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붐은 조작된 현실?

서점의 벽 하나를 차지하는 자기계발서. 별 내용은 없지만 진열되는 양으로 보아 엄청나게 많이 팔리는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자기계발서가 어떻게 해서 서점에 들어차게 되었는지를 현대사를 통해서 소개하고, 자기계발서가 늘어날수록 이익을 보는 자들이 누구이고, 그 폐해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책읽기가 취미인 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취미로서의 독서’는 사실 누군가에 의해서 설계되었다고 하는 게 옳다. 권력자들에게 ‘책’이란 참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책 한권으로 사회 전체가 혁명에 휩싸인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 일제는 조선이 정신적으로 분발할 수 없도록 성균관과 전국의 서당의 폐지했고, 전통문화를 저급한 문화라고 폄하하며 우리 스스로 단절하게 만들었다. 정말 저급한 문화라면 일제가 더 아끼고 사랑하도록 강제했을 것이다.


▲ "부모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 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경찰의 무차별 발포에 항의하는 서울 수송국민학교 학생들. 4.19 당시에 대대적인 어린이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진출처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웅진지식하우스))

일제 시대 이후부터는 스스로 두뇌를 닫는 시간이었다.
3.1운동을 이끈 유관순 누나는 고등학생이고 그를 따른 아우들은 중학생이었다. 4.19 역시 중고등학생이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18과 6.10 민주화운동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주도했다. 호사가들은 불순한 사상에 선동되었다고 폄하하지만, 행동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행동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쓸 만큼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가져야 하고, 확신을 하려면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명확히 알아야 하며,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평소에 사고훈련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4.19 같은 대규모 단체행동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옳은 뜻을 이해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사고의 밑바탕이 필요하다. 5.18 이전까지 우리의 청소년과 학창시절은 이런 수준이었다.


여유 있게 책읽고 사고할 시간이 사라졌다

젊은 영혼들에 의해 번번이 무너진 정권의 하수인들은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을 체제에 친화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과목을 자꾸 쌓고 인문고전을 읽을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 중고등학생은 수험서와 전공서 보기도 빠듯했고, 대학시절에는 학점과 스펙쌓기의 압박이 점점 심해진다. 기업에서 쓸데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인문학을 없애고 실용학문으로 바꿔버렸는데 이로 인해 인문고전을 버리고 사고를 하지 않게 되는 습관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서 취미 도서의 수요가 커졌다. 깊이 있는 사고와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독서의 의미가 저차원적인 행위가 되어버린 순간이다. 현대사를 보면 어떤 정권이든 국내의 주민들을 요리하는 방법은 귀신같지만 나라 밖으로 가면 맥없이 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인문고전을 읽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까를 고민하는데, 나라 안에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폐해는 무척 크다. 잠재력 있는 젊은이들이 ‘국내용’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이 세계로 나가지 못하고, 세계의 기업들에게 점점 시장을 내주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들의 '뒤엉킨 실타래'다.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서를 버리고 인문고전과 사고력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들의 욕망은 객관식이다

한편 이 문제를 철학적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신체의 모든 부분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 또는 한두 부분에 관계되는 슬픔이나 기쁨에서 생기는 욕망은 인간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
스피노자, 에티카, 서광사, 1판1쇄, 261쪽 참조

4.19 당시 초등학생들이 뛰쳐나간 욕망은 인간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 욕망이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읽는 욕망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욕망일 따름이다.

내가 자기계발서를 서점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그것이 나의 욕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계발서를 만지작거리게끔 조작된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노출되었을 확률이 크다. 믿기지 않으면 한번 헤아려 보라. 내가 깊이 있는 사고를 했던 게 언제였는지.

마케팅의 첨단 공법은 없는 욕망도 만들어낸다. 주의하라. 우리들의 욕망은 객관식이라는 사실을.


※ 책 읽는 사람들의 소셜한 생각, 페이스북 소셜북스
http://www.facebook.com/social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