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직장생활 15년만에 처음으로 남자랑 단둘이 저녁을 먹었다. 사실 약속을 할때 왠지 부담스러워서 "그냥 둘이 먹나요? 아님 다른 분 모시고 와도 되는데...." 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었다. 약간의 결벽증세가 작용하였다. 하지만 어차피 한번은 식사 대접을 해야 할 분이고, 뭐 아는 사람이 보면 그런가보다 하겠지 하고 곧 마음을 비웠다. 그러면서 예약하는 와중에 룸으로 달라고 하는 생뚱맞음은 뭐람?
다행히 나의 그런 불편함을 예상했는지, 생각보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셨다. 백세주 한병을 둘이 똑같이 나누어 마셨으니 얼굴도 불긋불긋. (농담 한마디. 그 분도 서시랑 닮았다고 추켜 세워주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넘 공교롭지 않은가. 이래서 닮았다는 것 증명)
요즘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시면서 공자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앗 나도 요즘 역사책 읽고 있는데...." 하며 정약용과 이덕무에 대해서도 심오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사서라 고 하면 책은 많이 읽겠지 하며 주제를 연구하신건 아닐런지.... 다음에 뵈면 '미쳐야 미친다' 사드리기로 약속.
그런데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기 내가 어려운 질문 해도 될까? 궁금한 것이 있는데...." 하면서 예전에 "정00씨 이혼했다" 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러면서 재차 묻는다. 전에 몇번인가 만나기로 했다가 아이들 때문에 만남이 캔슬된 것들이 혹여 이혼으로 인해 부담스러웠던 것은 아니냐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아니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을 이혼했다고 하니.....참 내원. 그러면서 내가 신랑한테 당장 전화해야 겠다고, 요즘 금연선물로 노트북 사준 이야기까지 했지만 미심쩍어 하는 눈치다.
대체 소문의 발단이 누구인지 황당하다. 혹여 다른 사람과 혼동을 한것은 아닌지 물어봤지만 아니란다. 에고....내가 무슨 연예인인가? 이런 루머에 시달리게...그리고 난 단둘이 식사를 한 적도 없는 결벽녀라고....신랑이 문제인가? 황당했다.
집에 와서 신랑한테 말했더니...그냥 웃어 넘긴다. "별 미친 놈들....."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