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지은이), 홍영남 (옮긴이) | 을유문화사,  431쪽
 

 

이기적 유전자


진화란 자기 복제자(유늘날의 유전자)가 오류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생겨난 일이다.                                  - 45


DNA의 지령은 자연 선택에 의해 조립되어 온 것이므로 물론 ‘건축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 52


유전자는 인체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영향은 엄밀히 일방 통행이다. 이것은 획득 형질이 유전되지 않음을 뜻한다. 생애에 수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더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 중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각각 새로운 세대는 무(無)에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 53

유전자는 인체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영향은 엄밀히 일방 통행이다. 이것은 획득 형질이 유전되지 않음을 뜻한다. 생애에 수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더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 중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각각 새로운 세대는 무(無)에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 53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유해한 과오(돌연변이)가 중요한 것은 때때로 이것이 함께 있어야만 작용하는 유전 물질 조각에 긴말한 ‘연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64



이것과 관련된 가장 근접한 예의 하나는 ‘의태’라고 알려진 현상이다. 어떤 종류의 나비는 구역질 나는 맛이 있다. 그것들은 보통 선명하고 눈에 띄는 색깔을 하고 있어서 새들은 그 ‘경고’ 표지를 기억하여 그런 종류의 나비를 피한다. 바면에 맛이 나쁘지 않은 다른 종류의 나비는 잡혀 먹히게 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나비들은 나쁜 맛의 나비를 흉내낸다. 즉 나쁜 맛의 나비를 닮은 색깔과 형태(맛은 닮지 않은)를 가지고 태어난다. 박물학자들도 종종 그것들에게 감쪽같이 속는 경우가 있으며 새들도 속는다. 정말 나쁜 맛의 나비를 한 번 맛본 새는 비슷하게 보이는 나비를 모두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 중에는 의태종도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의태의 유전자는 자연 선택상 유리하게 된다. 이것이 의태가 진화하는 이유이다.                                                                     - 65



유전 단위를 실제로 불가분의 독립 입자로서 다룰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은 멘델GreGor Mendel의 위대한 업적이었다. …… 나는 불가분의 입자성이라는 이러한 이상에 극도로 가까워질 수 있는 단위로서 유전자를 정의하였다.……

유전자는 할아버지․할머니로부터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다른 유전자와 섞이지 않고 그대로 중간 세대를 통과하여 여행한다. 유전자가 끊임없이 혼합된다면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자연 선택은 불가능하다. 우연히도 다윈의 생애에 이러한 사실이 증명되었다. 당시에는 유전이 혼합 과정일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다윈을 곤혹스럽게 했다. 멘델의 발견은 이미 출판되어 있었으므로 그것이 다윈을 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윈은 그것을 몰랐다. 사람들이 그것을 읽은 것은 다윈과 멘델이 죽고 난 후 몇 년이 지나서였다. 멘델은 아마도 자신이 발견한 사실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것을 깨달았다면 그는 다윈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을까?                 - 67, 68



유전자는 생존 중에 그 대립 유전자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유전자 풀 내의 대립 유전자는 다음 세대의 염색체상의 한 자리를 놓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대립 유전자를 희생하여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 기회를 증가하도록 행동하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동의 반복적인 의미에서 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 72


훌륭한 조정 선수의 자질 중 하나는 팀워크, 즉 크루의 나머지 선수들과 협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강한 근육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비의 예에서 말한 대로 자연 선택은 역위와 다른 염색체 일부의 대규모 이동에 의하여,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유전자 복합체를 ‘편집’해 잘 협조하는 유전자를 모아서 긴밀하게 결합한 집단으로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유능한 육식 동물의 몸에는 여러 가지 특성이 필요하다. 그 중에는 고기를 자르는 이빨, 고기를 소화하기에 적합한 소화관,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특성이 있다. 한편 유능한 초식 동물은 풀을 씹기 위한 평평한 어금니와 특별한 소화 기구를 가진 매우 긴 창자를 필요로 한다. 초식 동물의 유전자 풀 속에서 육식용의 날카로운 이빨을 그 소유자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유전자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육식이라는 착상이 나빠서가 아니다. 적합한 소화관과 기타 육식 생활에 필요한 모든 특성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고기를 효율적으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육식용의 예리한 이빨에 관한 유전자가 본래 열등한 유전자는 아니다. 그것은 초식성을 위한 유전자가 우세한 유전자 풀 속에 있을 때에만 열등한 유전자이다.                                                       - 76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수를 늘리고, 어떤 유전자는 수를 줄이는 과정이다.                                                                  - 84



우리의 관점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안드로메다 사람이 지구상의 일을 조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그들은 컴퓨터가 시시각각 하는 일을 직접 제어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들은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 정보가 그들에게 전해지려면 200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그 컴퓨터의 의사 결정과 행동은 전적으로 독립적인 것이었다. 컴퓨터는 주인에게서 일반적인 방침의 지시를 받는 것까지도 불가능했다. 넘을 수 없는 200년이란 벽 때문에 그 지령은 모두 미리 만들어져 있어야 했다.

……

안드로메다 사람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일상적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거 지구상에 컴퓨터를 만들어야 했던 것처럼, 우리의 유저자도 뇌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유전자는 암호화된 지령을 보낸 안드로메다 사람에 상당할 뿐만 아니라 그 지령 자체이기도 하다. 유전자가 우리를 인형 끈으로 직접 조종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즉 시간 지연 때문이다.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일을 통해 작용한다. 이것은 세계를 조종하는 강력한 방법인데 그 속도는 매우 느리다. 배embryo를 만드는 데는 인내를 갖고 몇 개월 동안 단백질(합성)의 끈을 조작해야만 한다. 반면에 행동의 특징으로 중요한 점은 빠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수 개월이라는 시간 단위가 아닌 몇 초 또는 몇 분의 1초라는 시간 단위로 작용한다. 이 세상에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부엉이가 머리 위를 휙 지나가고 키 큰 풀숲이 부스럭거리며 포획물이 있는 곳을 알리면 1/1000초 단위로 신경계가 흥분하여 근육이 떨리고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또는 잃기도 한다. 유전자는 그처럼 신속한 반응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안드로메다 사람처럼 자기의 이익을 위해 신속히 작동하는 컴퓨터를 조립하여 ‘예측’할 수 있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가능성들에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미리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 두는 것뿐이다.

