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문화유산 자장면
입력: 2006년 03월 03일 17:55:13 : 16 : 0
 
소설가 황석영은 얼마전에 발표한 자전소설 ‘들판에 서서 마을을 보네’에서 자장면은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나더라도 짜장면으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자장면의 우리말 표기는 짜장면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고 1989년 외래어 표기법에 중국어가 포함되면서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어문당국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99.8%는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발음한다고 한다. 안도현 시인은 ‘짜장면’이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에서 ‘짜장면은 짜장면’이라며 ‘앞으로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어문당국이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토록 한 것은 현지발음에 충실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자장면의 원형이라는 중국 작장면(炸醬麵)의 발음이 자장면에 가깝다는 이다.

짜장면이든 자장면이든 이 서민적인 음식은 지난 100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 온 별식이었다. 중국 음식점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요즘도 전국에는 2만4천여개소의 중국 음식점이 있으며 하루에 소비하는 자장면도 7백20만 그릇이 넘는다고 한다. 전 국민의 6분의 1이 하루에 한번은 자장면을 먹는다는 계산이다. 그 자장면이 드디어 문화유산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문화재청은 1905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중국 음식 자장면을 선보였던 인천 선린동의 공화춘(共和春) 건물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엔 자장면이 없다고 한다. 몇해전 한 방송사 취재팀이 자장면의 원형을 찾아 중국 곳곳을 뒤졌지만 못찾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자장면은 중국 음식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 음식으로 봐야 한다. 굳이 속지(屬地)주의까지 끌어대지 않더라도 자장면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했으면 우리 음식이고 이름도 외래어 표기원칙과는 상관없이 짜장면으로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이광훈 논설고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