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경향신문)

 

2003년 4월 미군이 이라크를 '접수'할 때 이라크 국민들은 물건을 두 번 던졌다. 처음에는 호산나, 두 번째는 신발이었다.

종려나무는 성경과 코란에서 생명과 평화,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을 상징하는 나무다. 예수가 나귀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사람들이 '호산나'를 외치며 손에 잡고 흔든 나무가 바로 종려나무다.

2008년 12월 바그다드를 방문한 미군의 최고통수권자에게는 종려나무가 아니라 신발세례가 퍼부어졌다. 아랍에서 신발을 사람에게 던지는 것은 중대한 모욕행위다. '신발의 자식'이라고 하면 최상급의 욕설이라고 한다. 후세인 동상이 쓰러졌을 때 시민들이 동상을 신발로 때리면서 내뱉은 말이 그런 욕설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사건에 관한 한 피해자임에도 그를 동정하는 여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거사(擧事)를 한 알 자이디 기자는 하루 아침에 아랍권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징역 9개월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신발을 던지는 이라크인은 9개월 감옥행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신발을 던지는 이라크인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미군 차량에 신발을 던진 이라크인이 미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AF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이라크 팔루자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흐메드 라티프(32) 씨는 이날 팔루자 중심지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던 미군 차량에 신발을 던졌다가 미군의 총격에 숨졌다.

이라크 주둔 미군 관계자는 라파트의 신발 투척을 수류탄 공격으로 판단, 방어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져 구속됐던 문타다르 알-자이디 이라크 기자가 수감 9개월만에 석방된 다음 날 발생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맹자>의 '이연벌연'(以燕伐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춘추전국시대 연나라가 폭정으로 백성들을 괴롭히고 자중자란으로 국가가 내전의 혼란에 빠졌을 때, 제나라는 손쉽게 연나라를 '접수'할 수 있었다. 연나라 백성들은 안에서 성문을 열어주고 제나라 군사들을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없는 살림에 술과 음식을 내와 제나라군에게 베풀었다. 이라크 국민들이 미군에게 호산나를 던진 것과 같았다. 제나라가 연나라의 혼란을 막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나라는 '점령군' 행세를 하며 모든 이권을 몰수하고 제나라로 재산을 빼돌렸다. 높은 자리는 모두 제나라의 차지였다. 그러자 연나라 백성들이 힘을 모아 제나라를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했다. 맹자는 제나라의 이런 행태를 두고 "결국 연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한 셈"(以燕伐燕)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왜 호산나를 맞다가 신발을 맞은지 이유를 알면서도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그 기자를 죽이고 말았으니 이라크 국민들이 폭군 후세인을 더 그리워할 단서를 남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 일로 인해 이라크에 소요사태가 다시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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