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도청, 감시망 에셜론 하루 30억건 엿들어

출처 : 경향신문
입력시간: 2006년 05월 12일 18:11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지구상의 모든 신호정보(SIGINT)를 포착, 분석하는 국방부 산하 첨단 정보기구이다. 이 기구는 1952년 창설 이래 베일에 철저히 가려져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가 9·11테러 이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NSA에 대해 ‘영장없는 도청’을 승인했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의 관심을 끈 바 있다.


NSA가 포착하는 신호정보에는 유·무선 전화와 팩스, 전자우편, 무선통신은 물론 미사일 발사실험 때 방출되는 전자신호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NSA는 ‘전세계 공중의 모든 소리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위성촬영, 적외선촬영, 전파감청 등과 같이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첩보원을 통한 정보수집을 주로 하는 중앙정보국(CIA)과 구별된다.

NSA 촉수 역할은 모든 종류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는 정보감시망인 ‘에셜론’이 하고 있다. ‘UKUSA 안전보장조약’이라는 비밀협정에 따라 현재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같이 운영중인 에셜론은 하루 30억건의 통화를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무선 전화와 팩스, 전자우편, 무선통신 등 지구상을 떠다니는 모든 신호를 잡아내 분석한다. 이를 위해 120개가 넘는 인공위성과 음성분석 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가 동원된다. 통화내용 가운데 ‘테러’ ‘핵무기’ ‘대통령’ 등 특정 단어가 포착되면 슈퍼컴퓨터는 통화내용을 정밀분석하게 된다.

2001년 NSA를 해부한 ‘미 국가안보국: 비밀의 실체’라는 책을 쓴 제임스 뱀퍼드는 ‘애틀랜틱 먼슬리’ 4월호에서 NSA의 정보활동을 ‘빅 브러더스’로 묘사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국제통신은 세가지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하나가 위성을 통한 방식이다. 전세계에서 미국으로 오는 통신은 30개의 국제통신위성인 ‘인텔샛’을 거쳐 미국내 기지국에 잡힌다. 동부에는 웨스트 버지니아주 이탐에 AT&T 기지국이, 서부에는 워싱턴주 브루스터 인근에 민간기지국이 있다. NSA는 이들 기지국 인근에 비밀감청소를 설치해 통신내용을 포착한다. 두번째, 해저 광케이블을 통하는 것으로 태평양과 대서양 연안의 케이블 중계소는 NSA 본부와 직접 연결돼 있다. 미국본토와 연결되지 않은 외국 해저 광케이블에는 지미 카터호와 같은 특수 잠수함을 이용, 도청장비를 부착한다. 인터넷 통신의 경우 NSA는 민간 기지국과 연결해 모든 e메일과 인터넷 검색내용을 파악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NSA내 수 많은 암호해독가와 번역전문가를 통해 내용이 발가벗겨진다.

NSA는 9·11테러와 관련한 정보도 포착한 바 있다. 최근 CIA 국장에 지명된 마이클 헤이든 전 NSA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9·11테러 하루 전날 NSA가 2개의 관련 메시지를 잡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2개의 메시지는 ‘경기는 내일 시작된다’와 ‘내일 0시’ 등 두가지였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알 카에다 기지에서 나온 걸 포착한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9·11 당일까지 그 뜻을 해독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무방비로 9·11테러를 당해야 했다.

NSA는 CIA, 국방정보국, 국가정찰국, 국가영상지도국과 함께 미국 5대 정보기관으로 불리지만 규모면에서 최대이다. 예산은 CIA에 비해 2배나 큰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에 있는 NSA를 방문한 적이 있는 뱀퍼드는 그의 책에서 “95~99년 전체 예산은 1백75억7천60만달러로 2000년에서 2001년 사이에 73억4백만달러가 추가로 요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암호해독가, 수학자,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인력은 CIA와 FBI를 합친 것보다 많은 3만8천여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정식 직원에 포함되지 않는 중앙안보군 소속 2만5천명이 더 있다. 본부 건물만 50동에 달하고 NSA에서도 핵심인 작전본부 건물은 8만4천평에 달한다고 전했다.

냉전시대 적국의 정보수집을 위해 창설됐던 NSA는 냉전이 종식된 뒤에는 그 활동반경을 경제분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외국의 기업체와 단체들을 감시대상 명단에 포함시켜 이들에 대한 감청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 명단에는 외국의 금융기관과 석유회사, 곡물 메이저, 다국적 기업들이 빠짐없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 미국의 세계적 헤게모니도 남의 정보를 엿보는 이 NSA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조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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