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문체 하면 처음에는 눈에 확 띄는 써머리 쓰고 중간에는 이에 대한 사정 설명 이후에 간혹 관계자의 인용 등이 들어간다. 대체로 보도의 고전적인 문법에 따라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기사 외에 칼럼이나 인터뷰, 르포 등에서는 필자 특유의 필법이 들어가기도 한다.

교육부가 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불리하다 싶은 기사가 나오면 무조건 해명자료와 반론보도를 ‘전가의 보도’처럼 빼들 것이 아니라 정확히 사태 파악부터 했으면 한다. 갑자기 이 글까지 교육부가 해명자료를 내고 반론보도를 요청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  - 경향 칼럼 [기자메모], 2006년 07월 19일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7191814571&code=990512

이 기사를 쓴 기자와 마침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이러한 필체를 '의도적'으로 쓰기도 한다고 했다. 신문의 문체를 넘나드는 '문체'를 '신문'과 같은 보수적인 지면에서 보면 '매콤한 맛'이 난다.

-작년에 일본에서 인터뷰할 때, 60세까지만 지휘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예 지휘를 안하겠다는 건 아니고, 오케스트라의 공식 책임을 맡는 일은 그만두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지휘, 어린이들한테 의미있는 지휘, 그런 것들만 하고 싶다. 지휘? 이거 아무것도 아니다. 힘들기만 하지. 내가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될 자질만 있었다면, 절대 지휘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오늘, 왜 이렇게 말을 잘하나.

“그런가?(웃음). 사실 지금도 한국말이 힘겹다. 영어가 가장 편하고, 그 다음은 불어, 이탈리아어 순서다. 하지만 이제 나이를 좀 먹어서 그런지 자꾸 고향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게 좋다.”
- 경향 인터뷰 [경향과의 만남] '정명훈' 편, 2006년 07월 24일

링크 : http://blog.khan.co.kr/97dajak/5291709

신문으로서는 '대화체'를 쓰는 인터뷰에 재미있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를 자극할 수도 있다. 재치있는 질문은 대답 여하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 온종일 기억에 남는다.

이 글들을 조금 모아 페이퍼로 만들고 싶던 차에 오늘 펼쳐든 신문에 또다시 매콤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서 때아닌 SAT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SAT에 대해서는 “백인 중상류층에 유리한 방식의 시험”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고액과외 등을 통해 요령을 익힌 부유층 학생들이 고득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자 더욱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AT 성적 제출 자체를 폐지하거나 원서제출시 ‘선택사항’으로 권고하는 대학들이 늘어났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가만 있자, 부유층, 고액과외, 고득점이라…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교육의 양극화·빈익빈 부익부는 대한민국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런 것까지도 ‘한·미동맹’인지…
- 경향 칼럼 [여적] 'SAT', 2006년 09월 03일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9031820541&code=990201


예전부터 나는 '일탈'을 꿈꿨다. 특히 문학이나 학문이라는 대단히 보수적인 장르 안에서 풍운아로 남아 경계를 사뿐히 넘나드는 초식을 항상 그려왔지만, 불행히도 '내공'이 부족인지라. 

그건 그렇고 정작 본 기사보담 곁가지 문체에 주의가 쏠리는 것으로 보아하니, 나도 적잖히 산만한 오지랍을 가지고 있나 보다.

그건 또 그렇고 내가 본의 아니게 '경향신문'을 장사하고 있지 않은가. 기자에게 술을 얻어먹은 것도 있고, 농담식으로 '우리 신문 500부만 팔아 주세요'라고 한 말이 귓전에 맴돌았기 때문일까. 음~ 그러고 보니 이 페이퍼는 언론과 서민의 유착을 담고 있고 고약한 글이로군. 갑자기 만평이 한 폭 머리를 스친다.

 

 

 

 

 

 

 

 

 

 

<05년 9월 1일 경향 '김용민의 그림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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