                                                                      - 99, 100


매우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예측해야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습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프로그램은 생존 기계에게 다음과 같은 지령을 행할 것이다. “여기에 달콤한 것, 오르가슴, 따스한 기후, 방실거리는 아이 등과 같은 보상이라고 정의되는 사물의 목록이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의 고통, 구역질, 공복, 울고 있는 아이 등에 해당되는 싫은 사물의 목록이 있다.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를 하고 그 후에 싫은 사물 중의 하나가 생기면 다시 그것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좋은 사물 중의 하나가 생기면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

우리의 예에서 유전자는 입 속의 단맛이나 오르가슴은 사탕의 섭취나 교미가 유전자의 생존에 적합하다는 의미에서 ‘좋은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예에 따르면 사카린과 수음의 가능성은 제대로 예측되지 않으며, 오늘날의 환경에서 사탕의 과다 섭취도 제대로 예측되지 않고 있다.                                                          - 103


의식에 의해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가 무엇이든 의식이란 실행상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된다고 하는 진화 경향의 극치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뇌는 생존 기계의 일을 매일 관리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언하고 그것에 따라 행위하는 능력도 있다. 또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는 힘까지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가급적 많은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것이 그에 해당된다. 그러나 앞으로 이야기 될 부분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인간은 이 점에서 대단히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

유전자는 일차적 방침 결정자이고 뇌는 집행자이다. 그러나 뇌가 다시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실제의 방침 결정을 맡게 되었다. 이때에 학습이나 시뮬레이션과 같은 책략을 쓰게 된 것이다. 어떤 종도 아직까지는 이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으나 이 경향이 계속 진행되면, 그 논리의 귀결은 결국 유전자가 생존 기계에 단 하나의 종합적인 방침을 지령하게 될 것이다.                                                   - 107



유전자 풀은 유전자의 장기적인 환경이다. ‘우수한’ 유전자란 맹목적으로 선택되어 유전자 풀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이것은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관찰된 사실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동어 반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첫 시도로서 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은 유능한 생존 기계, 즉 몸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진술에 단서를 붙여 두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풀은 하나의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이다.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에 의해서도 침입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나 재조합이나 이입에 의해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 선택에 의해 벌을 받아 즉시 도태되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때때로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에 침입하는 데 성공하여 유전자 풀 내에 퍼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드디어 하나의 새로운 진화적으로 안정된 조합을 이룬다. 작은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 145, 146



가령 내가 한입의 음식물을 가지고 동생과 경합하고 있고 게다가 동생은 나보다 훨씬 어리므로 그 음식물에 의해 동생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내가 그것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그 음식물을 동생에게 양보하는 편이 나의 유전자를 위해서도 유리할 것이다. 연상의 형제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경우와 같은 근거에서 어린 형제에 대해 이타적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 209



한배 자식 중 한마리가 특히 작은 경우가 있다. 대개 이런 새끼는 다른 형제들처럼 힘차게 먹이를 다투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미 어미에게 있어 이와 같은 자식은 죽게 놔두는 것이 실제로 유리하게 되는 조건을 살펴본 바 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 놈은 최후까지 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전자의 이기성 이론으로는 반드시 이와 같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다. 제대로 자라지 못한 작은 자식의 여명은 소형화․쇠약화로 짧아져서 부모의 투자나 그에게 주는 이익이 동량의 투자에 의해 다른 아이들이 획득할 수 있는 이익의 1/2 이하로 되면 그는 스스로 기꺼이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하는 것이 자기의 유전자에게 가장 크게 공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11, 212



지난 1년 사이에 내가 배운 가장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스페인의 알바레스, 아리아스 드 레이나, 그리고 세구라가 보고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뻐꾸기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을 가진 양모가 침입자인 뻐꾸기 알이나 2세를 검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련의 실험 중에서 그들은 뻐꾸기의 알과 2세를 까치 둥지에 넣어 본 적이 있었다. 이때에 뻐꾸기와의 명확한 비교를 위해 제비를 비롯하여 다른 종의 알이나 2세를 까치 둥지에 넣었다. 한 번은 아기 제비 한 마리를 까치 둥지에 넣어 보았다. 다음날 그들은 둥지 아래 지면에 까치 알이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이 깨지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그것을 주워서 다시 둥지에 넣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해 보았다. 그들이 본 것은 정말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아기제비가 아기뻐꾸기와 똑같은 동작으로 까치의 알을 내버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떨어진 알을 또 한 번 둥지에 넣어 보았다. 전과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아기제비 역시 알을 등에 업고 작은 날개로 알의 균형을 잡으면서 뒷걸음으로 둥지의 벽을 기어올라가 알을 밖으로 떨어뜨림으로써 뻐꾸기와 같은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

무서운 생각일지는 몰라도 제비의 자식 상호간에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맨 처음 태어난 2세는 다음에 부화되는 동생들과 부모의 투자를 놓고 결국은 경쟁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는 생애의 첫번째 일로서 우선 다른 알을 둥지에서 내던지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218 ~ 220



동형 배우자가 융합할 경우, 새로운 개체에 기여하는 두 배우자의 유전자가 동수인 것은 물론 두 배우자가 기여하는 음식물의 비축량도 같다. 정자와 난자의 경우도 유전자의 기여수는 같다. 그러나 음식물 비축에 대해서는 난자의 기여도가 정자를 훨씬 능가한다. 실제로 정자의 기여는 전혀 없고 다만 정자는 유전자를 가급적 빨리 난자로 운반하는 데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임신 시점에서 수컷이 자식에 대해 투자한 자원량은 공평한 분담량, 즉 50%보다 훨씬 적다. 개개의 정자는 아주 작아서 수컷은 매일 수백만 개의 정자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수컷이 서로 다른 암컷들을 이용하여 단시간 내에 많은 수의 2세를 만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개개의 배가 수정할 때 어미로부터 충분한 먹이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암컷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는 일정한 한도가 있는 반면에 수컷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 수컷이 암컷을 상대로 한 착취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 231, 232



자연 선택은 새로운 암컷을 취한 직후, 잠재적인 의붓자식은 모두 죽여버리는 방법을 취하는 수컷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은 소위 ‘Bruce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효과는 쥐에서 알려진 것으로 수컷이 분비하는 어떤 화학 물질을 임신중의 암컷이 맡으면 유산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현상이다. 암컷이 유산을 하는 경우는 이전의 배우자의 것과는 다른 냄새를 맡았을 때에 한정된다. 수컷의 쥐는 이 방법으로 잠재적인 의붓자식을 죽이고 새로운 암컷이 자신의 정적 접근에 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드리는 이 Bruce 효과를 개체군 조절의 매커니즘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자에서도 유사한 예가 알려져 있는데 한 무리 속에 새로운 수사자들이 끼게 되면 그들은 거기에 있는 자식을 모두 죽여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 녀석들이 자기들의 자식이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                                                                  - 240



구애 의식에 있어서 수컷은 종종 적지 않은 혼전(婚前)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 수컷이 집을 완성할 때까지 암컷은 교미를 거절하는 수도 있고, 수컷이 암컷에게 충분히 먹이를 줘야만 할 때도 있다. 암컷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큰 이익인 동시에 또한 이것은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의 또 다른 설명이라고 생각된다. 암컷은 교미에 응하기 전에 수컷으로 하여금 2세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하여 그 때문에 ‘교미 후’의 수컷이 처자를 버린다 해도 결국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은 재미있는 발상이다. 수줍어하는 암컷이 결국 자기와 교미에 응하기를 기다리는 수컷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 된다. 즉 수컷은 다른 암컷과의 교미 기회를 포기하고 있으며, 구애 때문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수컷은 특정의 암컷이 최종적으로 교미에 응할 때까지는 필연적으로 암컷에게 몹시 ‘속박’당할 것이다. 다른 암컷도 교미에 응하기에 앞서 이 암컷과 같은 방법으로 지연 전술을 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수컷은 이 암컷을 버리려고 하는 유혹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 244



암컷이 가정의 행복 전략을 실제로 행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지적한 대로 수컷이 집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거나 또는 최소한도로 수컷이 집짓기를 돕지 않을 때는 그 수컷과의 교미를 거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일부일처제형의 조류에서는 집이 완성될 때까지 교미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수컷은 수정하는 순간에 이미 자신의 값싼 정자보다 더 많은 투자를 자식에게 한 것이 된다.

