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 악의 역사 3, 중세의 악마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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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악의 역사 초기부터 악을 인격의 역사라고 정의하였다. 인격의 역사란 악에 인위적 관념을 부여하는 것으로 철저히 인간의 차원에서 다뤄지게 된다. 인위적이란 것은 ‘거짓’이나 ‘과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루시퍼가 그런 존재이다. 루시퍼는 교훈적인 목적을 위해 과장된 채로 전승되었다. 루시퍼는 신이 창조해놓은 우주를 죄로 망쳐버린 악마이자 영원한 벌을 받는 존재이다.



악이란 사실 ‘무지’의 반영일 뿐이다. 전승해오는 이야기를 보면 사탄은 지구에서 생명을 잃어버린 바로 그 중심, 암흑 속에 존재한다. 그곳은 가장 낮은 곳이며, 중대하고 무거운 죄로 가득 찬 곳이다. 사탄은 회전하는 세계의 죽은 지점에 꼭 들어붙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곳은 매우 어둡다. 어둡다는 것은 생명이 없다는 것, 무익함과 무의미, 암흑, 그리고 비존재를 뜻한다. 루시퍼는 바로 죽음과 죄의 무의미함이자 영원히 고립된 어둠의 집단에 사는 존재이다.


사실 악마는 인간에 의해 채용된 것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영원히 인간을 지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면 언제까지나 지배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신과 악마이다. 어둡고 무서운 곳에 악마를 배치함으로써 일탈행위나 일탈행위로 오인되는 ‘자유’를 제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4세기나 15세기 초반과 같이 역병, 기근, 전쟁 등 인간의 생명을 시시각각으로 위협하는 상황들은 ‘악마’의 유혹을 받기 매우 쉬운 시대였다.


악마가 위정자들에게만 효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학가들에게도 매우 큰 가치가 있었다. 문학가들은 위정자들보다 훨씬 구체적인 의미의 ‘악마 개념’을 형성한다. 풍자라는 기제를 이용해서 고위 성직자, 귀족, 상인들을 악마의 배열에 합류시킨다. 특히 악마가 이들을 데려오는 모습에서는 매우 의미심장한 은유마저 느껴진다.


어렸을 때 기억을 되돌려보면 ‘악마’라는 개념은 매우 낯설다. 그때는 귀신이나 괴물, 공산당이 있었을 뿐이다. 악마는 매우 현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악마가 어린애들을 데리고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악마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실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악마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단, 그들은 매우 인간적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거다. 악마는 인간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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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1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시시 웃으면서 조신하게 V자를 그려봅니다...^^

승주나무 2006-08-1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 성님.. 애들 푸시죠^^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