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중등, 고등, 일반인 등을 위한 인성 교육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동양고전을 다시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이 생겨서 논어 지도를 맨 먼저 만들었다. 동양철학은 공자 이후와 이전으로 나뉠 정도로 공자가 핵심인데, 그것은 동양의 지적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서양의 소크라테스가 인식의 전환을 일으킨 정신적 혁명가라면, 공자는 흩어진 지적 편린들을 모아낸 정신적 집대성자다. 더욱이 동양의 훈고학적 전통은 공자를 비판하는 것을 일대 모험으로 만들어버렸다. (동양에서 스승의 학설을 비판하면 파문을 당했는데, 파문이란 생계가 완전히 끊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논어가 동양 정신의 표본이 될 수밖에 없다. 논어와 함께 사서(四書)로 분류되는 맹자, 대학, 중용은 사실상 논어의 참고서 격이기 때문에 논어지도의 틀 안에 종속된다. 그리고 사마천 사기와 전국책, 국어, 오월춘추 등의 역사서는 상황논리와 연결되고 전국 통일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정리하면 된다. 노자와 장자, 그 밖의 제자백가는 일종의 대안교과서로서 참조할 수 있다. 어쨌든 뼈대는 논어인 셈이다. (큰 이미지를 보실 분은 아래 링크를 열어보세요)
논어를 지도로 만든 까닭은 동양의 정세가 가장 안정적이고 기록이 객관적이며, 공자에 대해서 가장 근거리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도가 있다면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공자의 한탄이 논어에 담겨 있지만, 어려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절에도 있었다. 옛 제자였던 알렉산더 황제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연구활동을 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 사후에 정치적 격변에 휩싸이면서 쓸쓸히 말년을 보냈지만 역사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철학자였다. 공자 역시 이후에 펼쳐진 무지막지한 전쟁상황을 보면 그나마 행복한 철학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공자 이후는 상황논리가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에 철학이 현실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어쩌면 동양 정신이 진공상태로 보존된 텍스트는 논어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개인의 성찰과 가족관계, 사회관계, 국가관계, 정치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철학을 펼쳐놓은 논어의 폭넓은 이야기의 세계는 동양사상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논어를 지도로 만들어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 번역문은 현음사의 김도련 역주본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