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가 타고 다니던 말이 어느날 한 농부의 밭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망쳐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농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을 끌고 가 버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가서 말을 찾아오겠느냐?” “제가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말재주가 좋다고 소문난 제자 자공(子貢)이 선뜻 나섰다.

그러자 마부도 함께 나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 지키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그래도 자공이 가는 것이 좋겠다.” 공자의 말에 자공이 휘파람을 불며 농부에게 갔다. 하지만 자공이 손이 닳도록 빌고 설득해도 농부는 말을 돌려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농부의 손에 잡혀 있는 말고삐를 강제로 빼앗아 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공은 맥이 빠져 빈 손으로 되돌아왔다.

공자가 이번에는 마부를 내보냈다. 마부가 웃으며 다가가 농부에게 말했다. “당신이나 나나 다 같은 농부가 아니오. 내가 깜빡 조는 사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짐승이 밭에 들어가 저지른 일이니 한번만 용서하시구려. 따지고 보면 이 밭 곡식이 당신네 것인지 우리 것인지 말이 어떻게 분별하겠소.” 마부의 말을 듣고 나서 밭주인은 허허 웃으며 말을 되돌려 주었다.

이 일화는 ‘설득 심리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실례다. 선비인 자공보다 배우지 못한 마부가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유유상종의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자공이 마부와 똑같은 말을 해도 농부는 설득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

- 경향신문 김학순 칼럼

출처 : http://blog.khan.co.kr/97dajak/509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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