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추모제에서 경찰이 참가자들이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했다며 강제진압하고 있다.  (사진 : 오마이뉴스)

공무원 曰 "내가 당신보다 세금 더 많이 내니까 걱정 말라"

공무원들이 점점 변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시민에게 봉사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공복'이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나랏님'으로 바뀌어간다.

얼마 전 성남시에서 언론 캠페인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성남시 공무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당장 치우라"고 명령했다. 어이가 없어서 한 동료가 "왜 이렇게 윽박을 지르느냐"고 말하자 공무원은 "당신은 말하는 것부터가 틀려먹었다. 말을 하면 고분고분 들어야 할 것 아니냐"며 되레 따지고 들었다. 그러면서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라는 훈계까지 남겼다.
부아가 치밀은 동료는 "우리도 세금 내고 성실히 의무 지키며 사는데 너무 하는 거 아니냐?"라고 묻자, 그 공무원은 "내가 당신보다 더 세금 많이 내니까 상관 없다"고 말했다. 자진 철거는 했지만, 철거보다 공무원들의 말 한마디가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이를테면 "내가 낸 세금이 막말이 되어 돌아온다"고나 할까?


경찰서장 曰 "개만도 못한 시민"

지난 3일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정문 앞에서 목을 매고 숨진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을 추모하는 집회가 6일에 열렸다. 이날도 경찰의 폭력과 막말로 집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통령 같은 윗분들의 '지령'이 없다면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제주 4.3 당시 서북청년단원들은 자식으로 하여금 아버지에게 뺨을 때리라고 강요하거나,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겁간하고 온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잔악한 행위를 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당시 서북청년단 관계자는 "윗선에서 명령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행동할 수 있겠느냐"며 윗선의 명령 사실을 환기해 주었다. 지금의 경찰 현장 병력이 시민들에게 하는 행위는 당시 서북청년단원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여러분은 지금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민주시민으로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이 소속된 민주노총의 '민주'는 거짓이다", "'민주'의 탈을 쓰고서 민주시민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개만도 못한 일이다"(안억진 대덕경찰서장), "즉시 도로를 점거한 차량을 이동하라… 이동하지 않으면 밥줄 끊겨요" 등의 협박과 조롱이 섞인 말을 쏟아냈다. 이날 동료 직원들이 추모제를 연 장소는 고인이 목숨을 끊은 곳이었다.  


문제가 터진 이후에 그 경찰서장은 '애만도 못하다'라고 한 말을 시민들이 잘못 들었다고 하는데, '애'나 '개'나 시민을 비하한 말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외교부 장관이 "미친 X", 문화체육부장관이 "씨X"이라고 한 데 이어서 정부 관료로부터 이보다 더 강한 막말이 탄생했음을 축하해야 할까?



옛부터 적군 사이에서도 전사자와 포로에 대해서는 예우하는 관례가 지켜졌다. 삶과 죽음의 세계를 엄격히 분리할 뿐만 아니라, 망인에 대해서는 살아생전의 모든 사연을 잊고 추모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는 전쟁 중에 전사자의 시체를 질질 끌고 전장을 한바퀴 도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인간이 줄 수 있는 모욕 중의 최고의 모욕이었다. 신도 인간들도 모두 공분하는 처사였다. 하지만 2009년 대한민국 경찰과 그 경찰에 명령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에게 '망자'란 한낱 시체라는 물건일 뿐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모욕을 우리는 일상적으로 받고 있다. 용산, 대덕...

오마이뉴스에서는 새로운 신조어가 생겼다고 썼다.



[속담] '관 앞에서 막말 한다'

<뜻 풀이> 상갓집에서 관을 앞에 두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막소리를 한다는 뜻으로, 예의가 없는 버릇없는 짓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유래> 2009년 5월 6일 대전 읍내동 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에서 열린 고(故)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 1지회장의 추모제에서 대덕경찰서장이 오열하는 동료 근로자들을 향해 '(도로를 점거해 추모제를 하는 것은) 개(또는 애)만도 못한 일' '차량을 이동하지 않으면 밥줄 끊겨요' 등으로 협박과 조롱이 섞인 말을 쏟아낸 데서 유래됐다. 

 



※ <원래 속담>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
: '어떤 경우에라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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