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소셜북스(www.facebook.com/socialbooks)에서 2010년 읽은 책을 결산했다. 2010년 출간된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이 아니라 2010년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책 1권을 추천받았다. 총 10명의 회원들이 댓글로 책을 추천했고, 추천을 통해 참여한 독자는 총 46명(중복 포함)이다. 키워드별로 재구성했고 추천수를 함께 소개한다. (원문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facebook.com/notes.php?id=158407580860652&notes_tab=app_2347471856#!/note.php?note_id=181886381839584)


미디어여 영원하라, 미디어 논쟁도 영원하리



21세기 대한민국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이슈는 단연 미디어 이슈다. 2006년 6월 삼성의 압력을 받아 언론사 사주가 기사를 무단으로 도려내 1년 넘게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로부터 시작해, 2008년 촛불집회와 함께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대상으로 한 광고 불매운동, 위 세 신문사와 매일경제, 연합뉴스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길을 열어주는 "미디어법"은 2008년 한나라당의 법안 제출과 2009년 7월 직권상정 파문, 헌법소원과 2010년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업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후폭풍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에 맞물려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파문은 2010년 벽두부터 불거져온 언론 이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기존 미디어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대안 미디어의 등장도 2010년을 달군 이슈였다. 6.2지방선거와 추석 연휴 기간 기습 폭우는 언론환경이 완전히 바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다. 소셜북스는 지금과 같은 미디어 격변기에 미디어가 대중에게 본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를 가장 중요한 책으로 추천했다. (추천수11) <미디어의 이해>는 40년도 더 지난 책이지만 자동차, 비행기, 전화기, 타자기 등 당대 대중들이 사용하는 미디어매체의 특징을 특유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해낸 책으로 미디어 종사자에게는 필독도서다. 특히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의 성장과정을 온전히 담아낸 <페이스북 이펙트>의 저자인 포춘 지 전 기자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페이스북 사람들이 마샬 맥루한을 숭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사람들이 숭배하는 유명한 사회 철학자이자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은 1964년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통일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지구를 통일시킬 수 있다고 예견했다. (페이스북 이펙트, 490쪽)

그러면서 커크패트릭은 맥루한이 주창한 '인지의 창의적 과정'(인류 확장의 마지막 단계로 맥루한이 제시한 개념)을 누구도 페이스북처럼 폭럽게 확장시키지 못했다고 평했다.


가족, 인권... "따뜻한 이 온도를 잊지 마"





2010년은 가족, 인권 등 따뜻한 낱말들이 거리로 내몰린 서슬퍼런 나날의 연속이다. 따뜻한 여성의 언어는 실종됐고 공격과 고발, 폭력의 언어만 무성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파행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어울리는 책들이 추천되었다.

Joonha Lee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쓴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김영사)를 링크(http://koko8829.tistory.com/967)로 걸며 추천했다. (추천수 3) 이 책은 고등학교 국어교사, 부모교육 강사 등의 활동으로 잘 알려진 이민정 씨가 상담과 교육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2권으로 엮은 책이다. 부모와 자녀관계나 직장내에서의 관계에서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운동가로서 이동권 투쟁을 하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장애학 함께 읽기(그 린비)라는 책도 추천을 받았다.(김광이 씨 추천, 추천수 2) '병신'이라는 말이 아직도 종종 쓰이듯, "장애"라는 개념이 신체적 정신적 장애라는 기초적이고 개인적인 수준의 이해에서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관계의 산물로 보는 저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성찰을 통해 "장애"를 역사적이고 학문적인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 인권에 대해서 좀더 생생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다면 일어나라 인권 OTL(깔 아논멍석 님 추천, 한겨레출판)을 추천한다.(추천수 3) <일어나라 인권 OTL>은 <한겨레21>에서 대한민국 인권 실태를 총 30회에 걸쳐 취재, 연재하여 독자로부터 많은 반응과 지지를 얻었던 '인권OTL'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는 문화다" 문화가 희망이다





가족과 문화를 동시에 읽을수 있는 책도 있다. 황재경 씨는 "청소년기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며 딸과 함께 문화논쟁(에코리브르)를 추천했다. (추천수 4) 책은 첫머리부터 끝까지 문화에 대해서 알고 있던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황재경 씨가 소개한 첫대목을 인용한다.

딸: 문화란 과연 무엇일까요?
아빠: 먼저 '우리'에 대해 말해보자꾸나.
딸: 우리에 대해서라니요? 하지만 그건 문화가 아니잖아...요?
아빠: 아니지, 아니야. 네 가족, 네 혈통, 네가 어디서 왔는지 이런 것도 다 문화지.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점점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에게 가족과 대화, 문화라는 키워드로 삶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추천사를 덧붙였다.
영화비평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6년 노고가 담겨 있는 평론집 세트(2권 전집)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필사의 탐독》도 추천을 받았다. (추천수 3) 특히 《필사의 탐독》은 한국의 봉준호 〈괴물>과 박찬욱 <친절한 금자씨> 등 최근 대표작들에 대한 평론이 녹아 있다.

이 밖에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미래의 건강한 국가 모델을 이야기한 <유러피언 드림>(추천수 7), 고전과 한자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던 안핑친의 공자 평전(돌베개, 추천수 3), 20여년의 긴 세월동안 감옥이라는 삭막한 공간에서 사람과 공동체를 깊이 고민한 신영복 교수의 수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추천수 3) 등이 고른 추천을 받았다.

페이스북 책꾼들의 책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놀란 점은 폭력과 남성의 언어가 수년째 우리 주변을 아프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차분히 성찰하게 하는 책들을 찾는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찰"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조용히 책을 읽으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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