강의 준비-번역/잡지에 기고하며 에세이 쓰기-달리기로 시간을 배분하고 차근 차근 몸 만들기 준비를 해나갔다.

1991년 11월 3일에 뉴욕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3시간 31분 26초의 기록으로  완주 했고 1년의 시간이 지나 1992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 38분 20초 기록을 세웠다.

하루키는 50세가 되던 해인 2000년 부터 풀 마라톤 코스에서 4시간을 넘겼고 2012년 60세를 넘겼을 때부터는 5시간을 넘기며 1991년에 기록한 3시간 완주 시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70세에 들어서서는 6시간을 넘겼고 2022년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에서는 6시간 59분을 기록하며 7시간 대로 진입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 수록  하루키는 40대 시절에 세운 기록을 넘어 서지 못하고 있지만 마라톤을 시작 한 이래로  2년에 한 번씩 보스턴 마라톤 대회와 3년에 한 번 뉴욕 마라톤 대회 그리고 1년에 한번 하와이 마라톤 대회에서 꾸준히 달리며 날씨가 궂은 날에는 집과 전용 스포츠 센터에서 몸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하루키가 70대에 들어섰을 때 오랜 투병을 하셨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고 그 다음 해에 가장 절친했던 동료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 시기에 하루키는 라디오 방송을 집에서 방송했고 레이먼드 챈들러, 카포티, 재즈 평론가, 피츠제럴드의 후기 단편 모음집을 번역했고 단편과 장편 소설도 완성했다.

이렇게 왕성하게 집필과 번역, 라디오 진행과 여러 대외 활동을 하는 동안 하루키의 동년배들이 노환으로  요양원에 가거나 심각한 질환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장기 입원을 했다.

 갓 60대에 접어든 하루키가 진행하는 라디오의 프로듀서가 지난해 갑작스럽게 떠난 지 몇 달 후 하루키도 병원에 입원했다.

어린 시절부터 감기나 몸살, 골절 같은 자잘한 부상이나 질병을 앓지 않았던 하루키는 타고난 건강한 체질을 자부해 왔지만 지난해 몸무게가 무려 18킬로나 빠질 정도로 크게 앓았다.

건강을 회복한 하루키는 2024년 부터 쓰기 시작했던 새 단편 <카호>를 2025년 12월에 완성해서 이번 여름 출간을 예정하고 있다.

[실제 인생에 있어서는 만사가 그렇게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필요에 쫓겨 명쾌한 결론 같은 것을 구할 때, 자신의 집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나쁜 소식을 손에 든 배달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하루키는 더 이상 마라톤 대회에 출전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크게 아프고 나서 비로소 더 깊은 창작의 심연에 빠질 수 있다고 고백했다.

단  한 번도 소설가를 꿈꾼 적이 없었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계적인 작가라는 타이틀에 안주 하지 않고  여전히 글을 쓰며 창작 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키가 창작의 길을 멈추지 않고 달리는 동안 나 역시 창작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직접 연출 각색하고 편집한 하루키에 관한 영상이 'moveablefeast-scott' 채널에서 볼 수 있다.

https://youtube.com/shorts/jsCXcIF40FQ?si=J6e65qajEn_IgExD

https://youtu.be/zLHZVjkKlYA?si=wro0XeQiKZPSvV_l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힐 2026-02-19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scott님께서 유튜브를 시작하셨다니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구독하고 자주 시청 할께요. 믿고 보는 채널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해에 복된 일 많이 생기시고 하시는 모든 일 원만하게 이루어지길 바라겠습니다!

scott 2026-02-19 10: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마힐님의 응원 진심으로 많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첫번째 채널
https://www.youtube.com/@moveablefeast-scott

‘moveablefeast-scott‘에는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스크립트를 작성해서 영상과 애니를 제작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영상 편집 음성 녹음을 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두번째 채널 아티스트 웨이는 https://www.youtube.com/@loving-scott
제가 직접 가 본 도시와 살았던 나라의 주요 명소와 풍경을 직접 찍은 영상을 올리고 있고 좋아하는 것들 레고-편의점 같은 놀고 만지고 먹는 것들 그리고 명화 작품에서 영감 받은 것을 접시 위의 예술로 펼치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제법 추위가 풀려서 햇살도 따스한 2월입니다
마힐님 계신 북경에서 건강 잘 챙기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