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 외계 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과학 여행
제프리 베넷 지음, 이강환.권채순 옮김 / 현암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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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명에 물고기가 있다. 이름은 곤이다. 곤은 크기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새의 이름은 붕鵬이다. 붕의 등 넓이도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붕이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을 가득 덮은 구름을 연상시킨다. 붕은 바다 기운을 타고 남명으로 옮아가려 한다. 남명은 바다이다.
- 장자, 내편, 제물론, 소요유


한 주 동안 차분히 우주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우주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이고, 과학적 관점으로 질문을 던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제프리 베넷의 <우리는 모두 외계인인다>(현암사)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칼 세이건과 스티븐 호킹을 읽을 만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탈레스, 데모크리스토스, 아낙시만드로스, 엠페도클로스.. 철학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소크라테스 이전 시기의 철학자들이 나오는 시기였습니다. 흙, 물, 불, 공기 같은 기초 원소로 우주를 설명하는 모습은 철학적이라기보다는 시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인간은 자연이 낳은 존재이므로 자연의 성질을 타고났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그 옛날이야기가 엄밀한 과학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적어도 지구와 같은 행성이 희귀한지 흔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해서는 2천년 전의 원자론자들보다 별반 나을 것이 없다”(363)는 과학자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인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가 얼마나 절묘한지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외계인’을 주제로 다루지만, 단지 ‘외계인이 있나 없나?’에 답변하는 게 아니라, 질문 자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몸소 보여줍니다. 즉,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묻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질문들이 해결되어야 하는지 과학자의 ‘위엄’을.

저자의 독특하고 다이내믹한 이력을 살펴보는 것도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물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나중에 천체물리학으로 학위를 받았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교재를 만들고 과학학교를 운영했던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역사와 예술,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이 웅숭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솔직히 저자에게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어가 어렵지 않다? 적당한 그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습니다.(314)

논두렁을 굽이치는 논물처럼 주제의 주변까지 세심하고 정확하게 훑어 내려오는 게 바로 ‘과학적으로 질문하기’구나 하며 크게 배웠습니다. 특히 케플러의 ‘8분각’ 이야기는 이 책의 대원칙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소름끼쳤습니다. 자신의 스승 티코가 남긴 천문학 자료의 8분각 오류(1도를 60등분했을 때 8/60, 즉 0.133도)를 무시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천문학을 새롭게 완성하고 나서 남긴 말이 압권입니다.

“이 8분 각은 천문학을 완전히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케플러)

천문학이 나의 인생과 무슨 상관? 이러고 덮어두는 분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서식하는 동네 차원의 생각과, 국가 차원의 생각, 세계적 차원의 생각은 다릅니다. 세계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차원에서 생각할 때 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이라는 종, 지구라는 별, 태양계. 이 모든 것을 우주의 눈으로 봤을 때는 이전에는 안 보이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당연히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개념도 확실히 탑재되고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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