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1년 소셜북스 운영자가 인천 서구도서관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하고 있는 <행복한 책읽기> 강좌의 원고입니다. (3월7일부터 시작) 경우에 따라 강의 MP3 파일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행복한 독서클럽


1장 나의 독서생활 돌아보기

1. 독서생활 자가진단표



책이 나의 생활에 의미가 되는 수준이 있다. 우리가 연극이나 공연을 보러 가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큰 의미를 두지 않듯, 가물에 콩나듯 들여다보는 책이 나에게 의미가 있을 리가 없다. 어떤 일에 대해서 1만 시간 투자하면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고 8천 시간은 수준급 프로, 4천 시간은 교사수준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말콤 그래드웰의 이론이라고 한다. '비틀즈'는 '함부르크 클럽'에서 5년이상 하루 8시간 연주하고 특별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책 읽는 시간과 책에 대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독서강좌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래서 독서생활이라고 한다.

2. 마음의 바다에 흐르는 책의 밀물과 썰물

1~5까지의 문항은 수동적인 독서를 하는지 능동적인 독서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책을 바닷물에 비유한다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리고 다음 책이 다시 들어온다. 물이 들고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밀물이 밀려들어왔을 때는 헤엄을 치고, 물이 빠져나가면 조개를 잡으러 간다. 바다는 물이 들고 나갈 때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해초들이나 물고기, 소라가 다시 태어난다. 가끔 복어 새끼가 올라오기도 하고, 멸치떼가 해변까지 올라와 파닥거리기도 한다. 해변 전체에 멸치떼가 파닥거리는 것을 볼 때의 황홀함이란!

하지만 보트 관광이나 유람선관광 같은 패키지 관광을 하고 가는 관광객에게는 이런 광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다는 바다일 뿐이다. 바닷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명들의 꿈틀거림과 생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절대 알지 못한다. 독서는 발견의 훈련법이며, 따뜻한 시선을 길러준다. 다만, 독서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궁극적으로는 아래의 세 번째 단계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3. 독서는 refresh를 향한 열정!

6~10까지의 문항은 독서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심심풀이 독서를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유의미한 독서, 그래도 읽고 나서 뭔가 남는 독서, 나에게 행복을 주는 독서생활을 목표로 쓰여졌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떠날 때까지 얼마나 바퀴를 굴려야 할까? 물오리가 물위에 편안하게 떠 있기 위해서 물속에서 부레질을 얼마나 해야 할까? 동양고전 <중용>에서 가장 중요한 네 글자를 고르라면 나는 단연 불성무물(不誠無物)이다. 성(誠)이란 중용의 핵심개념인데, 이것이 없으면 어떤 사물도 생겨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태양이 화초와 잡초, 그리고 뭇 생명들을 키워내는 것과 같다. 책도 역시 불성무물의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나에게 어떠한 변화도 생겨나지 않는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가끔 읽는 책을 일컬어 독서라고 하지는 않는다.

6번과 9번의 문항은 독특하지만 중요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결국은 내 마음을 읽는 행위이기 때문에 억지로 한 권의 책을 보면 흥미를 잃게 되고 refresh가 안 생긴다. 여러 권을 갈마들며 읽는 방법을 “기분전환의 독서”, 또는 “환기의 독서”라고 부르자. 이것은 내 생각이 아니라 <팡세>를 쓴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의 말이다. 파스칼은 인간은 불행과 권태, 공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기분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권의 책을 억지로 붙잡는 것은 집착일 수 있다. 독서는 refresh다.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거나, 지금 읽는 책이 재미가 없다고? 그러면 과감히 F5(새로고침 키)를 눌러 보라.

9번은 “내가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을 “기획 독서”라고 부르자. 나와 세상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내가 책을 읽는 행위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게 옳다. 독서가 철저히 취미생활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세상의 일에 마음으로나마 참여하는 것, 이것은 독서를 살찌우는 동력이 된다. 그리고 독서생활의 매너리즘을 벗어나 refresh를 찾게 해준다.

4. 독서는 나를 읽는 행위

11~15까지의 문항은 독서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묻는 것이다. 책을 하나의 소비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문항들은 의미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책도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들어가 한권의 책이 되어 수천 년 동안 잊히지 않고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책이 달리 보인다.

12번만 잘 하면 연말 베스트셀러나 서울대 추천도서 같은 추천리스트의 허황됨을 알 수 있다. 세상에 나의 독서목록표는 단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refresh를 잃어버린 독서목록표는 시중에 나도는 추천도서 리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

인생은 한마디로 선택의 강요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것은 태어났을 때뿐이다. 저마다 선택의 강요를 당하기 싫어 수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해 버린다. 선택을 주체적으로 할 때 적극적인 인생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데, 책을 읽는 작은 행동에서 "선택의 훈련"을 하면 자신의 생활에 변화가 생기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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