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누나의 화장실 문화
우리집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바뀐 것은 작년이다. 언제나 우리집 화장실은 밑이 뚫려 있었고, 돼지는 없었지만, 똥을 떨어뜨리면 밑에서 '퐁' 하고 똥물이 튀어오르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주로 '쉬아'는 밭에다 하거나, 아니면 '싱크대'(아~ 이거까지 밝혀야 되나?), 목욕탕 같은 데다 하는 편이었다.
'검정고무신'에 보면 '기영이'도 그 문제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을 한다. 엉덩이를 손으로 막을까. 그네를 타면서 타이밍에 맞춰 떨어뜨릴까. 참 공감이 가는 만화였다.
먼저 나의 이야기다. 아마 국민학교 2학년쯤의 일일 것 같다. 나는 화장실에서 주로 머리를 잘랐다. 조금씩 조금씩, 어쩌다가 그런 '요망한' 습관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티는 잘 안 났다. 그 때는 뭔가를 자르는 게 참 좋았던 것 같다. 그 해에 내 친구 녀석이 가위를 가지고 품바처럼 '철렁 철렁'하면서 놀았는데, 거기다 손을 댔다가 잘라먹을 뻔한 일도 있다. 암튼 그 때 그 시절은 엉뚱하면서도 참으로 '위험한' 시기이다. 그런데 문제의 그 날은 좀 많이 잘랐다 싶었는데, 학교에 가자 애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 것이었다. 내 사촌형도 내 반에 오더니 '완전 원숭이'라며 웃어댔다. 그냥 원숭이도 아니고, 완전 원숭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알아둘 것. 어린이가 거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머리를 자르면 '원숭이' 모양이 나온다. 그 별명은 국민학교를 졸업해야 떼어낼 수 있었다.
우리 누나는 참 이상하다. 화장실 갈 때마다 맨날 나를 데리고 간다.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거 하고 있을 때는 더 짜증났다. 그것은 누나가 읍내로 유학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누나는 화장실 갈 때마다 손전등 큰 걸 들고 갔다. 그 전까지 우리 집에서는 손전등을 쓸 일도 없었고, 쓴 적도 없었는데, 순전히 누나 화장실용으로 산 것 같다. 화장실에 맨 처음 가면 손전등을 켜고 화장실 구멍 안을 구석구석 비춘다. 안에서 귀신이 나와서 손을 내민다는 것이다. 내가 두 학년 어렸지만, 어린 내가 봐도 그건 좀 아니다 싶었다. 암튼 그렇게 한 5분 정도 확인을 한 후, 일을 보는데.. 나는 밖에서 기다리는 편이다. 달도 보고, 쥐새끼 소리도 듣고,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도 들리고, 어쩔 땐 파도가 모래를 쓸어담는 소리도 듣는다. 그리고 '승주야', '승주 있니', '승주 안 갔지' 하는 소리를 1~2분 간격으로 듣는다. 나는 그때마다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어느 날은 못 미더웠는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라는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누나는 완전 미쳐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이상하게 그때마다 난 항상 그 좁은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누나가 일을 다 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지금도 궁금한 것은 내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