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페이스북 프로필과 팬페이지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다. 애써 친구맺기한 프로필을 닫겠다고 통보한 김진애 의원. 프로필 분량 다 채우고 페이지 새로 튼 노회찬 의원


프로필은 1단계, 팬펜이지는 2단계인가?


최근 김진애 의원은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팬페이지'로 갈아타며 애써 맺은 친구들에게 프로필을 닫겠다고 통보했다. 그 대신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요청했다. 김진애 의원뿐만 아니라 노회찬, 이정희 의원 등 많은 정치인, 유명인들이 프로필에서 팬페이지로 옮겨갔는데, 대체로 프로필 정원 초과가 그 이유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산수로만 계산했을 때 프로필 5,000명은 금방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굳이 팬페이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해당 유명인의 지지자나 친구는 친구맺기에 이어 페이지로 찾아가서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 어찌 보면 간단한 작업 같지만 웹 상에서 클릭 한번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큰 일이다. 혹시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을 트위터에서 하던 대로 사용한 것은 아닐까?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친구 5천명은 너무 적지 않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이 질문은 "페이스북의 친구가 왜 5천명 제한일까?"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페이스북은 왜 친구맺기를 5천명으로 제한할까? 왜 3천명도 아니고 5천명인지를 알려주는 구체적인 정보는 찾을 수 없지만 6억 분의 1(현재 페이스북의 활동적 사용자는 6억명이다)인 개별 사용자에게 허용하는 최대한의 수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만약 특정한 사용자가 굉장히 많은 친구가 있다고 한다면 페이스북의 소통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근본적인 차이를 알 수 있다.

친구 수 제한은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신념이 담긴 정책이기 때문에 앞으로 친구맺기 수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크 주커버그가 전가의 보도처럼 하는 말이 있다.

"네트워크가 확장할수록 강해집니다."

최근 페이스북 프로필이 관계 지향적으로 바뀐 것도 이 말을 확인해준다. 페이스북은 당신이 얼마나 유명인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특권 없애기 악명 높은 페이스북의 철학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F8이라는 서비스를 발표할 즈음의 일이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내부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만 특별히 우대받지 않는 평등한 생태계를 원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페이스북 사진 앱에서 몇 가지 기능을 삭제해 버렸다. 외부 개발자가 만들 수 없는 기능이라는 게 이유였다.
페이스북의 이런 고집은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F8 행사를 앞두고 주커버그와 직원들은 이듬해까지 5천 개의 앱이 사이트에 올라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6개월만에 2만5천 개의 앱이 운영되었다.

페이스북의 관점에서 보면 이외수 트위터(519,899 팔로어)와 김연아 트위터(295,517팔로어, 이하 2010년 12월14일 03시 현재)는 시장 독점 기업이 된다. 마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독과점을 감독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주커버그 역시 페이스북을 정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많은 면에서 페이스북은 보통 회사보다는 국가 조직과 많이 닮았습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으로 이뤄진 커뮤니티가 있고, 다른 어떤 테크놀로지 회사보다도 진정한 ‘정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페이스북 이펙트 377쪽)

페이스북 내부 앱이건 외부 앱이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앱의 생존력을 높이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 주커버그 식 다원주의 옹호론이다.

주커버그를 심층 취재해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을 써낸 포춘 기자 출신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페이스북의 "공정한 사회"와 관련해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페이스북은 '기관'의 권한 을 축소시키는 대신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주커버그 본인도 페 이스북을 운영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권한을 회원들에게 넘겨줬다."(페이스북 이펙트, 33쪽)

글로벌 서비스가 국내에 유입될 때는 대체로 알맹이는 쏙 빠진 채 기능적인 부분만 지나치게 흡수되는 면이 없지 않다. 페이스북을 미리 사용해본 지식인, 얼리어답터 등 뜻 있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교양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페이스북의 부정적인 특징들이 사회적으로 유통될 위험성이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 요새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용하고 있는데 이유는 이렇다. 페이스북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주커버그의 어록을 온전히 모아낸 유일한 책이기 때문. 국내에서 점점 이용자들이 홍수처럼 밀리는 지금 상황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부정적인 현상이 만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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