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쇼크와 한국의 줄기세포연구의 미래

              하버드 의대 김광수 교수: 주) 일간지에 발표하신 내용을 보내주셔서 본 게시판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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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호가 마침내 침몰했다. 서울대 조사 위원회는 23일 중간 발표를 통해 2005년 Science논문의 데이터들이 2개의 맞춤형 줄기세포주에서 얻어진 결과를 11개로 불려서 만든 고의적인 조작이며 이 2개의 세포주 및 2004년 논문도 검증 중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을 줄기세포와 더 나아가 생명공학의 최고선진국으로 진입시킬 영웅으로 추앙되던 황우석 교수의 몰락을 지켜보는 모든 국민의 좌절과 허탈감을 멀리서나마 안타까이 공감하면서, 재미 과학자의 한사람으로서 또 줄기세포 연구자로서 그간 느껴왔던 착잡한 심정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저 한다

1) 줄기세포의 잠재성
먼저 이 줄기세포 생물학이란 분야는 매우 새로운 학문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제한 때문에 1998년 Wisconsin대학의 James Thomson교수가 세계 최초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을 때 온 학계가 이것이 인간의 발생학, 분화연구와 신약개발 연구에 사용될 잠재력을 환영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끈 이유는 이러한 배아 및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인간의 난치병을 치료할수 있다는 소위 regeneration 혹은 cell replacement therapy는 전통적인 의학 및 약학의 개념을 뒤짚는 신개념 (“Paradigm Shift”)이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수년전 서울대 문 신용 교수가 이끄는 줄기세포사업단을 발족한 사실은 이미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다. 2004년 황우석, 문 신용 교수팀의 Science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 세계적인 관심과 찬사가 터지기 시작했으며 필자 역시 한인과학자로서 흥분과 자부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 새롭고 잠재력 있는 학문분야에서 세계를 앞지르는 업적이 발표되었으니 모든 한국민이 들뜨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강의실, 학교, 학회등에서 동료교수나 학생들을 대할 때 내가 한국인 과학자라는 사실에 대해 뿌듯하게 느꼈던 것은 필자만의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2)  황우석 쇼크의 조기 이상징후들
그런데 2004년 Science논문 이후, 필자는 줄기세포 사업단에서 주최하는 서울 줄기세포 심포지움에 초청되어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심각한 이상징후들을 감지하게 되었다. 우선적으로 체세포줄기세포 (2004년 논문)나 맞춤형 환자체세포 줄기세포(2005년 논문)가 효과적으로 얻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실이 수년내 난치병환자를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과장되고 있는 현상이었다. 사실상 맞춤형 줄기세포란 면역거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며 이들이 실제 치료에 쓰이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인간배아줄기 세포주들을 이용하여 각 질병에서 필요로 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와 또 그의 동물실험, 그리고 암세포의 유발을 완전히 차단시킬수 있는 연구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필수적이고도 기본적인 연구들 자체가 세계적으로 아직도 초기단계인 것이다. 체세포 맞춤형 줄기세포의 확립은 결코 이러한 선행되어야 할 연구를 직접적으로 앞당길 수 없는 별개의 연구 분야임은 줄기세포연구에 약간만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절박한 상황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리고 전문지식이 없는 국민을 향해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주는 것은 희망을 주는 것보다는 기만에 가까운 행위일 수 밖에 없다. 필자는 문 신용 교수 등에게 이러한 보다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정직한 기대감”을 알려야 하지 않겠느나고 누차 권유했으나 문 교수의 불평은 아무리 열심히 이야기 해도 아무도 귀를 귀울이지 않으며 신문기사에 실리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둘째로 필자에게 크게 우려된 사실은 2004년 논문 이후, 황 교수팀이 국내의 줄기세포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해외 유명 학자들과의 연계에 의존하려는 사실이었다. 이는 아마도 황 교수와 문 교수의 견해차가 많이 작용한 듯하다. 셋째로 상상을 초월한 연구비가 황 교수팀에게 부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지나치게 편중된 방향으로 수백억의 연구비가 한 팀에 주어진다는 것은 개별적이고 잠재력이 있는 수백명의 생명과학자들의 연구비가 없어진다는 뜻이며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일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었다. 실제로 필자는 많은 신진과학자들의 연구비 고충과 불평, 그리고 이에 따른 한국 과학계의 위화감을 느끼곤 했다.

