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도 자지 않고 이렇게 고뇌를 풀어놓는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ㅜㅜ)

나는 논술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정시논술이 코앞인데,

빨갛게 피가 나도록 첨삭을 하다가 탄식을 한다.

내가 느끼는 고뇌는 딴 것이 아니다.


예컨대 여기서 경찰청까지 가는 방법은 999가지가 있다.
그러나 논술 답안을 써내는 대부분의 학생은 999가지를 벗어나 있다.

그러니까, 열이면 아홉 열은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것을 타고 간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 좀 다른 대답이라곤 '택시'를 타는 정도랄까.

그보다 좀 나은 대답은 '인터넷 접속'이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경찰청'에 들어가도 '경찰청'은 '경찰청'이니까.

장난전화로 112를 걸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경찰청까지는 데려다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포털이나 블로그를 총 동원해서 경찰청장이나 대통령 할 것 없이

욕하는 방법이 있다. 허위 사실을 폭로하거나,

욕의 정도가 심하면 '검찰청'까지 가는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순 없다.

학생들에게 999가지나 되는 방법을 일깨워줄 수 있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경찰청장이 아니라

이번에 '출근 작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충청도의 한 경찰 고위 간부까지 성토할 수도 있다.

이런 대답도 있다.

농민들의 뜻을 가까이 이해할 수록 '경찰청'에 가까워질 수 있다.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 가지고는 안 된다.

농민들과 광장으로 나아가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경찰청'뿐만 아니라 운이 나쁘면 '영안실'까지 직행할 수 있다.

이런 걸로 따지면 999가지뿐이랴.

그의 999배까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허망하지만 이런 결론에도 도달할 수 있겠지.

경찰청 가는 길은 너무 쉽구나!

논술이 무어냐?

'상상 + 논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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