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샘이의 논술일기

5. 요약은 그냥 줄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바람샘이 교실 앞에 도달했을 때, 고함소리가 오가는 것을 들었다. 문을 열었을 때 세 친구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지성이는 씩씩거리기까지 했다. 바람샘은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얘들아. 왜 그렇게 싸우니?"

“해원이는 고집불통이에요?”

지성이가 감정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무슨? 너희들이야말로 고집불이지.”

해원이는 지금이라도 당장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기세다.

“어찌된 영문인지 내게 좀 말해보려무나.”

바람샘은 차분한 어조로 친구들을 설득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였다.


요약에 대한 오해


“오늘 배울 부분이 요약에 관한 거잖아요. 요약이 뭐에요. 한마디로 긴 글을 짧게 줄인다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해원이는 ‘단순히 줄이기만 하는 것은 요약이 아니다’고 우기는 거에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새로운 글을 하나 쓰고 말지, 뭐 하러 요약을 하나요? ‘요약은 요약일 뿐인 거에요.”

지성이가 장단 일장을 늘어놓았다.

“큰샘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바람샘은 사건의 전모를 다 알아차린 듯이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큰샘이에게 물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해원이 말처럼 요약이 제시문과 ‘다른’ 글이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의문이에요. 그렇다면 제시문과 요약문의 연관성은 없어지는 거잖아요.”

큰샘이는 지성이처럼 해원이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큰샘이도 요약에 대한 개념파악은 아직 안 되고 있다는 것을 바람샘은 깨달았다.

“얘들아 잘 들어보렴. 요약이 단순히 줄이기만 하는 거라면 왜 시험문제로 내겠니. 글자 줄이기는 초등학생도 할 줄 안단다. 최소한 요약문에서는 요약한 이의 언어로 표현돼 있어야 하는 거야.”

“그 ‘언어’라는 것은 제시문의 ‘언어’와는 다른 건가요?”

큰샘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예컨대 지성이와 큰샘이는 매우 친한 친구지. 그런데 어느 날 지성이가 큰샘이의 말도 대놓고 무시하고, 말꼬투리마다 딴지를 건다고 하자. 그러면 너는 이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겠니?”

“‘지성이가 내게 뭔가 화가 잔뜩 난 모양이다’ 하고 생각할 거에요.”

“그래, 그게 바로 ‘요약’이란다. 지성이의 행동을 하나하나 묘사하지 않고, 지성이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너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게 ‘요약’인 거지.”

바람샘은 지성이와 큰샘이의 궁금한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지성이는 자신을 예로 든 것이 썩 달갑지 않다는 듯 얼버무렸다.

“지성이 네가 자꾸 성질을 부려서 그런 거 아냐!”

큰샘이가 지성이를 잔뜩 놀려준다. 지성이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요약문도 하나의 완결된 글이다


“지성아, 안 좋은 예를 들어서 화 많이 났니?”

바람샘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성격이 좀 급한 것 같아요.”

지성이는 자책 반 실망 반의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 그게 지성이의 매력이잖니. 안 그러니 얘들아?”

친구들은 입가에 웃음을 보이며 말없이 끄덕였다. 바람샘의 윙크 암호를 보면서.

“요약 자체도 하나의 완결된 글이므로 주장과 근거, 인과관계 등이 분명하게 표현되어야 해. 한마디로 ‘새로운 문장’이 나와야 하는 거야. 이것을 ‘재구성’이라고 하지.”

“그러니까 제시문을 토대로 요약문을 작성하지만, 요약문 자체는 제시문과 떼어놔도 좋을 만큼 독립된 글이라는 뜻인가요?”

“음, 해원이가 잘 지적했구나. 엄격히 말하면 요약문과 제시문은 별개의 글이지.”

“그리고 그리고 나의 ‘언어’로 표현된 요약문을 통해 논술 채점위원들에게 제가 제시문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네요.”

“그래! 큰샘아. 궁극에 가서는 그렇게 해야겠지.”

“그러니까 전술이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군요.”

“???”

지성이의 ‘축구 언어’에 다들 말문이 말혀 있었는데, 특히 해원이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지성이는 굉장히 창의적인 언어를 구사한단다 애들아. 축구에서는 ‘전술’이라는 게 있는데 전쟁의 ‘작전’과 같은 개념이지. 이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야. 하지만 선수가 전술을 확실히 이해하고 난 바탕 위에서 ‘득점’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단다. 여기서의 전술은 논술의 ‘제시문’이라고 할 수 있고, 창의적인 플레이는 ‘창의적인 요약’이라고 할 수 있지. 지성이의 비유가 매우 훌륭했다.”

