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디너들의 깊고 맑고 고운 글들을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저도 예쁜 우리말을 발굴하고 함께 공유하고자 <창작동화 연재>에 이어서 <알라디너를 위한 예쁜우리말>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모퉁이에 있어서 지식의 못마땅한 나열이나 현학적인 코너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마땅히 우리가 사용할 만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단어 중에서 선택해서 올려놓을까 합니다.

그래도 우리말의 발견인데, 익숙지 않은 말들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혹 '이건 아니라고 봐요 잉~' 하는 생각이 드시거든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예전에 글에 꼭 쓰고 싶어서 '생삽(生澁)하다'는 말을 썼다가, 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은 적이 있지요.

일찍이 작고한 김소진이라는 소설가는 자기만의 사전이 있었다고 해요. 군에 있을 때부터 정리해둔 단어들을 열심히 기록해서 소설에서 살려냈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고로 자기가 만든 사전 정도는 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설이 너무 길어졌군요. 첫 번째 시간으로 '상대되는 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집들이, 집알이

집들이와 집알이는 구분되었으면 하는 말입니다. '집들이'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새로 이사한 사람이 친구를 맞이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주로 '쥔장'의 입장에서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손님'의 입장에서도 '야, 승주나무네 집에 집들이 가자!' 식으로 곧잘 쓰곤 합니다.

이때는 '야, 승주나무네 집에 집알이 가자!' 식으로 고쳐야 옳은 표현이죠. '집알이'는 '초대받은 친구들이 새로 이사한 친구의 집에 찾아가는 일'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배웅, 마중

이건 뭐 쉬운 단어에 속하는데, 헛갈리시지 말라고 붙여넣습니다. '배웅'은 떠나가는 손님을 일정한 곳까지 따라 나가서 작별하여 보내는 일'을 의미하고, '마중'은 그 반대의 뜻입니다. 즉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함'의 뜻이지요.

 

내리사랑, 치사랑

내리사랑은 다 아시지요? '손윗사람의 손아랫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내리사랑인 것이죠. 그 반대의 경우는 뭐라고 할까요. '치사랑'은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리사랑이 과하면 '굄(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함)'이 된다는 사실..

 

덧두리, 에누리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는 '에누리'를 하고 싶을 테고, 파는 입장에서는 '덧두리'를 하고 싶겠죠. '에누리'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값을 깎는 일'을 말하고, '덧두리'는 '정해 놓은 액수 외에 얼마만큼 더 보탠 값'의 뜻입니다.

 

안다니, 모르쇠

안다니 : 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

모르쇠 :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다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



마수걸이, 떨이

마수걸이 : 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 또는 거기서 얻은 소득

떨이 : 팔다 조금 남은 물건을 다 떨어서 싸게 파는 일. 또는 그렇게 파는 물건

마수걸이가 잘 걸려야 그 날의 일진이 좋습니다. 하지만 첫 끝발이 개끗발이라는 말도 있죠. 떨이를 잘 처리해야 재고가 없고 매출이 늘어납니다. 요즘 잘 사는 동네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장한 '총각네'라는 벤처 청과물의 핵심 전략이 바로 '무떨이 전략'이었다죠^^


산봉우리, 산굽이

산봉우리 :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 ]
산굽이 : 산이 휘어서 구부러진 곳[凹]

산에 오르면 상쾌합니다. 높은 봉우리는 경치가 환하고 바람이 시원합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산을 넘을 때는 반드시 산굽이를 통과해야 합니다. 아니면 산등성이를 타고 구름과 함께 백두대간을 횡단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이름짓기'를 참으로 정교하게 하신 것 같아요. 윗옷의 이름이 다르고 아래옷의 이름이 다르고, 계절마다 산의 이름이 다르고, 시간마다 '물'의 이름이 아주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원래 쓰던 '한자'는 구수한 느낌이 들고, 일본에서 건너온 한자는 왠지 천박하고 어색해보입니다. 이것은 제가 맹신적 애국에서 나오는 말은 아니구요.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는 자세히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거의 같은 말을 반복하는 수준이거든요.

우리의 말과, 구수한 옛 한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옛 향기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즐거운 눈요기가 되시기를..

덧 : 저의 지식은 여기까지입니다만, 이와 유사한 단어가 많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 알고 있는 말의 쌍이 있다면 여러분의 내공을 보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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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1-07-1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내용 잘 보았습니다. 에누리에 대해서는 혹시 이런 의견도 있는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에누리는 우리말 얹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된 명사형 단어이다. 언즈리 => 어느리 => 에누리
얺다의 용례에는 1 얹다 : 위에 올려놓다. 2 얹다 : 일정한 분량이나 액수 위에 얼마 정도 더 덧붙이다.란 뜻이 있다

에누리는 물건의 값을 깎는 일 뿐만 아니라 값을 높이는 일도 에누리라고 합니다. 얹어 주는 것이 파는 물건인지 사는 돈인지 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구요...
따라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분량을 더 얹어 에누리하고 싶을 테고 물건을 파는 사람은 금액을 더 얹어 에누리(덧두리) 하고 싶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