신랑 후보자에게 집짓기를 요구하는 것은 수컷을 붙잡아 두기 위한 암컷의 수단으로서 확실히 유효하다. 수컷에 대해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을 가령 그 대가가 아직 낳지도 않은 자식에게 이익이 되는 형태로 되지는 않더라도, 이론적으로는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될지 모른다. 집단 내 모든 암컷이 수컷과의 교미에 동의하기에 앞서 어떤 곤란하고 대가 높은 행위, 예를 들어 용을 잡아온다던가 어떤 산에 오른다던가 하는 행위를 요구한다면 이 때문에 암컷들은 수컷이 교미 후에 암컷을 버리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자를 버리고 다른 암컷을 찾아 유전자를 더 퍼뜨리고 싶다는 유혹을 가진 어떤 수컷이라도 한 마리의 용을 더 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구혼자에게 용 잡기나 성배(聖杯) 찾기 같은 것을 마구잡이로 요구하는 암컷은 없다. 그 이유는 수컷에게 무의미한 사랑의 노력을 요구하는 로맨틱한 암컷보다는 암컷과 자식을 위해 필요한 일을 수컷에게 요구한 암컷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용 잡기나 헬레스폰트Hellespont 해협을 수영해 건너는 것에 비하면 집짓기는 확실히 로맨틱하지는 않으나 암컷에게 수컷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훨씬 필요한 것이다.

                                                                      - 249, 250



그러나 실제로 암컷보다도 수컷이 자식의 보호에 많은 노력을 쏟는 동물도 있다. 이와 같이 아비가 자식 때문에 헌신하는 예는 새와 포유류에서는 극히 드물지만 어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도대체 왜 그럴까? 이것은 유전자의 이기성 이론으로서는 하나의 난제이고 나도 오랫동안 이 문제로 고심해 왔다. 그러나 최근 카라일(T.R.Carlisle)이 그 해답을 가르쳐 주었다.

“대부분의 어류는 교미를 하는 대신에 그냥 생식 세포를 물 속에 방출한다. 수정은 배우자의 체내에서 일어나지 않고 물 속에서 이루어진다. 유성생식이 처음 출현했을 때에도 아마 이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새, 포유류, 그리고 파충류 같은 육상동물은 이런 형태로 체외 수정을 할 수 없다. 그들의 생식 세포는 매우 건조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컷의 운동 능력을 가진 정자가 암컷의 젖에 있는 체내로 주입된다.” 이상은 다만 사실의 확인일 뿐이다. 칼라일의 아이디어는 이제부터다. “교미 후 육상 동물의 암컷은 얼마 동안 체내에 배를 가지고 있게 된다. 만일 암컷이 교미 직후에 수정란을 낳는다고 해도 수컷에게는 여전히 도망쳐서 암컷을 트라이버스의 ‘가혹한 속박’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 수컷에게는 암컷의 선택을 봉쇄하고 먼저 도망칠 결단을 내릴 기회가 필연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아이를 내버려 확실히 죽게 할 것인가, 아니면 머물러서 양육을 할 것인가의 결단을 모두 암컷에게 떠밀어 버린다. 그러므로 육상 동물의 자식 보호에는 아비보다 어미에게 기회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물고기를 비롯한 다른 수생 동물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수컷이 암컷의 체내에 정자를 주입하지 않는다면 암컷이 ‘자식을 품고’ 혼자 남아 있을 필요가 없게 된다. 수정이 막 끝난 알을 상대에게 맡기고 급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암수 모두에게 가능하다. 그러나 이때에 종종 수컷이 버림받는 이유는 어느 쪽이 먼저 생식 세포를 방출하는가를 가지고 진화적인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생식 세포를 방출한 개체는 수정된 배를 상대에게 떠맡길 수 있는 점에서 유리하지만 동시에 배우자가 자칫하면 뒤따라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범하게 된다. 이 점에서는 정자가 난자보다 가벼워서 확산이 쉽다는 것만을 고려해 봐도 수컷 쪽의 위험이 크다. 암컷은 수컷이 아직 준비가 되자 않은 상태에서 알을 빨리 방출했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알은 비교적 크고 무거워서 잠시 동안은 한 덩어리가 되어 거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고기의 암컷은 먼저 산란하는 ‘위험’을 무릅쓸 가능성이 있다. 물고기의 수컷은 이런 위험을 무릅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수컷이 서둘러 정자를 방출해 버리면 암컷이 방출하기 전에 정자가 흩어져 버리게 될 것이고, 그러면 암컷은 산란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알을 낳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확산 문제 때문에 수컷은 우선 암컷이 산란하기를 기다려 그 후 알에 정자를 뿌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덕분에 암컷은 실로 귀중한 몇 초간을 얻을 수 있다. 그 사이에 몸을 감추고 난자를 수컷에게 떠맡겨서 수컷을 트라이버스의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론은 수컷에 의한 자식의 보호가 왜 물 속에서는 일반적인 것으로 보이고 건조한 육상에서는 보기 드문 일인지를 솜씨 좋게 설명하고 있다.

