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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발행하는 <조선노보> 76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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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사태' 보도에 대한 언론사들의 반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도 노조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22일자 노보를 통해 황 교수 사건과 관련한 자사 보도를 점검했다. 조선노보는 "줄기세포는 없는 것 같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발언이 나온 지난 15일 밤 편집국의 분위기가 "(2002년) 대선 개표가 끝난 직후처럼 침울했다"고 전했다.
또 "황우석에게 휘둘렸다"는 비판론과 "사과해선 안 된다"는 옹호론을 나란히 소개하면서 대체로 비판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조선노보가 제시하는 궁극적인 방향은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를 못마땅해 하는 세력들은 분명 이를 계기로 공격 강도를 높일 것이므로 내부적 결속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자사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것 같지만 자성이 아닌 내부단합이라는 전혀 엉뚱한, 하지만 늘 조선일보가 그래왔던 대로 사익위주의 결론으로 향하고 있다.
더욱이 '비판론'조차도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점을 호도하고 있다. 조선노보가 소개한 내부 비판론은 "우리 신문의 보도태도는 심정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부분이 있다”는 정도다. 만약 그 정도의 편향성이라면 조선일보의 보도에서 일상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이고 굳이 여기서 짚을 필요는 없다.
이번 사태에서 조선일보는 심리적 편향성의 오류에 빠진 정도가 아니라 사실추구를 적극적으로 왜곡하고 저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조선일보가 터뜨린 수많은 특종은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라기보다는 진실로 가는 길에 1차, 2차, 3차 바리케이드를 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대가로 애국적인 매체로 스스로를 부각시키려 했다.
지난 5일자 조선일보를 보자. 이 신문은 "황우석 교수팀이 MBC PD수첩의 '협박·회유 취재'에 시달리는 사이 일본이 줄기세포 관련 분야에서 또 다른 세계 최초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논문은 황 교수팀도 준비 중이었던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면서 마치 PD수첩이 황 박사팀의 발목을 잡아 일본에 선수를 빼앗긴 것처럼 보도했다.
<조선> 보도 편향성의 오류에 빠진 정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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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의 "'세계 첫 논문' 일에 선수 뺏겨"라는 제목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도 배경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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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조선일보의 취재원은 황 박사팀에서 논문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이 교수는 "우리가 10개를 했다면 일본팀은 5개를 한 수준"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에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최근 논란 때문에 손을 놓은 사이 일본이 좀 더 아래 단계의 저널에 발표해 김이 샜다"고 아쉬워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포털 사이트에서 '반 MBC'의 거센 광풍이 불었다.
조선일보가 지칭한 논문은 일본 오사카 부립대 연구팀이 자연교배로 얻은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분자생식 및 발달'(Molecular Reproduction and Development)에 게재한 논문(Isol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embryonic stem-like cells from canine blastocysts).
그러나 전세계 1천여개의 과학저널을 소개하는 '윌리인터사이언스'(www3.interscience. wiley.com) 기사에 따르면, 이 논문은 이미 지난 5월 29일 제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분자생식 및 발달'은 8월 22일 이 논문을 채택했다.
MBC < PD수첩 >이 제보를 통해 황우석 박사의 난자매매 의혹 취재를 시작한 것은 지난 6월경이기 때문에 황 박사 팀이 < PD수첩 >의 '협박 취재'에 시달리기 전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학술논문의 게재절차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쓸 수 없는 기사였고 논문의 진위논쟁을 황 박사팀에 대한 연구방해 논란으로 끌고가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족하다.
사흘 뒤인 지난 8일 조선일보는 또다른 '특종'을 낚아 올린다. "배아줄기세포 핵심 기술 보유자로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팀에 파견된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원 3명 중 일부 연구원의 미국 영주권 신청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이 신문은 "영주권 신청이 구체화되어 받아들여질 경우 이들의 체미 기간이 장기화되고, 이 과정에서 복제 기술의 유출이 현실화돼 한미 간 '기술 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로 MBC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매국노' 수준으로 내려갔다.