지성이는 바람샘의 칭찬에 단번에 기가 살았다. 바람샘은 지성이를 가르치기 위해 ‘축구’에 취미를 붙이고, 축구 관련 글들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지성이의 ‘창의적인 표현’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약은 단순 요약에 머무르지 않는다


“앞서 우리가 이야기했던 요약의 특징들을 이해했다면, 요약이 ‘요약’만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겠지? 출제되는 문제들을 보아도 ‘단순 요약’을 요구하는 것은 거의 없거든. 제시문을 요약하고 이에 대해 “비판하라”든가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의미를 밝히라”는 등의 응용 문제가 출제되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약’이 바탕이 되어야 함은 자명한 이야기 아닐까.”

“그러고 보니 단순 요약을 묻는 문제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큰샘이가 대답했다.


요약하기 tip-1(단문부터 차근차근)


“선생님, 그러면 요약하기는 어떻게 연습해야 하나요?”

바람샘의 칭찬을 들어 잔뜩 신이 난 지성이가 먼저 물었다.

“지성이가 요약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처음부터 전체의 문장을 한꺼번에 요약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요약하기 연습도 단계가 있어. 단계별로 올라가면 요약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단다.”

“그럼 저는 맨 첫 단계부터 해야겠네요.”

“그래. 그런 자세가 좋은 거야. 천리 길도 첫걸음부터 떼야 맞지. 먼저 제시문을 문단 단위로 끊고 번호를 매겨 보는 거야. 그리고 번호마다 각각 짧은 글로 요약을 한단다.”

“너무 복잡한데요. 그러니까 긴 글을 짧은 단위로 나눈 다음 하나씩 요약하라는 말인가요.”

“잘 이해했구나. 그런데 짧은 요약이 완결된 문장일 필요는 없어.  명사나 키워드 단위로 표시했다가 마지막에 문장으로 정리하면 된단다. 그것이 익숙해지면 점점 큰 단위로 나누다가 마침내 글 전체를 통째로 요약할 수 있는 거지.”

“통째로 요약하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너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게으름피지 않고 열심히 하면 그만큼 시간은 단축되는 거 아니겠니?”


요약하기 tip-2(여러 번 요약해보기)


“똑같은 책을 두 번 읽은 적 있니?”

바람샘이 큰샘이에게 물었다.

“예. 어릴 적 동화책을 읽었을 때 재미있어서 여러 번 읽어 봤고요. 최근에는 어려운 책을 두 번 읽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 읽을 때마다 같은 느낌이 들었니?”

“아니요. 읽을 때마다 새로워요. 내가 이 책을 읽었었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울 때도 있고요, 어떤 때는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발견하기도 해요. 그런데 선생님. 이것이 요약하기와 관련이 있나요?”

“물론 관련이 있지. 쓰는 것도 마찬가지란다. 어제 쓸 때 다르고, 오늘 쓸 때 다르단다. 하나의 제시문을 여러 번 요약할 수도 있고, 요약문을 다시 요약할 수도 있지.”

“요약문을 요약하고, 또 그 요약문을 요약하면 글자가 모두 없어지겠군요.”

지성이가 끼어들어 재치 있는 농담을 던졌다.

“하하하. 그렇지는 않단다. 중심 문장과 키워드는 항상 따라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이지 못할 때까지 요약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여러 번 요약하는 이유가 뭐죠?”

해원이는 여러 번 요약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은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한 번 요약한 문장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야. 너희들이 요약했던 글들을 비교해보면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면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핵심을 짚는 ‘완벽한 요약문’을 작성할 수 있을 거야. 지성이는 단문 중심의 요약을 한 번 해보고, 해원이는 하나의 글을 여러 번 요약해보렴. 그리고 큰샘이는 요약한 문장을 다시 요약하는 연습을 해보렴.”

지성이는 처음부터 한꺼번에 요약하는 습관을 들여서인지 요약문이 탄탄하지 않았다. 해원이는 창의력이 약간 부족기 때문에 바람샘은 여러 번 요약기를 통해 자기 글의 특징들을 찾아나가기를 바랐다. 바람샘은 친구들의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감안해 다른 방법으로 요약 연습을 할 것을 주문했다.


큰샘이의 일기

 

요약이 논술에서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는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이제까지 왜 요약을 단순히 ‘글자 수 줄이기’로 알고 있었을까.

“요약은 제시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마치 계단을 밟아나가듯 ‘차근차근’ ‘요약하기 훈련’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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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2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6-03-2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 님//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