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의 절약

 

『목민심서』는 고위 공직자가 청백한 공직생활을 할 수 있는 요령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씀씀이를 절약한다는 한자어는 ‘절용(節用)’입니다. 절용의 중요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봅시다. “목민관 노릇을 잘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롭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청렴해야하고, 청렴하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검약해야 한다. 씀씀이를 절약하는 일은 목민관의 첫째가는 임무다.”(善爲牧者必慈 欲慈者必廉 欲廉者必約 節用者 牧之首務)<節用條>

이런 원칙을 천명한 다산은 어떻게 해야 씀씀이를 절약할 수 있고, 절약해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도 제대로 밝혀줍니다. “재물을 낭비하는 근본은 언제나 아내와 첩(妾)을 데리고 임지에 부임하고 자제(子弟)를 왕래하게 하며, 권세 있고 귀한 집안과 결탁하여 자주 오고가게 하며, 진귀한 보물들을 수집하기 좋아하는 일에서 생긴다”라고 하여 낭비의 요소를 줄이고 없애야만 절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절약한다는 것은 한계를 두어 절제한다는 것이다. 한계를 두어 절제하는 데에는 반드시 법식(法式)이 있어야 한다. 법식이란 절용의 근본이다.” 사용할 재물의 한계와 정도를 정해 놓은 법식대로 재화를 사용해야만 절용이 가능하고, 절용만이 바른 목민관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의복과 음식은 검소한 것으로써 법식을 삼아야 한다. 조금만 법식을 넘어도 그 씀씀이에 절도가 없어져버린다.”(衣服飮食 以儉爲式 輕踰其式 斯其用無節矣) 이렇게 명확한 원칙을 정해놓고 세부적으로 법식을 열거했습니다. 의복은 성글고 검소한 것을 입도록 힘쓸 것이며, 아침저녁의 식사는 밥 한 그릇, 죽 한 그릇, 김치 한 접시, 장 한 종지(一飯一羹一齏一醬) 외에는 네 접시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식을 지키지 않고 어떻게 재물을 절약해서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말씀입니다. 조금 잘 산다고 지나치게 낭비가 심한 오늘의 세상, 다산의 절약정신에도 마음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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