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을 정리하며 적었던 글인데, 어느 친구가 고이 간직했다가 제게 보내주더군요.
관계맺기의 60점 과락 이론의 원전이 들어 있군요^^

 아~ 옛날이여어~~

1. 나의 활동복

물품에 관한 논리는 훈련소에서부터 그대로 적용된다. A가 B의 활동복을 입었다고 치자. B는 찾다가 찾다가 나의 활동복을 입는다. 나는 또 활동복을 찾다가 찾다가 A의 활동복을 입는다. 이 때 내가 입은 활동복은 나의 활동복이지 A의 활동복이 아니다. 군대의 물품은 \'관물\'이기에 돌고 돌고 돈다는 논리.

2. 점호와 보고

만약 내가 야근이나 어떠한 일로 점호를 받게 되지 못할 때는 신고를 한다. 신고를 하면서 점호를 고치지 않았다면 나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점호가 고쳐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착각이다.

3. 하나둘셋 유치원

군에서는 인간의 순수한 행위와 사고의 놀라운 집단화를 보게 된다. 얼마 전에 올라왔던 글에도 있었지만 누군가 대학시절 배웠던 \'바위처럼\'이라는 율동을 부대원들에게 가르쳐 준 적이 있다고 한다. 별 이유는 없었고, 심심해서 반 함께 할 것을 찾는 것 반 해서 한 것 뿐인데, 생각보다 부대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밖에서 묵을 기회가 있었는데 부대원들이 저희끼리 단체로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서로 틀린 동작을 보고 웃고 떠들며 순식간에 팀웍이 맞아가며 부대원 율동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마치 하나둘셋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체조를 따라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인간이 순수해질 수도 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글을 보고 \'스트레칭 7개 동작\'을 분대원에게 보급시켰는데 반응이 좋았다. 숙련된 조교도 정하고 실제 동작도 해보면서 같이 만들었는데, 분대원들이 진지하게 따라하는 것을 보고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아마 이것이 군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도 핵심적인 특징이 아닌가 한다. 이것을 전투적으로 부른다면 \'전투력의 심장\' 정도 될까.

4. 60점 과락 이론

이 이론은 내 군생활 최대의 위기가 가르쳐준 \'군생활 지침\'이다. 여기서 말하는 점수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점수도 될 수 있겠지만 \'관계의 점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군이라는 특수성은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형성조차 될 수 없고, 각 개인도 이 점을 간과했을 때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는 만큼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100점을 만점으로 하였을 때 나의 최고점수는 50점이고 상대방의 최고점수는 50점이다. 어떤 행동에 대한 평가를 할 때 60점을 과락으로 하고 60점이 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고 해보자. 나는 아무리 점수를 잘 준다고 하더라도 50점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은 내 행동을 보고 10점을 주기도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군에서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옮길 때 나의 점수를 30에서 40 정도로 하고 상대방의 점수를 20에서 30 정도 끌어올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최상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좀 추상적이라 생각한다면 이것을 뒷받침하는 간단한 사례를 들고자 한다. 병영생활을 함에 있어서 특히 강조되는 사항을 위반했을 시 가해지는 \'절차에 의한 벌\'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A가 자신의 사익(私益)을 목적으로 B에게 피해를 주거나 혹은 부당하게 그러한 행위를 하였을 때 이 이론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A가 나름대로의 공익(共益)을 목적으로, 그리고 B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끌었으나 결과적으로 \'절차에 의한 벌\'을 받은 경우는 커다란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A가 받은 벌에 대한 이유가 얼핏 보아선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60점 이론\'으로 보자. A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점수라 한다면 50점이 된다. 현실적인 상수를 반영했을 때 40∼45점 정도로 형성된다고 했을 때, A는 B에게서 15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만약 A가 B를 납득시키거나 B의 동의에 의하여 \'강행군\'을 했을 때 B는 충분히 A에게 15점 이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공익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거나 B를 이해시키지 않고 이루어졌다면 15점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것이 A가 벌을 받은 명백한 이유가 된다.
만일 이러한 일로 고민하고 있다면 피해갈 방법은 있다. \'60점 딜레마\'에서 벗어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상대방이 자신이 밟았던 \'뼈아픈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굳이 경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해의 수준에서 그 사람이 피해갔으면 하고 나는 \'실천\'할 수 있다. 동양의 오래된 경전에서도 좋은 이야기를 두 번 이상 하면 의가 깨진다고 하여 \'쓴소리\'의 반복은 피하고 있다. 당신이 상대방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 그가 밟게 될 \'고난\'을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를 붙잡고 고난을 빠져나가려 한다면 자칫 \'딜레마\'를 밟는 일이 생긴다. 어차피 인생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며, 반드시 경험해야 할 것이라면 그것이 \'뼈아픈 일\'이 되더라도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지만) 당신의 선을 어느 정도만 지키고 그를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당신은 충분히 \'양심\' 앞에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왜 그것을 밟게 되었나\' 하고 누군가 \'잔인하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진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꺼린다.


이것은 병가의 오래된 법칙이자, 동서양 모럴리스트들의 필수 수칙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를일종의 \'타인\'이나 \'적\'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연인에게도 이러한 전략을 쓸 수 있을까. 인간은 어떤 사람이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점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것만큼 확실한 인간애의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누구나 진심을 감춘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누구보다 병법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나로서 \'그것\'을 밟기에 앞서서 망설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끼고 사랑한다면\'

이것을 애정표현이라 한다면 비웃을 텐가. 다음에도 이것은 나로 하여금 \'타인\'을 \'경계\'하도록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입을 막을 권리는 없지만 내 귀를 막을 권리는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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