                                                                      - 252 ~ 254



수컷이 서로 경쟁하여 암컷으로부터 훌륭한 수컷임을 지명받으려고 하는 사회에 있어서 어미가 자기의 유전자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책의 하나는 자식을 매력적이고 훌륭한 수컷으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성체가 됐을 때에 집단 속에서 대부분의 짝짓기를 독점하는 소수의 행운을 잡은 수컷의 일원에 들어갈 수 있는 자식을 만들어 내면 암컷이 획득할 수 있는 손자 수는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다. 이 결과 다음과 같은 일이 생긴다. 즉 암컷의 눈으로 볼 때에 수컷이 갖춰야 할 가장 바람직한 성질의 하나는 단적으로 성적 매력을 들 수 있다. 특히 매력적인 수컷과 교미한 암컷이 낳은 자식은 다음 세대의 암컷들에 대해서도 매력적인 수컷이 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이 자식들은 어미에게 많은 손자를 갖도록 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암컷도 큰 몸체와 같은 분명히 유익한 성질을 기준으로 하여 수컷을 선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일단 그 종이 암컷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면 그 성질은 단순히 매력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연 선택에 있어서 유리함을 계속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풍조 수컷의 꼬리와 같은 사치스러움은 어떤 종류의 불안정하고 너무 빠른 과정을 거쳐 진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옛날 풍조의 암컷은 보통보다 조금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을 바람직한 성질의 소유자로 보고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도 튼튼하고 건강한 체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수컷의 꼬리가 짧은 것은 비타민 부족의 표시였는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일부러 짧은 꼬리 그 자체가 유전된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주의하라. 단순히 짧은 꼬리가 어떤 유전적 열세의 하나의 지표로 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풍조의 선조였던 종의 암컷은 평균보다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택적으로 찾아다녔다고 가정하자. 수컷의 꼬리의 평균 길이는 위에서 살펴본 암컷의 선택에 의해 길어졌음에 틀림없다. 암컷이 따르는 규칙은 단순하다. 모든 수컷 중에서 가장 긴 꼬리를 가진 개체를 선택하면 된다. 너무 긴 꼬리가 수컷에게는 실제로 부담이 된다고 할지라도 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 암컷은 불리하게 된다. 왜냐하면 꼬리가 긴 자식을 낳을 수 없었던 암컷들은 자식이 매력적이라는 평판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의상이나 미국의 자동차 디자인과 같이 보다 긴 꼬리를 가지는 경향은 이렇게 시작되어 자기 스스로 세력을 늘린 것이다. 꼬리가 너무 기괴할 만한 길이에 달해 결국 그 때문에 성적 매력이라는 유리함을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 경향이 멈추게 됐다.        - 256, 257



성적으로 매력적이고 화려한 색체를 나타내는 것은 수컷 쪽이고, 반면에 좀 단조로운 색체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암컷 쪽이다. 암수 어느 개체도 포식자에게 먹히기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면 두 성 모두 단조로운 색체를 나타내는 방향으로 어떤 진화적 압력을 받고 있을 것이다. 선명한 색체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포식자도 유인하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말로 말하면 단조로운 색체를 나타내게 하는 유전자보다 선명한 색체를 나타내는 유전자가 포식자의 뱃속에서 생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다음 세대에 전해질 가능성이라면 아마도 단조로운 색체를 띠게 하는 유전자가 선명한 색체를 띠게 하는 유전자보다 덜할지도 모른다. 색이 단조로운 개체는 배우자를 유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두 가지의 서로 대립하는 선택력을 볼 수 있다. 즉 포식자는 유전자 풀에서 선명한 색체의 유전자를 제거하는 경향이 있고, 성적 파트너는 단조로운 색체를 띠게 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경향을 보인다. 많은 경우와 같이 유능한 생존 기계는 대립하는 선택력의 타협의 산물로 생각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수컷으로서의 최적 타협점이 암컷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수컷이 큰 위험을 걸고 큰 벌이를 노리는 도박꾼의 존재라고 보는 우리의 견해와도 완전히 일치된다. 암컷이 만드는 난자 1개에 대응하여 수컷이 만드는 정자는 막대한 수에 달하므로 개체군 속의 정자의 수는 난자를 훨씬 웃돈다. 따라서 임의의 난자 1개가 성적 융합을 이룰 가능성은 정자보다 훨씬 높다. 난자는 상대적으로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암컷은 수컷의 경우만큼 성적 매력이 강하지 못해도 난자의 수정을 보증할 수 있다. 한 마리의 수컷이 수많은 암컷에게 자식을 낳게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려한 꼬리가 포식자를 유인하거나 덤불에 걸리거나 해서 단명하더라도 수컷은 죽을 때까지 막대한 수의 자식을 볼지도 모른다. 그런데 성적 매력이 없는 단조로운 색체의 수컷은 암컷만큼 오래 살지는 몰라도 자식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자기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세계를 손에 넣어도 불멸의 유전자를 잃어버리면 수컷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262, 263



사실 대부분의 인간 사회는 일부일처제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도 부모의 투자는 크고 뚜렷이 불균형하지 않다. 확실히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아버지보다 더 직접적인 일을 한다. 그러나 아버지도 아이에게 주는 물질적 자원을 얻기 위해 보다 간접적인 의미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난혼 사회도 있고 하렘제에 기초한 사회도 많다. 이 놀랄 만한 다양성은 인간의 생활양식이 유전자가 아닌 오히려 문화에 의해 주로 결정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진화론적 입장에서 예상하는 대로 남성에게는 일반적으로 난혼 경향이 있고 여성에게는 일부일처제의 경향이 있을 수 있다. 특별한 사회에 있어서 이 두 가지 경향 중 어느 것이 우세한지는 문화적 상황의 세부적인 것에 의존한다. 이것은 다른 동물 종들에 있어서 그것이 바로 생테적 세부 사항에 의존하는 것과 같다.                                                - 266


만일 동물이 무리를 지어 함께 산다면 그들 유전자는 이 연합에 의해 그들이 투입한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무리를 짓는 하이에나는 단독으로 먹이를 잡는 것보다 훨씬 큰 먹이를 포획할 수 있다. 물론 먹이를 서로 나누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떼지어 사냥하는 것은 개개의 이기적 개체에게 유리하다. 어떤 종의 거미들이 협력하여 거대한 공동의 망을 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황제펭귄은 서로 몸을 맞대서 열을 보존하면 혼자 있을 때보다 비바람에 내놓은 몸의 표면적이 적어지기 때문에 모든 개체가 이익을 얻게 된다. 다른 개체의 뒤에서 비스듬히 헤엄치는 물고기는 앞의 개체가 만든 물결 덕분에 유체역학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이것은 물고기가 떼지어 헤엄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공기의 파동을 이용한 같은 요령이 경륜 선수에게도 적용되며 새가 V자형 편대로 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무리의 선두에 서는 것은 불리하므로 이것을 피하려고 하는 경쟁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새들은 힘든 리더 역할을 교대로 떠맡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이 장의 끝부분에서 논의하게 될 자연성의 호혜적 이타주의의 한 형태이다.

                                                                              - 270


톰슨가젤의 높이뛰기 위장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 것인가? 아드리는 그 행위가 명백히 자살적인 이타적 행위로 보이기 때문에 그것은 그룹 선택에 의해서만 설명된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이 예는 유전자의 이기성 이론보다 더 어려운 문제이다.

……

자하비 이론은 다음과 같다. 그의 수평 사고의 결정적 생각은 높이뛰기 위장이 다른 영양에 대한 신호와는 전혀 관계없이 실제로 포식자를 향하여 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것을 본 다른 영양이 행동에 영향을 받는 경우는 있어도 그것은 부수적일 뿐, 어쨌든 그것은 무엇보다도 포식자에 대한 신호로서 선택된 것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자! 나는 이처럼 높이 뛴다. 이렇게 활기차고 건강한 나를 잡는다는 것은 네게는 무리다. 나만큼 높이 뛸 수 없는 것들을 쫓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인간의 형태와는 다르게 포식자는 쉽게 잡힐 만한 먹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높게 허세 부리는 뛰기를 가능케 하는 유전자는 포식자에게 쉽게 먹히지 않는다. 특히 많은 포식성 포유류는 늙은 개체와 건강치 못한 개체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뛰는 개체는 그리 늙지도 않고, 또 건강하다는 사실을 과장된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그 과시는 이타주의와는 관계가 멀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이기적 행위이다. 자신을 과시하려는 목적 때문에 포식자에게 다른 개체를 쫓도록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누가 제일 높이 뛰는가를 확인하는 경쟁이다. 이 경쟁의 패자는 포식자의 먹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276, 277


수렵과 채집 생활보다 정착해서 먹이를 양식하는 것이 훨씬 높은 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사회성 곤충은 인간보다 훨씬 이전에 발견했다.

