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는 동양철학 35] 공자의 칭찬법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차가운 목소리와 따뜻한 목소리를 구분합니다. 말을 못하는 아기도 '이 놈!'하고 인상을 쓰거나 제지를 하면 싫어하고, 밥상머리를 짚고 일어섰을 때 놀라고 칭찬해주면 기뻐합니다. 칭찬은 감정을 격동시키는 행동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칭찬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은 대개 위험하고 어렵듯 칭찬 역시 양날의 칼로 작용합니다. 아이는 칭찬을 통해서 진심으로 기뻐할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민준이는 개다리춤울 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동작이 엉뚱하고 우스워서 칭찬을 많이 해줬습니다. 칭찬을 해주니 신나서 계속 개다리춤을 춥니다. 새로운 개다리춤 동작을 생각해내면 한번 보라고 하면서 또 춤을 춥니다. 칭찬을 해달라는 말입니다. 솔직히 가끔은 귀찮기도 합니다. 민준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갔을 때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내가 만든 일종의 필살기는 아이들이 하이파이브를 했을 때 '어이쿠' 하면서 손을 뒤로 튕겨나가는 동작을 하거나 손바닥이 아프다는 동작을 하면서 "점심 때 뭐 먹었는데 이렇게 힘이 세?!" 물어봅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신이 나서 민준이 유치원 갈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해달라고 합니다. 나는 하이파이브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건강하고 힘세고 밥 많이 먹은 것에 대한 일종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민준이 유치원에 갈 때마다 아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서 자신이 얼마나 힘이 세고, 밥을 잘 먹었는지 하이파이브를 해달라고 하면 성가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내가 성가시고 귀찮은 마음을 얼굴에 담아서 동작을 취하거나 성의 없이 칭찬을 하면 아이들은 조용히 상처를 받습니다. 상처를 받는 까닭은 부모님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역시 '알아봄'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알아봐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를 지지하고 긍정한다는 말인데, 칭찬이 아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쑥쑥 자라게 하는 까닭은 자존감의 원천인 '알아봄'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순간 부모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칭찬할 때 '알아봄'의 마음을 담아서 해주시고 계신가요? 아이들이 자꾸 칭찬을 요구해서 귀찮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으셨나요? 
공자는 제자들과 대화하면서 제자의 성격에 맞게 대화를 한 것으로 유명하고, 이것이 스승 공자의 가장 위대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토대가 굳건하기 때문에 공자의 칭찬 역시 제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영되었습니다. 

공자께서 천한 아비를 둔 중궁에 대해서 이르셨다.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좋으면 비록 쓰지 않으려 한들 산천의 귀신이 버려두겠느냐?"
- <논어> 6-4

공자의 제자 중에서 신분이 천한 중궁의 능력과 고민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지라는 스승의 칭찬이 인상적입니다. <논어>를 보면 공자는 중궁이 '덕행'에 뛰어났다고 특별히 언급한 부분이 나오며, 중궁과 다스림에 대한 깊은 의견을 나누고 인에 대해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스승으로부터 이런 칭찬을 들은 중궁의 기분이 어떨까요? 열심히 하면 신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고, 신분과 상관 없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면 어떤 식으로든 빛을 보리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치 '신의 한 수'처럼 공자의 칭찬은 중궁의 가슴속에 담겨서 인생을 빛냈을 것입니다. 
공자가 제자 중에서 가장 아꼈던 안연에 대해서는 많은 칭찬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안회(顔回)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나서 자신의 생각이 달라지게 된 과정을 드러내준 이 칭찬은 특기할 만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안회와 종일토록 말을 해 봐도 내 뜻에 반대한 적이 없어 어리석은 사람 같다. 그러나 물러가 그 자신을 살펴보고, 또 나의 뜻을 발휘하고 있다. 안회는 어리석지 않다."
- <논어> 2-9

공자는 처음에 안회에 대해서 고분고분하고 말 잘 따르는 착하기만 한 사람으로 바라보았지만 제자 안회의 이의제기가 없었던 것은 안회가 스승의 주장에 대해서 진심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승의 입장에서는 자로처럼 스승에게 따져 묻거나 중궁처럼 반론을 펼치면서 대화를 더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별 말 없이 따르는 모습에 다소 섭섭한 감정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자의 가장 큰 마음은 흡족함입니다. ""회는 나를 돕는 사람이 아니다. 내 말에 대하여 기뻐하지 않는 바가 없으니."(논어11-3)라는 말처럼 공자는 얼핏 들으면 푸념처럼 들리는 묘한 말을 많이 남겼습니다. 반어(反語)와 은근한 비유를 많이 쓰기 때문에 시를 읽듯이 거리를 두고 말을 음미하거나 깊은 감정이입을 하거나, 현장에 실제 있었던 것처럼 느끼면서 논어 구절을 살피면 여러 가지 맛이 납니다. 그래서 논어책은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남에게 좋은 말을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예컨대 아이가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아이의 수준이 성에 차지 않을 때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아이를 가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이것은 많은 부모가 꿈꾸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파스칼의 <팡세>를 읽으면서 '지적을 피하는 칭찬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이른바 파스칼 칭찬법입니다. 

남을 효과적으로 훈계하고 그의 잘못을 지적해 주려 한다면, 그가 사물을 어떤 측면에서 보고 있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사물은 보통 그 측면에서는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올바른 점을 인정하면서 그의 잘못된 다른 측면을 지적해 주어야 한다. 인간은 이것으로 만족을 느낀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다만 모든 측면에서 보는 것을 게을리 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 파스칼 <팡세> 일부

대학 다닐 때 철학자 스피노자를 참 좋아해서 교수님께 스피노자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교수님은 특정 철학자의 저작을 읽는 것은 가장 훌륭한 철학 공부라고 칭찬하시면서 나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남겨주신 말씀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네가 스피노자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철학사를 읽어 봐라. 전체 철학사의 입장에서 스피노자의 위치를 이해한다면 스피노자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니까."

나는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나서 많은 철학사 저작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덕분에 스피노자의 철학에 빠져서 허우적대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스피노자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공자 역시 이와 같은 칭찬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도(道)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 떠날까 하는데 그때 나를 따르는 사람은 아마 유이겠지?"
자로가 그 말을 듣고 기뻐했다. 공자가 말했다. "유야! 용기를 좋아하는 것은 나보다 낫지만, 재주와 사리를 재량하는 능력은 취할 만한 것이 없구나."
- <논어> 5-6

파스칼 칭찬법의 특징은 칭찬 대상(아이)의 현재 모습을 정확하게 드러내준다는 데 있습니다. 한글 읽기를 잘 하는 민준이를 칭찬해주면서 받침 몇 개만 더 잘 읽으면 모든 한글을 다 읽을 수 있겠다고 칭찬하면 민준이에게 동기와 목표를 심어주는 셈이 됩니다. 더불어 민준이는 부모가 자신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고, 자신이 깊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듣기 싫어하는 지적을 해야 하는 부모님들이 만약 칭찬으로 번역해낼 수 있다면 아이의 감정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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