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성(古城)들의 건축시대를 한눈에 분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굴뚝들이 눈에 잘 안 띄면 17세기에 지었다고 보면 틀림없다. 윌리엄 3세 등 당시 왕들은 벽난로 숫자대로 재산세를 매겼다. 창문이 드문 고성이라면 대개 18~19세기 초반에 지은 것들이다. 벽난로세 대신 창문 수에 따라 창문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귀족들조차 창문을 없애고 어두컴컴한 생활을 택했다.

이처럼 건축양식은 물론 생활양식까지 바꿔놓는 게 세금이다. 옛 소련에는 '무자세(無子稅)'란 희한한 세금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쟁 고아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세였다가 나중에는 인구증가책의 수단이 됐다. 독신 남녀나 자녀 없는 부부에게 소득의 6%를 물렸으니 아이를 낳지 않고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요즘 영국.스위스가 도입을 추진 중인 비만세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에서 세금을 거둬 사회문제의 하나인 비만 퇴치에 쓰겠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 「분수대」<세금> 7월 11일

 

 

사회생활에서 '세금'이라는 것은 넓게 보면 '대가'와 같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는 당장 값을 치러야 하기도 하지만, 먼 시간 후에 저도 모르게 치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몇 대를 지나 후손에게 그 행동의 결과가 나타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때를 지나도 반드시 어떤 방향에서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하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가 시간 일분을 소홀히 보내도 '시간의 복수'를 맞이하는 것처럼, 우리가 했던 선택이 어느 한 순간 평가되면서 나의 모습을 규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어느 하나의 선택을 했을 때, 그에 대해 피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를 때의 마음은 고달프다. 정말 옳고 타당한 선택을 했을지라도 부당하게 값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많다.

 

굳이 대가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들의 말과 행동은 '영원'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피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어느 순간에라도 당당히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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