예컨대 아메리카 대륙의 개미종과 아프리카의 흰개미들은 매우 독립적으로 균원(fungus garden, 菌園)을 만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남미 우산개미parasol ant의 종족이다. 이들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한 군체당 개미수가 200만을 넘는 예도 발견되었다. 그들의 군체는 지하에 퍼지는 통로와 길다란 방의 거대한 복합체로서 그 깊이는 3미터 또는 그 이상에 달하기 때무에 파내는 흙의 양은 40톤이나 된다. 지하의 방에는 균원이 있으며, 식물의 잎을 세분하여 특수한 퇴비 못자리를 만들고 개미들은 일부러 거기에 특수한 종류의 균류를 뿌린다. 일개미는 즉시 먹이가 될 만한 것을 구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고 퇴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잎을 수집하러 나간다. 우산개미의 군집이 잎을 수집할 때의 ‘식욕’은 놀랄 만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큰 경제 피해를 주는 해충이기도 하다. 수집된 잎은 그들 자신의 먹이가 아닌 그들이 키우는 균류의 먹이가 된다. 얼마 후 그들은 그 륜류를 수확하여 자신도 먹고 아기들에게도 먹인다. 개미의 위보다 균류가 높은 효율로 잎을 분해한다. 그런 조치가 개미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편 균류 쪽에서도 물론 수확하는 동시에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포자의 분산이라는 매커니즘보다 개미의 도움이 효율적으로 균류를 증식시킬 수도 있다. 게다가 개미들은 균원의 ‘김매기’까지 해주어 다른 종의 균류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개미에게 지배되는 균류는 이익을 얻는 셈이 된다. 개미와 균류 사이에는 일종의 상호 이타주의적 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계통적으로 서로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각종의 흰개미들 사이에서 매우 닮은 균류 재배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점도 놀랄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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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류는 지배용의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도 소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진딧물이 그것이다. 진딧물류는 식물의 즙을 흡입하기 위해 고도로 특수화된 곤충이다. 그들은 식물의 즙을 매우 효율적으로 빨아내기 때문에 자기들이 소화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양을 빨아낸다. 또한 영양가를 조금만 흡수하고 난 나머지 액체는 분비한다. 당분을 많이 포함한 ‘꿀방울’이 몸의 후미에서 대량으로 흘러 넘쳐 나오며, 자기의 체중을 넘는 정도의 꿀방울을 매시간 분비할 때도 있다. 꿀방울은 마치 비처럼 지상에서 떨어진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하느님이 주신 양식인 ‘만나manna'는 사실 이 꿀방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개미 중에는 그 꿀방울이 진딧물의 몸에서 이탈하는 순간에 즉시 그것을 탈취해 버리는 종류가 있다. 그들은 더듬이와 다리로 진딧물의 궁둥이를 비벼서 ‘꿀을 짠다.’ 진딧물도 개미에게 반응한다. 개미가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작은 꿀방울을 뱃속으로 되돌리는 예도 있다. 어떤 종의 진딧물은 개미를 쉽게 유인하기 위해서 개미의 안면과 닮은 외관과 감촉을 가진 엉덩이가 진화됐다. 이 상호 관계로 진딧물이 얻은 것은 분명히 천적으로부터의 보호이다. 인간에게 사육되고 있는 젖소처럼 그들도 보호받는 생활을 하고 있고 개미로부터 사육되고 있는 종들은 정상적인 자기 방어 매커니즘을 잃어버렸다. 개미가 자기들의 지하 짐 속에서 진딧물의 알을 돌봐 주는 예도 있다. 이 경우 개미는 진딧물의 애벌레에 먹이를 주고, 마침내 그들이 성장하면 그들을 보호받을 수 있는 풀밭에서 풀을 뜯도록 조심스럽게 운반한다.                                                               - 290 ~ 292



청소어는 특별한 세로줄 무늬를 가지고 있고 또한 특별한 춤으로 과시 행동을 한다. 이것이 바로 청소어라는 표지인 것이다. 대형어는 세로줄 무늬에 춤을 추면서 접근하는 작은 물고기에 대해 포식을 억제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그 대신에 그와 같은 작은 물고기와 우연히 만나면 그들은 황홀한 경지에 빠져들어 청소어가 그들의 몸 안팎을 자유로이 출입하는 것을 허락한다. 이기성이라는 유전자의 본성으로 말하면 이 기회를 이용하려는 냉혹한 사기꾼이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실 대형어에게 안전하게 접근하기 위해 청소어와 똑같은 외양을 가지고 게다가 똑같은 식의 춤을 추는 소형 어류가 있다. 이 사기꾼은 대형어가 청소를 기대하며 황홀한 경지에 빠지면 그 지느러미에서 살점을 뜯어 물고 줄행랑치곤 한다. 이런 사기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소어와 그 불청객들의 관계는 대체로 우호적이고 안정적이다. 청소꾼이란 직업은 산호초의 생물 군락의 일상 생활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소어는 각각 자기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대형어들은 거기에 줄을 서서 마치 이발소의 손님처럼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 301



