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사만 알아도 띄어쓰기의 반은 넘은 셈 1


-체언과 용언, 어간과 어미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대부분 ‘띄어쓰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은 거창하게 ‘띄어쓰기만 제대로 해도 우리말의 대부분은 통달한 셈’이라고까지 합니다. 나도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어서 서점에서 두꺼운 ‘띄어쓰기 사전’이라는 것과 ‘띄어쓰기 편람’을 샀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정성들여 쓴 논술지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국어사전 하나면 띄어쓰기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두꺼운 두 사전을 놔두고 주로 국어사전을 보며 첨삭을 하며, 거기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한국어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이 ‘굉장한 마술사전’인 점에 대한 소개를 하기 전에 띄어쓰기를 게임이라 생각하고 룰을 정해보겠습니다.




우리말의 체계는 크게 체언과 용언으로 구분됩니다. 체언과 용언은 불교에서 말하는 ‘본체’와 ‘작용’에서 따온 말로, 체언은 문법상으로는 활용되지 않는 말, 즉 명사․대명사․수사 등을 가리킵니다. 용언은 오늘날 문법상의 술어로 ‘활용하는 말’이라는 뜻으로 이것은 다시 변하지 않는 큰 줄기인 어간(語幹)과 의도와 목적에 따라 자꾸 변하는 어미(語尾)가 있습니다. ‘한국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라는 말은 바로 어미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알지 못할 것도 없으나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기도 하다.




위 문장을 아리송하게 만든 범인이 바로 밑줄 친 문장이며, 그 중에서도 두목이 어미입니다. 첫 번째 밑줄 친 문장은 ‘못하다’로 끝날 수도 있지만 ‘할’이라는 어미가 문장이 끝나는 것을 방해하여 자꾸 말들을 불러 모읍니다. 두 번째 밑줄 친 문장도 ‘없다’로 세 번째 밑줄 친 문장도 ‘분명하다’로 끝날 수 있으나 뒤 문장이 자꾸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논술은 ‘어미’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됩니다. 학생들의 논술지를 보고 있으면 끊을 때 적절히 끊을 줄 아는 학생은 어미의 활용을 잘 하는 것이고, 만연체로 길게 늘어지면서 점점 논거의 힘을 잃고 급기야 자기 모순에 빠져 자멸하게 되는 것도 ‘어미’를 제대로 길들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품사의 가장 기초인 체언과 용언, 어간과 어미를 잘 기억해 두십시오. 용언의 어간은 체언과 같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같이 알아두면 좋습니다. 다음 장에는 이 주인공들이 점집에 간  일을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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