기사가 그럴 듯했던 것이 황 교수팀 관계자뿐 아니라 국내 관계당국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 객관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 조선일보에 따르면 관계당국의 한 관계자도 "현재 미국에 파견된 세 연구원의 동향에 대해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면서 "미 영주권 신청 움직임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제인 더필드 피츠버그대 대변인의 말을 인용, 황우석 교수팀에서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 연구팀에 파견된 한국인 연구원 3명의 미국 체류 신분에는 변화가 없으며 대학측이 이들에 대한 영주권 신속 처리를 요청한 적도 없다고 보도했다.
더필드 대변인은 또 피츠버그대가 현지 한국계 법무법인을 통해 한국인 연구원들의 영주권 신청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누구의 보도가 맞는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학 측은 그들의 체류신분이 'J1' 비자라고 확인했다. 보통 '방문교수나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ar)'에 발급되는 비자다. 이 비자 단계에서 바로 영주권 신청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H1' 취업비자를 받은 뒤 몇년이 지나야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황 교수팀 보호 위해 오보도 마다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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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12월 13일자. <조선>은 섀튼 교수와 안규리 교수가 통화한 내용을 받아 섀튼이 "300% 신뢰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음날 섀튼 교수는 "논문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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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조선일보도 한국인 이민 전문변호사의 말을 인용, 황 박사팀에 속한 연구원들이라면 이 과정을 속성으로 밟아 1년 내에 영주권을 받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조선일보는 기사가 너무 앞서갔다고 판단했는지 한·미간 '줄기세포 기술 분쟁'의 최악의 국면으로 가지 않도록 한·미 당국이 '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흐름도 없지않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모호하기 짝이 없는 표현을 통해 기사를 분식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추측일 뿐이다. 기사에서 한·미 당국이 나설지 모른다는 이 추측을 받쳐줄 어떤 근거도 없다. 이런 추측성 기사를 1면에 전진배치하면서 조선일보는 황 박사 논문의 진위논쟁을 국부 유출 논쟁으로 바꿔나갔다.
황 교수팀과의 직접적 접근이 가능했던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에도 10일 섀튼 교수가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이언스> 논문의 진정성을 300%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안 교수의 말을 인용, 섀튼 교수의 '300%'를 강조하며 "이렇게 했음에도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의 진정성이 훼손될 경우 황 교수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섀튼 교수는 바로 이틀 뒤 황 교수팀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표시하면서 논문 철회를 <사이언스>에 요청했다. 그러자 국내 언론들은 섀튼 교수가 오락가락 한다고 섀튼 교수에 화살을 돌렸는데 이것은 안 교수의 전언 나아가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의 단독취재가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이 역시 황 박사의 논문 조작의혹에 대한 초점을 분산시키는데 톡톡히 역할을 한 기사다. 안 교수가 황 박사팀의 일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입을 통해 섀튼 박사의 말을 전하는 것은 처음부터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일이다.
조선일보는 21일에도 특종을 떠뜨리는데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가 황우석 교수에게 지난 9월 미화 20만달러(한화 약 2억원)의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익명의 서울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는데 결국 사실로 드러나기는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먼저 터뜨리는 대신 황 교수팀에 유리하게 이 사건을 끌고 나갔다. 돈을 주고 외국의 권위를 사려 했던 황 교수의 부도덕성보다는 섀튼 교수 요구의 과도함 쪽으로 논점을 몰고 갔다.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 황 교수를 궁지로 몰아넣은 섀튼 박사에 대한 반감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충천해 있던 차에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비난의 물꼬는 섀튼 쪽으로 터졌다.
조선일보는 이처럼 황 교수 쪽에 서서 사실을 추구하려는 시도를 육탄저지하는 대가로 황 교수로부터는 이례적인 대우를 받는다. 황 교수는 12월 들어 지금까지 공개 기자회견 이외 단 세 차례 개별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수혜자' 또는 '거래자'는 모두 조선일보였다.
황 교수의 세 차례 인터뷰, 수혜자는 모두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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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12월 6일자 황우석 교수 인터뷰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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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4일 '눈물'의 기자회견 이후 지방으로 잠적했던 황 교수는 언론과 연락을 두절하고 침묵을 지켜오다 11일 만에 처음으로 조선일보에 입을 열었다. 당시 기사가 압권이다.