밈의 예에는 곡조나 사상, 표어, 의복과 양식, 단지 만드는 법, 또는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번식하는 데 정자나 난자를 운반체로 하여 몸에서 몸으로 뛰어넘는 것과 같이 밈이 밈 풀 내에서 번식할 때에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매개로 하여 뇌에서 뇌로 건너다니는 것이다. 만약 과학자가 좋은 생각을 듣거나 읽거나 하면 그는 동료나 학생에게 그것을 전할 것이다. 그는 논문이나 강연에서도 그것을 언급할 것이다. 이처럼 그 생각을 잘 이해하면 뇌에서 뇌로 퍼져 자기 복제한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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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은 비유로서가 아닌 엄밀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이 있는 밈을 심어놓는다는 것은 문자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한다고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유전 기구에 기생하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용의 운반체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예컨대 ‘사후에 생명이 있다는 믿음’이라는 밈은 신경계의 하나의 구조로서 수백만 번 전 세계 사람들 속에 육체적으로 실현되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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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환경 속에서 신의 관념이 안정성과 침투력을 주는 것은 도대체 그 관념이 갖는 어떤 성질 때문일까? 밈 풀 속에서 신의 밈이 나타내는 생존가는 그것이 갖는 강력한 심리적 매력의 결과이다. 실존을 둘러싼 심원하고 마음을 괴롭히는 여러 의문에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해답을 주고 있다. 그것은 현세의 불공정이 내세에서 바로 고쳐진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불완전함에 대해서는 ‘영원한 신의 팔’이 구원해 준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적 상태는 마치 의사가 처방하는 위약(僞藥)과 같아서 상상에 빠져드는 데 효력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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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생물학적 현상을 유전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는 이유는 유전자가 자기 복제자이기 때문이다. 분자의 자기 복제를 가능케 하는 조건은 원시 수프에서 그 일을 맡고 있다. 그리하여 30억년 전부터 이 지상에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자기 복제자는 DNA였다. 그러나 DNA가 영원히 그 전매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종류의 자기 복제자가 자기의 사본을 만들 조건이 생기기만 하면, 바로 그 새로이 나타난 자기 복제자가 세력을 확장해 그 자체의 새로운 종류의 진화를 시작하게 된다. 일단 새롭게 시작된 진화가 확장해 그 자체의 새로운 종류의 진화를 시작하게 된다. 일단 새롭게 시작된 진화가 이미 낡은 유형이 된 진화를 따라야만 할 필연성은 없다. 유전자를 단위로 하는 낡은 진화는 뇌를 만들어 내는 것에 의해 수프를 마련해 주었고, 그 수프 속에서 최초의 밈이 생겨났다. 일단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밈이 등장하면 그들은 낡은 유형의 진화보다 훨씬 빠른 독자적 유형의 진화를 시작한다. 우리 생물학자는 유전자에 의한 진화의 사고방식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사실 그것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진화 중 일례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칫하면 잊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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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모방은 밈이 자기 복제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자기 복제가 가능한 모든 유전자가 성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밈은 풀 속에서 다른 밈보다 성공적일 수도 있다. 이것은 자연 선택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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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속에 있는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의 선율 사본은 내 수명 동안만 존재할 것이다. 내 수중에 있는 <스코틀랜드 학생 가곡집>에 인쇄된 같은 선율의 사본도 올드랭사인 사본에 비하여 그리 오래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같은 선율의 사본은 종이에 인쇄되고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아 앞으로 수백 년이라도 계속 보존할 것으로 여겨진다. 유전자의 경우와 같이 여기서도 특정한 사본의 수명보다 다산성인 것이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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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경우와 같이 밈 속에도 급격한 증식에 의해 아주 단기적인 성공을 달성하면서 밈 풀 속에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것도 있다. 유행가나 필요 이상으로 뾰족한 스파이크힐 등이 그에 해당된다. 한편 유대교의 율법과 같이 수천 년에 걸쳐 계속되는 것도 있는데 보이는 보통 기록된 언어가 가지고 있는 특출한 잠재적 영속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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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밈은 변형되어 독자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것은 입자의 성질처럼 전부냐 아니냐 하는 성질을 가진 유전자 전달과는 전혀 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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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베토벤의 제9교향곡 중에 충분히 뛰어나고 외우기 쉬운 한 악구가 있다고 하자. 더욱이 그것은 미칠 듯이 주입시키는 유럽의 한 방송국이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할 정도로 뛰어나게 외우기 쉬운 악구라고 한다면, 그 악구는 위 사정에 적합한 범위에서 하나의 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실질적으로 원래의 그 교향곡을 즐기는 나의 능력은 저하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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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체를 통하여 나는 유전자를 의식을 가진 목적 지향적인 존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유전자는 맹목적인 자연 선택의 작용에 의해 마치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존재인 것처럼 만들어져 있다. 또한 목적 의식을 전제로 유전자를 설명하는 편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예컨대 “유전자는 장래의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사본 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표현할 경우, 실제의 의미는 “우리가 자연계에서 볼 수 있는 유전자가 나타내는 효과는 장래의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수를 증가시키려고 행동할 것 같은 유전자다”라는 것을 뜻한다. 자기의 생존을 위해 목적 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능동적인 존재로서 유전자를 생각하는 것이 편리했던 것처럼 밈에 관해서도 똑같이 생각하면 편리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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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밈은 적절하게 짝을 이룬 다수의 염색체 형태로 존재하는 오늘날의 유전자와는 별로 닮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옛 원시 수프 속을 무질서하게 제멋대로 떠 있던 초기의 자기 복제 분자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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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이다. 거기서는 시간이 아마도 저장 용량보다 중요한 제한 요인이며, 심한 경쟁의 대상일 것이다. 인간의 뇌와 그 제어 하에 있는 몸이 동시에 하나 또는 몇 종류 이상의 일을 해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밈이 한 인간의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밈이 희생되는 것은 틀림없다. 밈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방송 시간, 광고 게시판의 공간, 신문 기사의 길이, 그리고 도서관의 서가 공간 등과 같은 상품을 대상으로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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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특별한 예를 들어보자. 사람에게 종교 의식을 강요하기 위해 유효했던 교의의 하나는 지옥불이라는 협박이다. 많은 아아들 그리고 일부 어른들까지도 종교 율법을 따르지 않으면 사후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고 믿고 있다. 이것은 중세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겪게 하는 매우 간악한 설득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은 효과적이다. 아마도 그것은 심층 심리학적인 교화 기술의 훈련을 받은 성직자가 의도적으로 그러한 기술을 만들어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성직자들이 그렇게까지 머리가 좋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체는 의식을 갖지 않는 밈들이 성공하는 유전자가 나타내는 것과 같은 준잔인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덕분에 스스로의 생존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지옥불이라는 관념은 아주 단순히 그 자체가 가지는 강렬한 심리적 충격 때문에 자기를 영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신의 밈과 연관된 것은 양쪽이 서로 강하게 화합하여 밈 풀 속에서 서로의 생존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교적인 밈 복합체의 또 하나의 성분에는 믿음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증거가 없어도―증거를 무시하고라도―맹신한다는 것이다. 불신의 도마(Thomas :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 이야기는 우리가 도마를 숭배하도록 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그와 비교 대조함으로써 우리가 다른 사도들을 숭배하도록 하기 위한 이야기다. 도마는 증거를 요구했다. 어떤 종류의 밈에게는 증거를 찾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다른 사도들은 아주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므로 증거가 필요하지 않았고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추켜세웠다. 맹신이라는 밈은 이성적인 물음을 꺾어버리는 단순한 무의식적 수단을 행사하여 자기의 영속을 확보하는 것이다.

