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익을 따라서 행동하면 원망이 많아진다
- 논어 4-10

박에스더는 내가 인상 깊게 본 세 번째 여성 저널리스트이다. 비록 만나본 적은 없지만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를 통해서 보여준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 글을 읽는 데 설득력을 주고 있다. 첫 번째 저널리스트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오래 하다가 시사저널 사태 때 기자들을 거들었다가 고소고발 당하고 홀연히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걷기 여행을 떠나더니 돌아와서는 제주 올레길을 만들었다. 지역경제는 물론 웰빙과 비즈니스 등 사회경제적 부분에 대해서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번째 저널리스트는 시사인 편집장을 맡고 있는 김은남 기자다. 김훈 작가가 시사저널 편집국장 시절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자이지만 시사저널 사태를 당하면서 모진 풍파를 다 당했다. 김 편집장은 시사저널 노조 지회의 지도부에 있었고, 나는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인연이 이어졌다.


박에스더 기자는 1997년부터 기자 생활을 해서 경찰, 법조, 국회, 아프가니스탄 전쟁 현장까지 국내외 곳곳을 누비고 정치인, 관료, 기업인 등 굵직한 인물들을 만났다. 이 경험과 특유의 감수성으로 지금 우리들의 대한민국과 다른 대한민국을 생각하고 있다니 궁금해졌다.

특히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남편에게 매 맞고 캐나다 남편에게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고생하다가 끝내 암 선고를 받은 아는 언니의 이야기, 이혼남과의 관계에서 아이를 갖게 된 친구가 남자친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혼모로 살아간 이야기는 경험에서 우러난 맛을 더했다. 박에스더 기자의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아는 두 기자를 데려온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왠지 모를 사무적인 느낌과 선뜻 동의되지 않는 생각들이 행간에 보여서 읽는 데 불편했다. 그게 무슨 느낌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저자인 박에스더가 만난 인사들은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유명인이거나 힘이 센 사람들이 아닌가. 그리고 박에스더 기자 또한 힘센 사람들 축에 들어간다. 앞의 두 기자는 직장에서 잘려 1년 넘게 길거리 밥을 먹어보기도 하고, 자신이 오랜 세월 몸담던 매체를 장례지내기까지 했다. 이 밑바닥 경험은 문장에 깊이 배어 있다. 박에스더 기자의 책에는 이런 시련의 감성이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한 사건에 대해서 언론이 아무리 상세하게 보도한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과 행간에 담겨 있는 정서와 의미를 찾기는 어려운 것처럼 박에스더 기자의 글에서도 언론 기사가 보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라는 책에서는 청소부, 외판원, 방문교사, 알바생 같은 바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꼭 밑바닥 경험을 해보아야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주장에 동의하기에 박에스더가 밑바닥을 향해 건넨 손이 예쁘게 보인다. 자기성찰과 의지에 한표를 주고 싶다. 박에스더 기자의 손은 낮은 곳에 있지 않지만, 낮은 곳으로 건네고 싶다는 마음만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에 대한 느낌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