"모든 것을 아주 접고 싶었습니다…." 5일 오전 9시30분 어렵사리 연결된 휴대전화를 타고 들려오는 황우석 교수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MBC PD수첩의 '협박취재'에 시달리다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세상이 싫다"는 말을 측근에게 남기고 지방 모처에서 칩거에 들어간 지 11일 만에 들려온 황 교수의 음성이었다.
황 교수가 인터뷰에 응해준 데 감격한 조선일보 기자는 쉽게 기자의 본분을 접었다.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국민들이 하루빨리 황 교수님이 연구실로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기자가 말을 건네자 황 교수의 음색은 어둡게 변했다. "내가 그동안 심신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목소리는 곧 '콜록콜록' 하는 기침 소리에 막혀 끊겼다. "몸이 이 상태라서, 몸살에 걸려서…."
'황 교수님'에게 몸살을 걸리게 한 < PD수첩 >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려는 의도였을까. '음색이 어둡게 변했다' '콜록콜록'과 같은 인터뷰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을 중간중간 집어넣는다. 기자가 인터뷰를 할 때 취재원의 건강을 확인하려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기사가 다시 이어진다.
황 교수는 이어 한국에서 과학자로 살아가는 힘겨움을 토로했다. "이런 풍토에서 이런 과학이 무슨 희망이 있느냐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힘을 내시라"고 하자 황 교수는 "어찌됐든 상황이 이러니 기다려 주십시오. 상황이 사그라지고 과학을 과학으로 볼 수 있을 때(연구실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기자는 인터뷰하기 위해 전화를 건 게 아니었다. 마치 제자가 스승을 대하듯 위문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복귀를 재촉한다.
황 교수는 거듭 "이번주 중에는 복귀하시느냐"고 묻자 "조금 있다가 곧 뵙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황 교수는 다시 침묵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7일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수염을 깎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기자들이 병실 밖에서 황 교수의 말을 한마디라도 따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동안에 조선일보는 두 차례나 유유히 전화로 인터뷰를 한다.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줄기세포는 없는 것 같다"는 발언이 알려진 직후 이에 대한 황 교수의 반응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을 때 조선일보는 황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이렇게 물었다.
"내 말을 국민에 알려달라" 황 교수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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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16일 <조선>은 황우석 교수와의 전화인터뷰 기사를 통해 "내 말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려달라"는 황 교수의 당부를 충실히 전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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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해명해 달라." 이에 대한 황 박사의 답변은 조선일보와 자신의 음험한 거래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내 말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 달라."
그가 조선일보에게 원한 것은 그의 입장을 대변해 달라는 것이고 조선일보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단독 인터뷰의 기회를 계속 얻고 있었다. 나흘 뒤인 지난 19일 황 교수는 다시 조선일보에게 단독 인터뷰할 기회를 주며 2005년과 2004년 <사이언스> 제출 논문에 대한 과학계의 각종 의혹 제기 등에 대해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황 교수의 수상쩍은 관계는 제1단계인 난자기증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월 17일자에서 미국의 생명윤리사건 전문 법률회사 3곳에 연구원의 난자기증 논란에 대한 자문을 의뢰한 결과, 모두 연구원의 자발적인 난자기증이라면 법적·윤리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미국도 줄기세포 연구에서의 난자기증 등에 대한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명문화된 윤리지침이 2005년에야 확정됐기 때문에" 그 이전의 난자기증에 대해서는 소급력이 없다고 지극히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는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였다. 출처는 '서울대병원의 세계줄기세포허브 관계자.' 역시 황 교수팀의 내부자다. 황 교수팀은 이처럼 '중요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조선일보를 통해 먼저 흘렸다.
이처럼 박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조선일보 노보가 일부의 의견으로 지적한 것처럼 "심정적으로 치우친' 정도가 아니다. 한 언론이 얼마나 사회의 의사소통 과정을 중간에서 왜곡할 수 있는가를 그리고 왜곡을 통해서 얼마나 반사이익을 챙기려 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