맹신은 어떤 것도 정당화할 수 있다. 만약 사람이 다른 신을 믿고 있거나 또는 같은 신을 믿는데 의식이 다르다면 다만 그것만으로도 맹신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 십자가에 매단다, 화형을 한다, 십자군의 검으로 찌른다, 베이루트 노상에서 사살한다, 벨파스트의 술집에서 폭탄을 날린다, 무엇인든 닥치는 대로 정당화시킬 수 있다. 맹신이라는 밈들은 각기 독특한 잔인한 방법을 가지고 스스로 번식해 가고 있다. 애국적 맹신이든 정치적 맹신이든 종교적 맹신이든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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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과 유전자는 종종 서로 보강하지만 때로는 서로 대립하기도 한다. 예컨대 독신주의의 습관 같은 것은유전적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성 곤충에서 볼 수 있는 매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독신주의를 발현시키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서 실패하게 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독신주의의 밈은 밈 풀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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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호 적응하는 유전자 복합체의 진화와 같은 방식으로 밈의 복합체가 진화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선택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자기가 취하고 있는 문화적 환경을 이용하는 밈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문화적 환경은 같은 식으로 선택을 받고 있는 밈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밈 풀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세트로서의 특성을 나타내게 되어 새로운 밈은 쉽게 침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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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가 세계 문화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다면, 예컨대 좋은 의견을 내거나, 음악을 작곡하거나, 점화 플러그를 발명하거나, 시를 쓰거나 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유전자가 공통의 유전자 풀 속에 용해되어버린 후에도 온전히 생존할지도 모른다. 윌리엄스가 지적한 대로 소크라테스의 유전자 중에서 현재 세계에 살아남아 있는 것이 과연 하나라도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가 그런 것에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인가. 소크라테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마르코니 등등의 밈 복합체는 아직도 건재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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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음악, 그리고 제식 춤 등에는 생물학적인 생존가가 있는지 몰라도 그것에 관해 판에 박힌 생물학적 생존가를 찾을 필요는 없다. 유전자가 그 생존기계에 재빠른 모방 능력을 가진 뇌를 제공하게 되면 밈들은 자동적으로 세력을 얻는다. 모방에 유전적 유리함이 있다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유리함의 존재를 가정할 필요는 없다. 유일하게 필요한 것은 뇌에 모방 능력이 있어야 된다는 것뿐이다. 그런 다음에 밈은 그 능력을 완전무결하게 이용하면서 진화해 나갈 것이다.

……

이기적 존재인 유전자는(그리고 독자가 이 장의 사변을 인정한다면 밈에게도) 선견 능력이 없다. 그들은 의식을 갖지 않는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인 것이다.

……

유전자이든 밈이든 무지한 자기 복제자라는 것은 눈앞의 이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경우에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보다는 ‘비둘기파의 공동행위’를 취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한데도 자연 선택은 반드시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 쪽으로 유리하게 작용해 나간다.

……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가 없고 세계의 전 역사를 통해 과거에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교육하는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 기계로서 조립되어 밈 기계로서 교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전제에 반항할 수 있다.

                                                                              - 308 ~ 322



만일 두꺼운 껍질이 정말로 달팽이에게 유리하다면 도대체 그들은 왜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 답은 아마도 경제적인 것에 있을 것이다. 껍질을 만드는 것은 달팽이에게 지출을 요하는 일이다. 그것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애서 얻은 먹이에서 추출해야만 하는 칼슘과 다른 화학 물질을 필요로 한다. 이 모든 자원이 만일 껍질을 만들기 위해 소비되지 않을 경우 더 많은 2세를 만드는 등, 다른 유익한 것에 소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여분의 두꺼운 껍질을 만들기 위해 다량의 자원을 소비하는 달팽이는 자기 자신의 몸을 위한 안전을 확보한 셈이다.                                           - 379



우리 자신의 유전자들의 서로 협력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로의 같은 출구―알이나 정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인간과 같은 한 개의 생물체에 들어 있는 어떤 유전자도 만일 정자 또는 난자라고 하는 재래의 경로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퍼뜨리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택하여 협력을 덜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몸 속의 다른 유전자들과는 다른 일련의 장래 결과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감수 분열을 왜곡하는 유전자의 실례를 보았다. 아마도 정자 내지는 알이라는 ‘적절한 통로’를 완전히 부수고 옆길을 개척한 유전자도 있을지 모른다.                                  - 386



감기가 들거나 기침이 나면 보통 우리는 그 증후를 바이러스 활동에 의한 귀찮은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 경우 그 증후는 한 사람의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이동하기 위한 방편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의도적으로 꾸민 일일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바이러스는 단순히 공기 중으로 호흡을 통해 뿜어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에게 재채기나 기침을 하도록 해서 힘차게 토해내도록 한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을 물었을 때에 타액에 섞여서 감염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는 흉포하게 무는 개가 되어 입에서 거품을 내게 된다. 또한 이 개는 불길하게도 보통 개의 행동 반경인 1마일 이내의 행동권 범위를 훨씬 뛰어넘어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광범위하게 퍼뜨리게 된다. 잘 알고 있듯이 물을 무서워하는 증후도 개가 입에서 거품을―이에 동반하여 바이러스 그 자체를―뿌리는 것을 조장하고 있음을 시사하기까지 한다.

                                                                              - 388



양부모가 속아서 뻐꾸기의 알을 품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는 쉽다. 알을 채집하는 사람들 역시 뻐꾸기의 알이 논종다리 알이나 개개비 알과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많이 속곤한다.(암 뻐꾸기는 품종마다 각각 다른 숙주 종에 전문화되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번식기 후기에 거의 둥지에서 날아갈 수 있기 직전에 아기뻐꾸기에 대해 양부모가 취하는 행동이다. 뻐꾸기는 보통 양부모보다 훨씬 체구가 크다. 나는 지금 바위종다리hedge sparrow의 어미새 사진을 보고 있는데, 그 괴물과 같은 양자에 비하여 양부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먹이를 주기 위해서는 그 놈의 등에 올라타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서 우리는 숙주에게 별로 동정이 가지 않는다. 그 어리석음, 즉 잘 속는데 놀란다. 틀림없이 아무리 바보 같은 동물일지라도 그러한 자식을 보고 어딘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기뻐꾸기는 오히려 그 숙주를 그냥 ‘속임’ 이상의 그 무엇, 즉 단순히 정체를 숨기는 어떤 시늉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숙주의 신경계에 상습적인 마약과 같은 형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비록 마약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까지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남자는 여성의 육체 사진에 흥분하여 발기까지도 한다. 그는 결코 인쇄된 종이 위의 잉크를 보고 있음에 불과한 것을 알고 있으나 그의 신경계는 진짜 여성에게 반응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반응하고 만다.

우리는 비록 그 상대와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누구의 이익도 안됨을 판단할 경우일지라도 특정 이성의 매력에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물에 대한 참기 어려운 매력도 마찬가지다. 바위종다리는 장기적으로 본 자기의 최선의 이익에 대해서 분명한 자각이 없다. 따라서 그 신경계가 특정한 종류의 자극을 참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은 훨씬 간단하기까지 하다.

아기뻐꾸기의 벌린 입에 먹이를 넣어 주고 가는 다른 종의 어미새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새는 자기 자식에게 줄 먹이를 물고 집으로 오는 도중이었을지 모른다. 갑자기 눈에 띄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새 둥지 속에 있는 아기뻐꾸기의 특별히 크게 벌린 빨간 입을 발견하게 된다. 이 새는 남의 둥지를 향해 방향을 바꿔 자기 자식에게 주려고 했던 먹이를 뻐꾸기의 입 속에다 넣어 준다.

