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저서를 읽기 위해 그 작품의 연대를 상세히 전하는 철학사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쓰고 보니 플라톤의 저작이 적잖게 소개돼 있는 것 같다. 플라톤 연구가로 유명한 박종현 선생이 서광사와 함께 플라톤 전집을 작업 중이신데, 그 작업이 별탈없이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플라톤이 출간했던 전집이 아직도 보존되고 있다. <변명>과 서간을 제외한 모든 저작들이 대화형식으로 씌어 있다. 플라톤의 저작활동은 약 50년간에 걸쳐 펼쳐진다. 오늘날 우리들은 하나 하나의 저작들을 연대순으로 상당히 정확하게 이 기간 내에 배열할 수가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청년기, 과도기, 원숙기 및 노년기의 것으로 구별한다.

 

청년기의 저작들 중에서, <라케스>는 용기, <카르메니데스>는 사려>, <에우티프론>은 경신, 지금은 <국가>의 제1권으로 읽혀지고 있는, <트라시마코스>는 정의, 그리고 <프로타고라스>는 전체적인 덕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이온>, 힙피아스 I과 II>, <변명> 및 <크리톤>도 이 시기에 속하는 것들이다.  모든 대화편들은 가치와 앎이라는 소크라테스가 제기한 문제들을 소크라테스의 방법으로 다루고 있으나, 이 모두가 다 끝까지는 해결하지 못하고 만 문제(아포리아=Aporie)로 끝을 맺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플라톤이 이미 자기의 최초의 시기에, 스승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점차로 새로운 것을, 특히 <이데아론>을 주장하는 일련의 저작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과도기의 저작들이다. 이 시기에 속하는 저작들로서는, 우정을 논하는 <리시스>, 플라톤의 언어철학을 내포하는 <크라틸로스>, 소피스트들, 특히 안티스테네스의 괴변을 비웃는 <에우티데모스> 및 조그마한 <메넥세노스> 등이 있다. 이 대화편들도 첫 번째의 시실리아 여행 이전에 씌어진 것들이다. 그런데 <메논>과 <고르기아스>는 그 뒤에 씌어진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 두 편의 대화는 피타고라스의 영혼윤회설의 영향을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메논>에서는 덕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고르기아스>에는 소피스트들의 방법과 세계관에 대한 격렬한 고발이 담겨져 있다.

원숙기의 저작들은 세계문학의 걸작들로 손꼽히는 것들이다. <파이돈>은 죽음에 관한 대화다. 우리들은 감각과 감각적인 세계 때문에 죽는데, 죽음으로써, 정신, 즉 죽지 않는 영혼은 풀려나 이데아의 세계로 올라간다고 말하고 있다. <심포지온>(잔치 또는 향연이라고 번역됨)은 삶에 관한 대화다. 우리들은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파이돈>에서는 철학과 순수한 앎에 의해서라고 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에로스(Eros)에 의해서 우리들을 근원적인 아름다움과 영원한 가치의 나라로 올라가게 하라고 권하고 있다. 플라톤의 주저, 즉 10권으로 되어 있는 <국가 정체>(Politeia)에서는 정의가 본래적인 주제(테마)로 되어 있으나, 사실에 있어서는 인식론ㆍ형이상학ㆍ윤리학ㆍ교육학ㆍ법철학ㆍ국가철학 등 철학 저니체가 논해지고 있다. 올바른 것과 참된 것, 여러 가지 이상(理想)의 세계 등은 어디에서든 볼 수가 있다. 이렇게 해 놓은 이유는 우리들이 이런 것들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늘에는 임 원형이 있다. 그래야 착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그들 자신을 그것에 따라 형성해 나갈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략 374년 경에 <국가>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이 <파이드로스>인데, 이것은 엄밀하게 가려내는 기술에 관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주제만 보자면, 수사학(修辭學)에 관한 것 같으나, 실제론은 플라톤의 철학 전체를 요약해 놓은 것으로서, 플라톤 철학에 관한 가장 좋은 입문서이다. 그 다음이 <파르메니데스>인데 여기서 플라톤은 자기의 이데아론의 여러 가지 아포리아들에 관해 변명을 하고 있다. <테아이테토스>는 주로 인식론의 문제를 좇으면서, 헤라클레이토스, 프로타고라스, 안티스테네스 및 아리스티포스 등과 대결하고 있다.

 

 

 

 

 

367년 이후의 저작들은 노년기의 저작들로서, <스피스테스>, <폴리티코스> 및 <필레보스> 등이 있다. 여기서는 플라톤의 관심의 대상이 달라진다. 오직 <필레보스>에서만 가치의 문제가 한 번 더 나타날 뿐, 다른 곳에서는 논리적ㆍ변증법적인 문제들이 주로 다뤄지고 있다. <소피스테스>는 소피스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추구하고, <폴리티코스>는 정의(定義)ㆍ내포ㆍ외연ㆍ분류 및 구분 등의 관점에서 정치가가 무엇이냐 하는 것을 추구한다. <티마이오스>는 플라톤의 우주론이다. 이 대화편은 이후 수세기에 걸쳐 서구의 세계상을 형성하였다. 플라톤의 생활을 매우 잘 밝혀주는 제7서간은 아주 말기에 속하는 저작이다. 제일 마지막 저작, 즉 <법률>(Nomoi) 12권은 이미 플라톤 자신이 간행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읽고 있는 <법률>은 아마 오푸스의 필립포스가 편집한 것일 게다. 이 <법률>은 다시 한 번 국가를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이 노년기의 작품은 이미 <국가>가 가지고 있는 그런 철학적인 정열과 사변적인 비약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대신에 정치적ㆍ법률적ㆍ종교적 및 특별히 교육적인 규범들로 가득찬 자상함과 폭을 가지고 있다. "가장 깊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가장 생생한 것을 사랑한다." 이 시기의 저작들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노철학자의 생활경험과 원숙한 지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 플라톤도 훨씬 너그러워졌다. <국가>에서 부인들과 어린이의 재산을 공유하라고 하던 과격한 요구는 <법률>에서는 빼버리고 말았다. 기타의 모든 플라톤의 대화에서 말을 이끌어가던 소크라테스는, 노년기의 저작들에서는 차츰차츰 물러앉고 만다. <법률>에는 소크라테스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대화의 형식이 이렇게 바뀌는 것은 플라톤의 사상이 바뀌었다는 증후이기도 하다. 플라톤은 그의 스승을 너무나도 멀리 넘어서 버렸기 때문에 자기의 사상을 스승의 입에 담게 할 수는 없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서, 이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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