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반가운 기사를 접했다. 법원이 반민족법안을 주저하고 있는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판결을 낸 것이다. 친일파 후손의 등기말소소송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는데, 아직 헌법 차원의 법적 처리가 되지 않은 과도기적 시점을 이용한 소송이어서 법안의 입법 여부 이후로 판결을 유보한다고 밝힌 것이다. 담당판사는 이 판결로 인해 이와 유사한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에 대한 물음 법률적 판단은 판사의 독립적인 영역이므로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친일파 후손 ‘땅’ 찾기, 재판청구권 일시정지
친일파 후손의 땅찾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친일파 후손에 대해 토지반환소송 자격을 잠정 중지하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2단독 이종광 판사는 15일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 이근호의 손자(78)가 “조부가 일제로부터 받은 경기 오산시 궐동 땅 737㎡를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보존등기말소등기 소송을 각하했다.
이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소는 3·1운동 정신을 계승한 헌법이 다른 법체계와 충돌, 모순되는 상황에서 사법기능의 혼란과 공공복리 위협을 초래한다”며 “이같은 위헌적 법률상태가 입법으로 해소될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한 재판청구권의 행사를 일시 정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판사는 “원고는 이 사건 토지소유권이 헌법이념상 허용될 수 없음을 알았거나, 국회에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환수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어 그같은 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이 사건 제소는 현재까지 이 사건 토지소유권에 대한 제한입법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고의 조부 이근호는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으로 1910년 일제로부터 남작의 작위와 은사금 2만5천엔을 받고 대한삼림협회 총재로 일제의 임야조사사업에 관여했다.
원고 이씨는 현재 이 사건을 포함, 모두 12건의 토지반환 소송 낸 상태다. 친일파 후손의 토지반환 소송에 대한 각하 판결은 이번이 두번째로, 2000년 서울지법이 친일파 이재극 후손이 낸 토지소유권 확인소송을 각하했으나 상급심에서 파기환송된 바 있다.
〈경향신문,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