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적 임상치료를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심리학자이면서 철학자입니다. 인류의 차원에서 인본주의 제3심리학을 창시해 21세기 심리학자로 추앙받는 아이브러햄 매슬로 역시 심리학자이면서 철학자입니다. 심리학자들 중에서는 철학자인 사람도 있고, 철학자가 아닌 사람도 있는데 인류에 커다란 통찰을 남긴 사람은 대부분 철학자라는 점은 시사할 만합니다. 


<최성애ㆍ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을 읽으면서 최신의 심리 이론과 상담 사례, 그리고 쉬운 말과 인생의 지혜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특히 현재 우리의 사회적 나이가 중학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을 기반으로 진보적 시민운동이나 정치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영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철학과 심리학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작동한다고 했을 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컨대 청소년기에 전두엽이 리모델링되면서 30평의 두뇌가 100평의 두뇌로 넓어진다는 설명에서 100평 집으로 이사를 가면 30평인 '나의 옛집'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성찰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트라우마를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다 보니 트라우마와 마음의 상처가 나에게 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환기와 접근 자체가 차단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내가 오늘 지독한 감기를 앓았다면 감기 역시 나의 일부분이지 한시바삐 떨쳐내야할 천덕꾸러기인 것만은 아닙니다. 감기는 다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심리학,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기능서로 한 등급 내려갈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마음은 21세기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이자 철학적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철학자들은 심리학 공부를, 심리학자들은 철학 공부를 하면서 마음의 정체성을 하나로 만드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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