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사설]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며

 

 보수언론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저항했던 고인에게 앙갚음이라도 하듯 몰아세웠고, 고인은 검찰의 언론 플레이만으로 ‘640만달러짜리 서민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경향신문도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새기고자 한다. 

좋게 말하면 '늦었다'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늦었다'이다.
언론이 자기의 보도행위를 대중에게 반성하고 자아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수십 번이나 파탄의 위기에 몰아놓고서도 단 한번도 반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경향신문사는 2005년 황우석 사태가 사기극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도 사설을 통해 반성문을 썼다.

[경향사설] 언론의 본연을 되새긴다

우리는, 경향신문은 과연 이성과 진실의 편에 제대로 서고자 성찰했던가. 우람한 허위의 성채를 향해 진실의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해왔는가. 이 질문에 우리는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황우석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경마식으로 따라 보도하며 희망을 과장했고, 그 연구의 진짜 자리보다는 그 허울에 발맞춰 오지 않았는가. 경중의 차이를 이유로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할 수가 없다. 거대한 해일이 되어 닥친 여론이라는 광풍 앞에서, 믿기 힘들지만 그래도 진정 물으려 하는 용기보다는 ‘객관’과 ‘균형’이라는 미명에 의탁하려 했음을 감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이 고개를 떨구는 이 참담한 지경에 이르게 한 방조자였을 수도 있었다는 자성의 칼을 벼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뼈아픈 자성을 통해 오로지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언론의 본연에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  2005년12월23일자 경향신문 사설 일부



혹자는 잦은 반성문 게재를 지겨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언론사의 특징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자존심이 있는 신문기자가 자신의 기사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상황 판단과 자기 기사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만 진정성 있는 사과가 가능하다.
허언이 아니라 정말로 사과를 했다면, 언론사는 그만큼 고뇌를 했고 그만큼 성장했다고 평가해 주어야 할 것이다.

5년 넘는 경향신문 독자로서, 경향신문 기사의 심한 기복과 노무현 국면에서의 허둥댐,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전까지의 공격적인 기사쓰기 등 무척 괴로운 신문읽기의 시간이었다. 주위로부터 경향에 대한 욕을 들을 때마다 괴로움이 깊었다.

기왕 만평과 사설을 통해 사과를 건넨 만큼,
나는 경향신문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꿔 갈지 지켜보고 싶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반성이 너무 잦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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