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워야 뭇 사람을 얻는다

 

유교주의자였던 다산은 최종 목표로 언제나 요순주공(堯舜周孔)의 삶과 정치철학을 현실에 실현하려는 욕심을 갖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오학론(五學論)」이라는 논문을 읽어보면 자신이 살아가던 시대에 가장 큰 위세를 지닌 성리학·술수학·문장학·훈고학·과거학 등의 폐해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요순과 주공(周公)과 공자(孔子)의 철학에는 접근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던 것입니다.

공자는 고위직에 있으면서 너그럽지 못하거나 예(禮)를 차리면서 공경스럽게 하지 않으면 무얼 볼 게 있겠느냐 하였고, “너그러우면 뭇 사람을 얻는다”(寬則得衆)라는 훌륭한 격언을 남겼습니다. 다산은 이런 공자의 말씀에 감동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이 실천해야 할 인품으로 ‘너그러움(寬)’을 큰 덕목으로 강조하였습니다. (『목민심서』 율기(律己) 칙궁(飭躬)조)

일반 사람들은 높은 지위에 오르면 ‘매서움(猛)’을 숭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훌륭한 정사(政事)를 펼 수 없다는 것이 다산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경(詩經)』에 나온, “그대의 위의(威儀)를 공경히 하여 유가(柔嘉)하지 않음이 없도록 하라”(敬爾威儀 無不柔嘉)라는 구절을 반복해서 인용합니다. 유(柔)는 편안함(安)의 뜻이고 가(嘉)는 착하다(善)는 뜻으로 유순하고 착한 모습이 용맹스러운 모습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관(寬)과 유가(柔嘉)를 풀이하면서 마음은 너그럽게, 용모나 모습은 유가하게 지녀야지 사나웁거나 매서운 모습을 지닌다고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아랫사람들이 복종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한 것입니다. 

남의 잘못에 혹독한 비판이나 퍼붓고, 법집행에 가혹함만 보인다고 세상이 제대로 가지 않는다는 경고를 내렸습니다. 오히려 너그럽게 관용을 베풀고, 유순하고 착한 태도와 모습일 때 더 큰 위력으로 잘못을 바로 잡고 악한 짓을 못하게 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구속시켜야만 직성이 풀리고 관용을 베풀면 비난하는 요즘의 세태에서 『목민심서』의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 너그러움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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