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라 왕은 결국 인상여와 함께 무서운 진나라로 가기로 했다. 염파 장군은 국경까지 따라와 배웅하고 왕과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 가시는 거리를 헤아려 보면, 서로 만나 회담하는 예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는 30일 이상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30일이 지나도 돌아오시지 못하면 태자를 왕으로 삼아 진나라가 조나라를 차지하려는 망상을 끊도록 해주십시오."

왕은 이 의견을 받아들이고는 드디어 진나라 왕과 면지에서 만났다. 진나라 왕은 술자리가 흥겨워지자 이렇게 말했다.
"과인은 조나라 왕께서 음악에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거문고 연주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나라 왕이 거문고를 뜯었다. 진나라 사관이 나와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 진나라 왕이 조나라 왕을 만나 술을 마시고 조나라 왕에게 거문고를 연주하도록 했다."
그러자 인상여가 앞으로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조나라 왕께서는 진나라 왕께서 진나라 음악을 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분부(옹기로 만든 악기)를 진나라 왕께 올려 서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진나라 왕이 화를 내며 받아들이지 않자, 인상여는 앞으로 나아가 분부를 바치며 무릎을 꿇고 진나라 왕에게 청했다. 진나라 왕이 여전히 분부를 치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상여는 이렇게 말했다.
"저 상여와 왕의 사이는 다섯 걸음도 못됩니다. 저 상여는 목의 피를 왕께 뿌려서라도 요청할 것입니다."
이 소리를 듣고 진나라 왕의 주위에 있던 신하들이 상여를 칼로 찌르려고 했으나 상여가 눈을 부릅뜨며 꾸짖자 모두 뒤로 물러섰다. 진나라 왕은 하는 수 없이 조나라 왕을 위해서 분부를 한 번 두드렸다. 상여는 뒤를 돌아보고 조나라 기록관을 불러 다음과 같이 적도록 했다.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 진나라 왕이 조나라 왕을 위하여 분부를 쳤다."
진나라 신하들이 말했다.
"조나라의 성 열여섯 개를 바쳐 진나라 왕의 장수를 축복해 주십시오."
인상여가 또 말했다.
"진나라 수도 함양을 바쳐 조나라 왕의 장수를 축복해 주십시오."
진나라 왕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조나라를 이길 수 없었다. 조나라 역시 많은 군대를 배치시키고 진나라에 대비하였으므로 진나라가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 『사기열전』, 「임파ㆍ인상여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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