3) 무엇이 이런 사태를 초래하였는가
우리는 오늘의 “과학적 국치”라고도 볼수 있는 이번 사태에서 황 교수 개인에게만 손가락질 해서는 안될 것으로 본다. 오히려 우리 모든 국민과 언론과 정부와 과학계가 자성과 새로운 각오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지나며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 우리의 아름다운 강토와 환경을 훼손한 아쉬움을 우리는 모두 느끼고 있다. 이제 더 큰 경제, 과학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면 진실과 양심을 다소 저버리고 생명윤리정도는 경시해도 상관없다는 정서가 우리에게 있지는 않은지.  이번 황 교수의 사태를 지켜 보면서 우리 모두는 진실과 정직을 짓밟고 그 위에 바벨탑을 쌓을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필자 자신을 비롯한 국내외 과학자들도 여론의 질책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들의 양심적인 견해와 문제제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차제에 국내의 언론도 지나치게 여론에 편승하여 자극적인 언어들로써 더욱 여론을 한 방향으로 부추긴 허물을 자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역시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한국의 생명과학을 이끌고 추진할수 있는 지도력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4) 한국의 줄기세포연구와 생명과학의 장래
황우석 파동이 번지면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우려는 국내 생명과학자들의 해외논문발표가 원천적으로 힘들어 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최근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했던 두명의 국내 과학자들의 태도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H교수는 최근 유전공학계열 저널에 제출했는데 심사평이 좋은 편이었는데도 reject되었다면서 이번 사태의 후유증이 아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반면 L교수는 세포생물학계열 저널에 제출했는데 accept의 가능성을 통고받았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러한 민감한 반응들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필자의 의견으로는 불필요한 우려라고 본다. 물론 앞으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들에서 보다 세심하고 철저하게 논문을 심사할 것이며 황 교수의 논문데이터에서 나타났던 중복 조작된 것과 같은 허술한 거짓 데이터가 통과될 가능성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뒷받침 되는 훌륭한 데이터와 논문이 한국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거부될 가능성은 없다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며칠 전 우리 연구소의 세미나 연사와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이러한 화제들이 나왔다. 참석한 중진교수들 가운데 한명은 하버드의대 석좌교수이며 임팩트 팩터 20 이상의 top저널의 editor-in-chief인데 필자가 이러한 이슈를 물어보자, ‘황 교수의 건은 유감스러우나 그것과 앞으로 한국에서 나오는 논문의 심사는 전혀 별개의 이슈”라며 한국생명과학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한국줄기세포연구와 생명과학의 장래에 대해 소견과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사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된 동기는 황우석 파동으로 인하여 이전의 과장되었던 줄기세포의 가능성과는 정반대 상황인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잘못된 비관적인 시각이 일어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한국의 줄기세포와 생명과학이 지금의 황우석 쇼크와 파장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나라가 빠른 시일 안에 과학선진국으로 진입하리라 단언한다.  첫번째는 한국생명과학계의 놀랄만한 향상과 선진화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국으로 박사후 과정을 떠났던 8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SCI논문 한편만 실어도 큰 사건이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Nature, Science 등의 최고 저널에만도 매년 십여편씩 SCI논문은 수백편 이상씩 발표되고 있다. 더구나 필자가 알기에 황교수 팀 외에도 국내 줄기세포 학자로서 세계에 이목을 끄는 탁월한 연구자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어 이들이 향후에 줄기세포 연구를 충분히 끌고 갈 수 있음을 확신한다. 특히 황교수팀에서 훈련받은 젊은 연구원들의 연구 진로가 막히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를 해야할 것이다. 둘째로 간과할수 없는 것은 이번 사건이 모든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과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든 과정이 국내의 소장 생명과학자들과 MBC에 의해서 집요하게 파헤쳐지고 서울대 조사위에서 확연하게 밝혀짐으로서 한국의 자체 자정 및 검증능력이 온 세계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필자의 솔직한 의견으로는, 용감한 소장 학자들에 의해 이렇게 조속히 조작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라는 점이다. 엄연히 인터넷에 존재하는 그 조작의 증거들이 결국 들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대로 수백억씩의 예산과 국내외 연구진들의 공중누각 연구가 수년간 진행되다가 외국 기관이나 학자들에 의하여 폭로되었을 경우 도저히 수습불능의 상태까지 갔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 우리의 상황은 조기 수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로 언론과 정부의 Spotlight를 받지 못하고 연구비도 열악하지만 밤늦게까지 실험실의 불을 밝히는 수천, 수만의 생명과학자와 과학도가 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내외 유수기관과 대학에서 최고수준의 훈련을 받은 귀중한 한국의 지적능력집단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록 부풀려지고 왜곡된 보도로 허탈감으로 갈 수 밖에 없었지만 생명과학과 줄기세포의 선진화를 열망하는 전 국민의 세계적으로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성원과 헌신이다. 오늘 온 국민은 참담한 실망과 자괴감을 뿌리치기 힘들지만 만일 다시 한번 학계와 정부와 언론이 깊은 자성과 새로운 각오로써 지혜로운 방향을 잡아 간다면 온 국민은 반드시 더욱 새롭고 성숙한 모습으로써 참된 성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생명과학은 과학선진화를 이룩할 것이며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난치병 치료가 가능한 날이 반드시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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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교수 양력-서울대를 졸업한 후 1983년 KAIST에서 미생물유전학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 이후 MIT에서 eukaryotic transcription mechanism을 연구하였고 Cornell 의대 조교수, Tennesse의대 부교수를 거쳐 현재 하버드의대 부교수로 재직중에 있으며 하버드의대소속  Mailman Research Center의 Molecular Neurobiology Laboratory의 director로서 현재 신경전달물질인 catecholamine 관련된 퇴행성 신경질환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ㅇ homepage: www.mclean.harvard.edu/research/mrc/mnl.php
ㅇ e-mail: kskim@mclean.harvard.edu

 출처 : http://gene.postech.ac.kr/bbs/view.php?id=job&page=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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