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일이 쉬웠다면, 타고난 재주가 있어 공들이지 않고도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당신은 쉽게 흥미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다는 행복, 당신은 그것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최은영의 '몫' 중에서
세상의 그 어떤 일도 쉬운 일이 없고 내 뜻 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종 種인 호모 사피엔스는 오늘도 성실히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한 번 태어난 인생,,,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몸과 마음, 땀과 눈물을 빼며 살아갈까...
“아주 오래전에 소설은 죽었다.”라고 외치는 사부가 있다,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들으러 온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독자도 없는데. 이제 빠르고 쉬운 글을 써야” 한다.
문학계 혜성 처럼 나타난 사부의 이런 일침에도 수강생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 이 시대에 소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등단은 자격이고 면허라 목을 맨다.
한때는 순문학을 써냈던 사부는 이를 과감하게 저버리고 소설 강좌를 열어 월 30만원짜리 강의 영상과 무제한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월수입 7천만원 이상의 장르소설계 1위 작가가 되었다.
유료결제 3억뷰를 넘긴 “글 쪼가리”의 제목은 <내가 존나 센데 너희가 어디 감히 깝침? 마왕이건 드래곤이건 내 밑으로 다 집합!>이다.
이런 글도 문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는 이들은 그의 글을 읽으며 낄낄 거리고 이보다 더 행복 할 것이 없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고도화된 초고속 자본 주의 사회에서 일을 하면 할 수록 통장의 잔고는 줄어 들고 일상의 편리함은 나날이 AI신 기술로 편리해 지고 있지만 몸과 마음의 고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험난해질 수록 도시라는 생태계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더더욱 자극적이고 화끈한 영상과 스토리에 매달린다.
“증강 현실 기술 이전에도 꿈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았어요. 아니, 인간은 모두 어느 정도 그래요. 우리는 매 순간 복잡한 우리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요.” --장강명의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중에서
2023년 나는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라는 작품을 쓰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아닌 바다 건너 저 멀리 세상 속을 누비고 있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 9. 사라진 수사슴을 찾아서
https://tobe.aladin.co.kr/n/84708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 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최은영의 (「몫」)중에서
나는 아직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알지 못한다.
다만 2023년 1월 22일 부터 투비컨티뉴드에 글을 올리는 동안 402개의 노트를 발행했다.
https://tobe.aladin.co.kr/n/84521
산다는 것이 내 안의 결핍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면 나는 매일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오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