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경민 앵커 등이 퇴진하고 난 MBC 뉴스데스크는 <뉴스데스크>라는 간판만 빼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권순표 앵커 동료평 "사람 좋은 저널리스트"
오늘 MBC 취재를 하다가 우연히 권순표 앵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권순표 선배는 기자들 중에서도 중진급으로 위아래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할 것이다. 특히 정파적으로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인사다. 그리고 사람좋은 인간적인 저널리스트다"
나도 시사매거진 2580에서 권순표 기자가 명사들을 인터뷰할 때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뉴스데스크>는 <2580>이 아니라는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의 메인앵커 자리에 '사람 좋은 저널리스트'가 발탁된 것은 저널리즘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非 저널리즘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에 대해서 상식을 가진 저널리스트, 혹은 언론사라면 당연히 감시의 눈을 뜨고 취재와 보도를 해서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이 불가피할 텐데, 사람 좋은 저널리스트를 앵커로 기용한 것은 정부와 '편안한 관계'를 가지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동료들이 평가하는 신경민 앵커는 이에 비해서 '원칙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의 언론인'(독설닷컴)이다. 독설닷컴은 최문순 의원의 평을 곁들였는데, “신경민 선배는 노조 활동을 며칠 밖에 하지 않았다. 진보성향 언론인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다.”고 최 의원은 말했다. 후배들에게 인간적으로 좋은 선배는 당연히 권순표 앵커이겠지만, 저널리스트로서 호감이 가고 "까칠한 청취자"에게 애착이 가는 앵커는 누구일까.
그렇다고 권순표 앵커를 탓하기는 어렵다. 권순표 앵커는 수십 대 일의 오디션을 뚫고 당당히 합격한 앵커이므로 축하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이런 오디션을 통해서 이미 차기 앵커의 언행과 보도방침을 규정한 데 있다. 신경민 앵커처럼 '짬밥'이 있다면 데스크에서도 뭐라 못하겠지만, 권순표 앵커처럼 '중간고리'의 인사라면 뉴스데스크의 메인 앵커는 데스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뉴스데스크'에서 '데스크'라는 말을 붙일 수 없이 '9시 뉴스'가 되어 버린다. (<9시 뉴스>는 KBS 뉴스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오늘도 클로징된 클로징 멘트, MBC 노조는 뭐했나
오늘 MBC 뉴스데스크 이틀째다. 크고 작은 뉴스가 많았고,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이 민감한 사안도 많이 보도가 되었다. 하지만 클로징 멘트는 사라졌다. 뉴스데스크의 한켠이 날아간 것 같은 아픔이 느껴진다. 뉴스데스크의 데스크는 기자들의 보도 자체를 압박하지는 않지만, 메인 앵커의 활동공간을 거의 없애 놓았다.
MBC의 기자들은 신경민 앵커의 하차를 막기 위해 투쟁하면서 1%라도 메인 앵커의 재량권에 대해 할애했더라면 새로운 뉴스데스크가 이렇게 데스크에 휘둘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임원들이 새 앵커 오디션을 할 때 MBC 노조가 역할을 할 수는 없었을까. 결국 뉴스데스크에서 비판기능이 사라진 것은, MBC의 비판기능, 더 나아가 MBC 노조의 비판기능도 취약해졌다는 것을 매일 밤 9시마다 보여주지 않겠는가.
결국 신경민 앵커도 잃었고, 뉴스데스크의 미덕들도 사라져 버렸다. 오죽했으면 독설닷컴은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멘트가 뉴스에서 사라지고, MBC뉴스의 영혼도 사라졌다."고 말할까.