이와 같은 ‘불가항력설irresistibility theory'은 양모가 ’마약 중독자‘처럼 행동하여 아기뻐꾸기가 그 중독자의 “비행”이라고 말한 초기 독일 조류학자들의 견해와 일치한다.

                                                                              - 392



문제의 전체를 정리하는 하나의 방법은 ‘자기 복제자’와 ‘운반자behicle'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자연 선택의 근본적인 단위로 생존에 성공 또는 실패하는 기본적인 것, 그리고 때때로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수반하면서 동일한 사본의 계보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를 자기 복제자라고 한다. DNA 분자는 자기 복제자이다. 자기 복제자는 일반적으로 뒤에서 기술하는 이유에 의해 거대한 공동체적 생존기계, 즉 운반자 속에서 집단화한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운반자는 우리 자신과 같은 개체의 몸이다. 그러나 몸은 자기 복제자가 아니다. 그것은 운반자인 것이다. 이 점은 지금까지 오해되어 왔기 때문에 특히 강조해 둔다. 운반자 그 자신은 스스로를 복제하지 못한다. 운반자는 자기를 구성하는 자기 복제자들을 증식하도록 작용한다. 자기 복제자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또한 세계를 지각하지도 못하며 먹이를 잡거나 또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지도 않는다. 자기 복제자는 그와 같은 모든 것을 하는 운반자를 만든다.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서 생물학자는 그 관심을 운반자의 수준에 집중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러나 다른 목적에서 생물학자는 자기 복제자의 수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편리하다. 유전자와 생물 개체는 다윈의 드라마에서 같은 주역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가 아니다. 양자는 서로 다르고 보완적이며, 많은 점에서 똑같이 중요한 역할, 즉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과 운반자라는 역할을 배당받는다.                               

                                                                              - 399



왜 세포는 집단을 이루는가, 왜 쿵쿵거리며 움직이는 로봇이 됐는가?

……

세포가 클럽을 만드는 이점은 몸의 크기에 그치지 않는다. 클럽 속의 세포는 특수화되어 이에 따라 각각의 특이한 임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특수화된 세포는 클럽 중의 다른 세포들을 위해 봉사하고 동시에 다른 전문 세포들의 능률적인 일에서 이익도 얻는다. 만일 많은 세포가 있으면 어떤 세포는 먹이를 발견하는 감지기로서 특수화하고, 다른 세포는 메시지를 전하는 신경으로서, 또 다른 세포는 촉수를 이용해 움직이고 잡는 근육 세포로, 먹이를 분배하는 분비 세포로, 더 나아가 그 소화된 액을 흡수하는 세포로 특수화될 수 있다.

……

코끼리 한 마리의 몸에 얼마나 많은 세포가 있는가에 상관없이 그 생애를 단일 세포인 수정란에서 시작했다. 이 수정란이 좁은 병목이고, 이것이 배 발생의 과정을 통해 몇 조의 세포로 불어나서 한 마리의 코끼리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세포가 얼마나 많은 특수화된 세포로 이루어져 성체 코끼리가 달릴 수 있게 하는, 상상도 못할 상세한 일에 협조하든지 간에 이들 모든 세포의 노력은 오직 단일 세포(정자 또는 알)의 생산이라는 최종 목표로 수렴된다. 코끼리는 그 시작에 있어서 단일 세포, 즉 수정란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 목표 또는 최종 산물을 의미하는 그 목적도 다음 세대의 수정란이라는 단일 세포들의 생산에 있다. 코끼리의 폭넓고 거대한 생활사는 처음과 끝 모두에 좁은 병목이 있다. 이 병목은 모든 다세포 동물과 거의 모든 식물의 생활사의 특징이다.    - 405, 406



모든 생명의 근본적인 단위인 원동력은 자기 복제자이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자는 어떤 것이든지 자기 복제자이다. 자기 복제자는 최초로 우연히 작은 입자들이 마구 부딪혀서 출현한다. 자기 복제자가 일단 존재하게 되면 그것은 스스로의 복제를 한없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복제 과정도 완전하지 않으며 자기 복제자들의 집단은 서로가 다른 몇 개의 변이를 품게 된다. 이 같은 변이의 어떤 것은 자기 복제의 능력을 잃어서 그들 자신이 소멸할 때 그 변종도 아울러 소멸하고 만다. 다른 변이는 아직 복제를 할 수는 있으나 효율이 나쁠 수 있다. 또 다른 변종은 새로운 묘법을 획득하여 자기의 조상이나 동시대의 다른 변종보다 훨씬 효율이 좋게 자기 복제를 한다. 집단 중에서 우세하게 되는 것은 그들의 자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계는 가장 강하고 재주 있는 자기 복제자로 채워져 나가게 된다.

……

어떤 자기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성공할 것인지의 여부는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이미 존재하는 조건―인가에 달려 있다. 이런 조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자기 복제자와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일 것이다. 영국인과 독일인 조정 선수의 예와 마찬가지로 서로가 이익을 주고받는 자기 복제자끼리는 서로의 존재하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

생물 물질의 개별 운반자 속에 이처럼 포장해 넣는 것은 현저히 뚜렷한 모습이기 때문에, 생물학자가 이 세상에 등장하여 생물에 관한 물음을 시작했을 때 그들의 물음은 대부분 운반자, 즉 생물 개체에 관한 것이었다. 생물학자의 의식에 의하면 생물 개체가 먼저 등장하였고, 자기 복제자(현재로는 유전자로 알려짐)는 생물 개체가 쓰는 장치의 일부로 인정됐다. 생물학을 다시 올바른 길로 돌려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중요성에서도 자기 복제자가 앞선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명심하기 위해서도 의식적인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를 명심시키는 하나의 방법은 오늘에 있어서까지도 한 유전자의 표현형 효과가 반드시 모두 그것이 위치하는 개체의 몸 속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해 사실상 유전자는 개체의 체벽을 통과하여 바깥 세계에 있는 대상을 조작한다. 대상의 일부는 생명이 없는 것이고, 또 어떤 것은 다른 생물이며, 어떤 것은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아주 작은 상상력만 있다면 방사상으로 뻗은 확장된 표현형의 힘의 그물눈 중심에 위치하는 유전자를 볼 수 있다. 세계 속에 있는 하나의 대상물은 여러 생물 개체 속에 위치하는 여러 유전자로부터 오는 영향력의 그물이 집중하는 중심인 것이다. 유전자의 긴 팔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다. 모든 세계에는 멀리 또는 가깝게 유전자와 표현형 효과를 연계하는 인과의 화살이 종횡으로 교차하고 있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실제적으로 중요하지만, 필연이라 하기에는 이론상 불충분한 사실을 하나 추가해 두자. 그것은 이들 인과의 화살이 뭉쳐져 왔다는 사실이다. 이미 자기 복제자는 바닷속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거대한 군체(개체의 몸) 속에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표현형 효과의 결과는 세계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그 동일 개체에 응결해 왔다. 그러나 이 지구에서는 그렇게도 낯익은 그 개체가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주의 어떤 장소이든 생명이 생기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 414 ~ 41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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