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 (지은이), 박영목 (옮긴이) | 한길사, 362쪽

내가 종의 기원에 처음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었습니다.

어떤 계기에 의하여 접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내가 이전에 샀던 책 중 가장 비싸고 아름다운 책(특히 그림과 사진)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고 받았을 때의 흥분은 아직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 해 여름은 제가 '가난'이라는 것을 절감한 계절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막노동판으로 가서 해가 떨어지는 모습을 일주일, 한달 동안 보는 것은

억압이며 고통이었습니다.

그 때 '스피노자'를 만났고 그것은 내게 축복이었습니다.

리처드 리키라는 생물학계에서도 자상하고 진중한 과학자가 현대적 입장에 맞게 덧붙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다윈을 되살린 이 책의 서문을 읽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을 정도였습니다.

그 때는 국어사전을 펴고, 모르는 단어들을 적어가며 읽었습니다. (그때까지 국어사전에 이렇게 많은 용어가 담겨 있는지 몰랐습니다.)

서문을 읽고 나서 나는 지금 읽을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덮어버렸습니다.

두 번째 기회는 군에 있을 때 찾아왔습니다.

용어를 적어놓은 주황색 노트를 마침내 찾았지만, 읽을 수 없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한두 줄 말해주는 용어를 가지고 어떻게 종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역, 서울 생활..

서울에 자리를 잡자마자 나는 집에 있는 동아 백과사전을 공수해 옵니다.

종의 기원을 읽기 위해서이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동아 대백과사전 일곱 권을 박스에 넣으면 용량 초과로 더 이상 보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두 번 공수해 오고,

어머니가 소포를 보낼 때마다 한두 권씩 보낸 것이 거의 모아졌을 때,

올라온 사전들은 필요에 의해서 모두 폐기됩니다.

인터넷 백과사전이 더욱 상세하게 나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용어와 본문을 따로 정리하며 읽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직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갑자기 7년 간 잊지 못하던 이 책을 읽고 나자

주책스런 마음이 발동한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문학의 비조라면, 다윈은 생물학의 비조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생물학의 현대적 개념을 부여한 사람은 바로 다윈인 것 같습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자연과학의 역사에 따르면 현대와 당분간의 미래를 대표하는 학문은 생물학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나도 생물학의 줄기라도 좀 잡고 싶어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윈의 대표작 중 번역된 종의 기원과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Paperback) '('인류의 유래와 성선택'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 '시계공', '악마의 사도'

왓슨, 크랩의 '이중 나선'

정도를 훑어보고 생물에 대한 개념을 좀 잡으려고 해요. 제가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군에서 읽은 '이기적 유전자' 때문이었지만, 어떤 생물학자도 아버지의 영예를 '다윈'에 두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렇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암튼 7년간 끌어왔던 '종의 기원'을 일독하고 난 기분에 남깁니다.
이제 시작이지만요..

덧 : 이렇게 예쁜 책이 절판이라니. 이보다 더 자상한 책이 나온 모양이죠. 다위니즘이 현대 인문 자연과학의 큰 산맥인 만큼 숙독하고 나서 리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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