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과 민생민주국민회의, 미디어행동, 민언련 등 600여개 시민단체는 8일 오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에 편중 광고한 광동제약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사진 : 오마이뉴스)




참여정부의 도움을 받고도 겨우 얻어낸 '가혹한 1승'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언론에 대한 인식 수준은 유아기에도 못 미친다.
업계 최대의 광고주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이 한겨레, 경향. 시사IN 등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토를 다는 기사를 쓴 신문사에 광고를 주지 않은지 벌써 4~50개월이 넘어간다. 그 동안 이 매체들은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고, 경향신문은 경영악화로 인해 기자 월급이 88만원에도 못 미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신문사를 상대로 '너구리 잡기'를 계속 하고 있다.

박정희 시절의 광고탄압까지 가지 않더라도 2MB 정권의 치사스런 광고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각 신문사에 광고를 얼마나 집행하는지 보고해서 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경향, 한겨레, 시사IN 등에 광고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전달됐고 공기업들은 이들 신문사에 광고를 끊거나 티가 안 나게 찔끔 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기업의 광고까지 간섭하는 정부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빤히 보인다.

문제는 대기업이다. 주요 광고 고객인 대기업은 공기업의 광고 책정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광고를 뺀다. 나중에 신문업계나 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면 핑계거리가 확보된 것이다.

2006년 삼성에 대해서 불편부당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1년 넘게 거리로 쫓겨났다. 월급도 못 받으면서 독하게 버틴 끝에 결국 새 매체를 창간해 취재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시사저널 사태이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매체가 <시사IN>이다.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미친 듯이 취재해 책을 만든 끝에 <시사IN>은 창간 3년도 안 돼 손익분기점을 쳤다고 한다. 그래도 고 노무현 참여정부 때 청와대의 명조가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1승이지만, 말이 1승이지 이 일 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아직도 시사IN 기자들에게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면 손사레를 친다.


▲ 광동제약의 회장 명의로 언소주에 전달된 공문에는 조선일보에만 광고를 싣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센 놈들'을 상대로 얻어낸 1승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2008년 촛불의 열기 속에서 태어난 시민단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몇몇 네티즌들이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고 24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수 개월에 걸쳐 재판에 끌려다녀야 했으며, 그 중에서 대부분이 유죄를 받고 '전과자'가 되었다.

법률전문가와 법학 교수들, 전문가들 등 대다수의 법률가들이 위헌이라고 한 광고불매운동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조선일보의 영향력 때문이다. '깜도 안 되는' 사건이 중범죄가 되기까지 조선일보는 정부,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했으며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고백했듯이 정치검찰의 수사를 종용했다. 그리고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재판에 관여한 것을 봤을 때 광고불매 재판이 공평하게 판결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소주의 광고불매운동은 사실상 국가가 부당하게 간섭하고 탄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를 <이명박 정부 위의 정부>라고 부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언소주는 1심 재판에서 판사가 "기업에 광고 철회를 요구하는 전화걸기 등의 방법은 사회 상식을 넘어서므로 위력이 되지만, 광고주 리스트를 올리거나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판시한 내용에 주목하며 직접 조선일보 광고주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해 하루도 안 돼 항복을 받아냈다. 광동제약은 홈페이지 팝업을 통해 조선일보 등에만 광고를 하던 편파적인 관행을 철회하겠다고 공문을 보내 왔다.

이 사례가 2MB,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언소주의 1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조선일보가 고소를 할 여지를 없앴고, 둘째, 국가가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탄압할 명분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셋째, 언소주가 나름대로의 전략을 통해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는 점이다.


끝내 조선일보의 광고 철회를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기업으로서 영업활동을 하는 현실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차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광동제약 등 사기업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조선일보 광고 전면 철폐라는 요구는 어쩌면 부당한 요구나 무리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설령 지금 당장 광동제약이 조선일보 광고를 철회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끝내 조선일보의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여지도 남겨 놓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편 '경향과 한겨레 먹여살리기'라거나 '힘 없는 중소기업을 괴롭힌다'는 등의 비판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언소주에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사업을 당장 보여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다. 조선일보 광고기업에 대한 광고철회 독려가 '광고주 협박'으로 왜곡됐고, 재판에 계류돼 24명의 무고한 시민이 뜬금없이 '범죄자'가 되었던 그간의 맥락과 비교한다면 이번의 불매운동은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언론운동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혁시키려는 모든 운동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금언 "두 발짝 내딛으면 실패하고 한 발짝이나 반 발짝 내딛어야 성공한다"이 더욱 떠올리게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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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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